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꾸려가며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과 옆집소녀 소미뿐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소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태식과 소미는 서로 마음을 열며 친구가 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미가 갑자기 사라진다. 소미 엄마가 범죄사건에 연루되면서 같이 납치되고 만 것이다. 소미의 행방을 쫓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태식. 단 하나뿐인 친구인 소미를 위험에서 지켜내기 위해 범죄조직과 모종의 거래를 하지만 소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경찰이 태식을 뒤쫓기 시작하면서 태식은 범죄조직과 경찰 양 쪽의 추격을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태식의 비밀스런 과거도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개인적으로 올해 개봉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성의 없는 영화 제목 중 하나인 ‘아저씨’는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와 함께 흥행에서도 성공하고, 주인공인 차태식을 연기한 원빈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남부럽지 않는 성적을 거둔 올해의 (한국) 영화 중 하나인 것 같다.

줄거리만 본다면 한국판 ‘레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의 ‘아저씨’는 ‘레옹’이라는 작품에 일정부분 영향을 받기는 했(겠)지만 아류작이라고 말하기에는 작품 자체의 개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아류작에 머물 수 있는 작품이 독창성을 그리고 개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결은 아마도 지역적 특성을 잘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이 보여주고 있는 골목길들과 허름한 건물들과 집들 그리고 어둡고 침침한 / 찌든 담배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화면을 통해서 풍겨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저씨’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사회성이 가미된 범죄 영화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범죄가 모의되고 일어나고 있는 각각의 장소들이 만들어내는 느낌이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거나 바로 그곳에서 생활하는 그 장소들의 이면의 모습들을 혹은 감춰지고 숨겨져 있는 모습들을 잘 들춰낸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그와 같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장면들이 자주 느껴진다는 점에서 연출력과 각각의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현실감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주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평가만을 주기에는 작품의 공간과 배경에서 활동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너무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작품의 주인공인 태식은 지나칠 정도로 ‘어두운 과거를 숨긴 고독한 영웅’이라는 공식에 맞추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장르 영화에 너무 충실한 캐릭터들로 등장함으로써 관객들은 영화의 진행에 쉽게 적응하게 되고 진행방향에 대해서도 쉽게 예측을 할 수 있어서 영화의 흡인력을 높이게 만들기는 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반대로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신선함은 많이 사라지제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그렇게 전형적인 등장인물들이기는 하지만 배역들이 그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생각 이상으로 잘 어울렸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속도감 있는 진행과 앞서 얘기했듯이 활동하는 공간이라는 배경이 너무 실감나서 개성 없는 등장인물들이 요란을 떨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액션 영화임에도 생각보다 크게 인상적인 액션 장면이 없었다는 점이었는데, 나쁘지 않은 장면들과 이야기 구성이라는 점에서 분명 괜찮은 구석이 있는 작품이지만 최근 헐리우드 영화들 중 현실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액션 장면들에 영향을 많이 느껴지는 액션 장면들 말고는 크게 인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게다가 액션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설정(총기)까지 더해지면서 작품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감이 조금은 어긋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더욱 실망스럽게 느껴지게 되었다.

좀 더 인상적인 장면들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총기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몇몇 장면이 (실제로) 좀 더 인상적이게 되었고, 이야기 진행 과정을 풀어내는데 보다 수월하기도 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이 작품이 갖고 있는 현실감을 많이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는데, 아마도 이러한 부분은 조금은 여러 고민들이 겹쳐짐으로써 선택된 결과(상업적 고민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을까?)인 것 같다. 좀 더 후진 느낌이 들더라도(칼부림과 격투) 총기를 등장시키지 않았었다면 좀 더 작품에 생동감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멋진 성취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반대로 조금은 고민했기를 바라는 아쉬움도 함께 느껴지는 ‘아저씨’는 황당할 정도로 허세로 가득한 대사와 너무 만화적인 느낌의 배역들로 인해서 그리고 그 배역들에 너무 몰두하고 있는 것인지 이상하게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게 만드는 연기자들의 연기로 인해서 많은 부분이 아쉽게 느껴지고 있기는 하지만 작품의 진행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장면들과 연속된 풍경들은 분명 이후의 한국 영화에서 많은 부분 참고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잘생긴 원빈보다 그가 머물고 돌아다닌 장소들 그리고 그 공간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참고 : 원빈은 이 작품을 통해서 생각보다 쉽게 재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잘생긴 얼굴 덕분에 혹은 그 얼굴만으로도 쉽게 연기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겠지만 보다 연기를 한다는 것에 집중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이 그가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기 보다는 그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는 점이 더 크기는 한 것 같지만 심하게 간지러운 대사들을 그가 내뱉었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은 들어줄 수 있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