"출장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곧 아이가 태어날 것 같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은 피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하지만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이상한 놈’ 때문에 가방, 지갑, 신분증도 하나 없이 비행기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 놈은 무심코 하는 행동들로 어마어마한 파장과 피해를 일으켜 주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에단(잭 가리피아나키스). 선택의 여지 없이 피터는 이상한 놈과 자기가 사람인 줄 알고 있는 개 한 마리가 탄 차에 오르는데...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지옥길이었다!! 에단은 모든 문제의 발단이며 원인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를뿐더러, 설사 알더라도 털 끝만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인내심이 바닥난 피터는 이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를 죽이거나, 미치거나, 아니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아내의 첫 출산에 맞춰가거나!"

일반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작품들에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들 중 한명이라 특별히 챙겨보지는 않고 있고, 일부러라도 찾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행오버’는 이례적인 작품이었고, 이렇게 웃어도 되는 것인지 걱정될 정도로 사정없이 웃기는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보다 이야기 구성에 신경을 쓴 작품이었기 때문에 인상적이었고, 그들이 겪는 황당한 상황들과 설정들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심을 가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고, 이와 같은 성향의 작품을 진력내는 사람조차 호응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연출을 보인 감독 토드 필립스에 대해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 기대 없이 갖게 되는 만족감이 기대감을 갖고 얻게 되는 만족감 보다 더 좋은 것인지 ‘듀 데이트’는 특별할 것 없고 신선한 것 없는 작품이었다.

정 반대되는 성격의 두 남성이 우여곡절 끝에 서로에게 신뢰를 갖게 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성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만들어내고 있는 뻣뻣함과 잭 가리피아나키스가 만들어내는 능글거림에 (억지)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고, 황당함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성향의 작품들에서 이미 경험했던 장면들이고 (황당한) 설정들이었기 때문에 큰 인상을 갖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온갖 작품에 출연하고 있고, 그동안 탕진했던 세월을 보충하려고 하는지 잠시도 쉬지 않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좋은 연기를 그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놓치지 않고 있고, 새롭게 떠오르는 민폐 전문 연기자인 잭 가리피아나키스 또한 기존에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과 짜증을 만들어 내면서도 전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캐릭터를 여전히 잘 연기하고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과 장면들을 찾으라고 한다면 나와 같이 웃음을 잃은 사람은 그다지 찾아내지 못할 것 같지만, 지금 현재의 미국이 갖고 있는 신경질 적인 모습을 찾으라고 한다면 다양한 장면들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테러’와 ‘폭발물’에 대해서 갖고 있는 필요 이상의 예민한 반응과 함께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불신들과 상대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상처를 주게 되는 말을 건네는 모습들(하반신 불구인 사람에게 하반신 불구에 대한 빈정거림을 실수로 던지는 장면) 그리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아내고 절친한 친구고 신뢰하지 못하는 세상)의 모습까지 하나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설정이고 장면들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단면이기도 할 것이다.

제대로 웃기지도 못하고,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못한 멍청한 영화임에는 분명한 것 같지만, 그래도 그것을 통해서 조금은 무언가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아쉽지만... ‘더 행오버’의 만족감을 다시금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