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젊은 의사 윌리암 하포드(톰 크루스)와 그의 아내 엘리스(니콜 키드맨)는 세칭 '아름다운 사람들'로 불리는 부유한 계층의 남녀이다. 7살 된 딸은 보모에게 맡기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부부는 센트랄 파크의 호화 콘도를 빠져나와 윌리암의 환자며 친구인 억만장자 빅터 지글러(시드니 폴락)가 베푸는 호사스런 크리스마스파티로 향한다. 파티에 도착한 윌리암은 오랜 친구인 피아니스트(토드 필드)와 환담을 나누며 두명의 요염한 모델로부터 유혹을 받는다.

지글러가 데리고 놀던 여자가 약물과용으로 화장실에 실신해 있다고 전해지고 윌리암이 불려간다. 샴페인 취기에 나긋해진 엘리스는 정중하게 사근거리는 나이든 남성과 춤을 추면서 또한 유혹을 받지만 물리친다. 다음날 밤, 엘리스는 마리화나에 취한 채 전날의 심사를 윌리암에게 알리고 남편과 아내라는 객체로서 결혼에 대한 신의와 시기를 질문하게 된다. 자신은 과거에 한번 혼외정사를 가지려 했었다고 고백한다. 상황만 허락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욕정을 사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엘리스의 이러한 고백은 윌리암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아내의 정숙을 믿었던 신념에 회의를 품은체 집밖으로 나선다.

우선 그는 약속된 환자를 보는 것으로 시작해, 뉴욕 시내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죽은 환자의 딸로부터 공격적인 구애를 당하고, 창녀로부터 초대받고, 마침내는 비밀스런 집단혼음파티에 인도된다. 그가 접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변태와 욕정, 위험과 죽음으로 이끄는 암울한 인간의 어두운 양태를 가지고 잔인하게 다가온다.”

스탠리 큐브릭의 최후의 작품인 ‘아이즈 와이드 셧’은 작품이 제작될 당시 최고의 커플이자 배우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함께 출연함으로써 완성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었고, 작품이 완성되어 공개되기 직전에 스탠리 큐브릭이 사망함으로써 관심은 더욱 높아졌었는데 공개된 직후의 반응은 여전히 뛰어난 완성도라는 평가와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은 싱겁다는 의견들이 비슷하게 나왔는데, 이런 반응은 다른 큐브릭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그다지 흡족한 (비평적 / 상업적) 성과는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작품을 보면서 조금은 심드렁한 기분이었고 어쩐지 장황하다는 느낌만 앞서고 있었는데, 그 당시로서는 화제를 모았던 자극적인 장면들이 지금 본다면 별 것 아니고 그다지 파격적인 느낌도 들지 않기 때문에(당시는 ‘하드’ 했을지 몰라도 지금 본다면 지극히 ‘소프트’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여전히 놀라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성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고작? 이거야?’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동안 성적인 부분에서는 노골적으로 다뤘을 때 보다는 은유적이나 은밀하게 다뤘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졌던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성향을 떠올려 본다면 ‘아이즈 와이드 셧’은 ‘시계태엽 오렌지’와 같이 노골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을 때 좋지 못한 결과물이 만들어 진다는 점만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이것이 스탠리 큐브릭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으로 인해서 느껴지게 되는 아쉬움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일종의 성적인 욕망에 관한 남성과 여성의 심리극과 같은 ‘아이즈 와이드 셧’은 카메라로 니콜 키드먼의 아름다운 육체를 엿보는 첫 장면으로 시작해서(중간에 한번 더 훑어보기는 한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것 같지만...) 길고 긴 파티 장면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과 관련한 은밀한 욕망들을 조금씩 들춰내기 시작한다.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고 참가하게 된 파티에서 아내는 파티에 참가한 중년 남성에게서 노골적인 관심을 즐기듯이 받아들이다 끝에는 특별한 관계를 갖지 않고 자리에서 벗어나고 있고, 남편 또한 젊은 여성들의 관심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다가 갑작스러운 담당환자의 호출에 자리를 피하게 된다.

그런 평소와는 다른 경험으로 인해서 그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성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서로 마리화나를 즐기다가 약간의 환각 상태에서 아내는 그동안 숨겨왔던 성적인 욕망과 그 욕망으로 인해서 저지를 뻔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그 솔직함에 남편은 놀라움과 질투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와 함께 그동안 주치의로 지냈던 환자가 죽었다는 소식에 황급히 집을 나서고 그곳에서 환자의 딸에게서 느닷없는 애정 고백을 받고 그녀는 자신이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에 당황스러움은 느끼며 피하듯이 집을 떠나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게 된다.

겨울의 밤거리를 걸으며 남편은 길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창녀의 유혹에 충동적으로 그녀와 함께하지만 때맞춰 걸려온 아내의 연락으로 인해서 다시금 자리를 피하게 되고, 그렇게 또다시 길을 거닐던 남편은 우연히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옛 친구를 다시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비밀스러운 클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아마도, 아내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서 그리고 몇 차례의 성적인 자극으로 인한 긴장감으로 인해서) 하룻밤의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몰래 클럽에 들어갈 계획을 꾸미며 그동안과는 다른 충동적인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

파티복을 구하기 위해서 늦은 시간에 찾아간 파티복 대여점에서 대여점 주인의 어린 딸이 나이든 남성들과 성적인 놀이를 즐기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당황스러운 경험과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은밀히 바라보는 딸의 시선을 느끼면서 남편은 옷을 갈아입고 비밀 클럽으로 향하게 되고, 그런 여러 차례의 황당한 경험을 뒤로하고 찾아간 사교 社交인지 사교 邪敎인지 애매한 느낌의 모임에 참가하여 쾌락(성적 욕망을 발산하고 충족시키는 것)에 충실한 그들의 난잡한 파티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몰래 들어간 것이 발각되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경고를 받으며 한밤의 기묘한 여행을 끝맺게 된다.

그런 한밤중의 다양한 성적인 경험을 뒤로한 아침에도 그의 기묘한 경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비밀 클럽으로 향할 수 있게 했던 옛 친구는 불길한 느낌을 안겨주며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빌렸던 파티복을 반납하기 위해 대여점을 다시 찾아갔을 때는 전날 불같이 성질을 내던 주인이 중년의 남성들과 어린 딸이 성적인 관계를 갖은 것 같은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황당해 하니 주인공 빌에게 적당한 ‘가격’에 합의만 가능하다면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을 던지며 관심이 있다면 찾아오라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어린 딸은 무표정하면서도 어쩌니 은밀한 눈빛으로 주인공 빌을 바라본다.

그런 혼란스러운 기분에 몰래 일상적인 업무도 뒤로하고 전말 찾아갔던 비밀 모임을 벌인 장소에 다시금 찾아가 보지만 찾아간 곳에서 더 이상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경고의 편지를 받게 된다.

이런 두 번의 경고로 인해서 누군가가 자신을 엿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빠져들게 되고 그와 같인 불안감과 아내의 고백으로 인한 성적인 질투 / 분노 그리고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주인공 빌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환자의 딸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하고, 전날 잠시 함께했던 창녀에게 찾아가보기도 하지만 딸에게는 연락이 되지를 않고 있고, 창녀는 에이즈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하여 당황스럽게 될 뿐이다.

그러던 중 파티에서 잠시 치료를 해주었던 아름다운 여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녀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향해 그녀의 시신을 보며 그녀가 전날 비밀 클럽에서 그가 쉽게 쫓겨날 수 있도록 도와준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된 직후 파티를 개최했던 이에게 잠시 찾아와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고 그를 찾아가 그동안 있었던 기묘한 경험 이면에 어떤 진실이 있는지 설명을 듣게 되고 그로 인해서 주인공 빌은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괴로움과 좌절감을 안고 집으로 향하게 되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아내에게 고백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게만 느끼는 남편에게 아내는 그저 덮어버려야 한다고 얘기해주며 더 이상 파고들려 하지 말고 그저 섹스나 나누자고 말하며 작품은 마무리 짓는다.

스탠리 큐브릭은 여성의 성적인 환상과 욕망 그리고 남성의 성적인 욕망과 환상 / 질투, 좌절과 긴장감을 통해서 남성과 여성의 성에 관한 심리극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이고 있고, 그렇게 만들려는 작품에서 전달하려고 하고 있는 긴장감과 성적인 자극을 보다 강렬하게 하기 위해서 실제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을 주연 배우로 섭외한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신통치 않은 이야기에 배우들도 만족스러운 정도로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은 긴장감도 흥미도 떨어지는 것 같다.

게다가 남성과 여성의 성에 관한 은밀한 환상들을 나열하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은 아내의 성적인 욕망과 환상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에 중년 남성에게 유혹을 받은 것과 남편에게 성적인 환상과 욕망을 갖게 되었던 경험과 함께 그 욕망을 어떻게 억눌렀는지를 고백하는 장면과 이후에 꿈속에서 어떻게 그녀가 억눌렀던 성적인 환상이 꿈을 통해서 분출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장면 이외에는 여성(아내)의 성적인 욕망과 환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접근을 하지 않고 있고 파고들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남성(남편)인 빌의 경우에는 집요하게 그의 성적인 욕망들을 그리고 좌절들을 쫓아가고 있는데, 그가 파티에서 은밀한 유혹을 어떻게 피하게 되는지와 아내의 고백으로 인한 놀라움 그리고 질투로 인한 충격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으며, 그에게 향하는 새로운 유혹들(환자의 딸 / 창녀)과 그 유혹 / 욕망을 피하게 되거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모습들을 보여준 다음 우연히 알게 된 비밀 클럽에 찾아가게 되어(충동적이지 않은 주인공 빌이 갑작스럽게 그런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은 피아니스트 친구로부터 그곳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보았다는 말로 인해서이다) 그곳에서 쾌락을 추구하고 해소하는 것에 만 몰두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성적 환상을 부분적으로 해소하게 되기도 하지만 곧장 쫓겨나게 됨으로 인해서 성적인 긴장이 만족스럽게 해소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쌓여만 가고 있고, 제대로 해소되지를 못하고 있는 성적인 긴장감과 좌절 그리고 질투로 인해서 그는 최대한 빨리 갖고 있는 성적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환자의 딸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하고, 전날 성관계를 갖기 직전이었던 창녀를 다시금 찾아가보기도 하지만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서 애쓰기만 할 뿐이고 그걸 제대로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해소되지 못하는 성적 욕망과 불만들로 인해서 그는 점점 더 혼란스럽게 되어가고 있고, 집착하게만 될 뿐이다. 그러한 긴장감에 누군가가 자신을 뒤쫓고 있고 엿보고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어디에도 향하지 못한 욕망을 따라 길거리를 배회하게만 될 뿐이다.

이렇듯 스탠리 큐브릭은 여성으로 하여금 성적인 환상과 욕망을 고백하도록 하고만 있고, 그것으로 끝을 맺는다. 반면, 남성에게서는 성적인 욕망이 해소되지 못하고 불만이 점점 더 쌓여지게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둘 사이는 불균형한 관계가 되어버리고 긴장감은 높아지게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작품을 만들어 냄으로써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러운데 그저 현대인의 성적인 불만과 환상 그리고 불균형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것을 얘기하기에는 시대적으로는 너무 뒤쳐진 주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고작 그걸 얘기하려고 10년이 넘는 세월을 침묵 속에서 지냈던 것인지 묻게 되기도 하다.

작품 전체적으로 성적인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파티복 대여점에서의 경험이나 다음 날 주인과 어린 소녀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나 친구가 숙박하던 호텔 직원에게서 느껴지는 성적인 느낌들은 이 작품이 지속적으로 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걸 어떤 의도에서 전달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집중력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게다가 이런 성적인 욕망에 대해서 정치적 혹은 계급적 성격과 결합하여 좀 더 폭발력을 갖도록 의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애초부터 스탠리 큐브릭은 그런 것에 대해서 관심을 보인 적도 없었다) 작품은 산발적이기만 하고 격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흔히 이런 작품에서 자주 다뤄지는 동성애에 관한 성향도 크지 않기 때문에 충동적인 성격은 더욱 무뎌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탠리 큐브릭의 성적인 환상과 욕망에 대한 표현력이 이전 ‘시계태엽 오렌지’나 기타 작품들에 비해서 크게 변화를 보이게 되었거나 보다 더 노골적이고 강렬하게 되지도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의 변화 없음과는 달리 그의 작품을 보았던 관객들의 높아지기만 한 성적인 의식과 지식 그리고 성과 관련하여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인물들의 성적인 환상과 욕망이 충격적이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기 보다는 난잡하기 보다는 지극히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신사(그리고 숙녀)적인 수준의 욕망과 환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항상 그 당시 시대보다 몇 걸음은 앞섰던 스탠리 큐브릭이 앞지르지 못하고 뒤처지거나 같은 발걸음을 보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성적 욕망을 해소하지 못하며 불만스럽고 긴장감이 쌓여가는 주인공 빌의 모습에 큰 설득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그렇게 불만만 쌓여가는 주인공 빌의 모습이 어떤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빠지는 스탠리 큐브릭의 모습으로 겹쳐지기만 하는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의 충성스러운 팬들과 평론가들은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도 여전히 탁월함과 놀라운 제안과 예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와 반대되는 생각들만 들게 되는 것 같다.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노쇠한 예언가의 무뎌진 통찰력과 예언력을 확인하게 된 것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