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 하버드대의 컴퓨터 천재 ‘마크’는 비밀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에게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 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마크’는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을 개발, 절친 ‘왈도’의 도움으로 사이트를 오픈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고, 유명한 냅스터의 창시자 ‘숀’의 참여로 전세계로 번지면서 ‘마크’는 기업가치 58조원,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그 순간 윈클보스 형제는 물론 ‘왈도’마저 전대미문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하버드 천재들간의 치열한 아이디어 전쟁이 시작되는데…”

데이빗 핀처의 작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가 연출한 신작 ‘소셜 네트워크’도 조금은 늦기는 했지만 찾아보게 되었고, 그가 이전의 그의 작품들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은 그의 여전한 연출력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지만

조금은 그의 변화된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다.

‘조디악’에서 부터 보이던 그의 변화는 ‘벤자민...’을 통해서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하게 만들었었는데, 상대적으로 빠르게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소셜 네트워크’는 어떤 목적으로 작품들을 만들어 낼 것인지 궁금증만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애초부터 ‘페이스 북’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에도 흥미 있는 내용이기는 하겠지만 조금은 뻔할 것 같은 이야기일 것 같았고, 그걸 데이빗 핀처가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질 나쁜 농담은 아니었지만 꽤 흡족하면서도 어쩐지 아쉬움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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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인터넷의 시대의 영웅들에 대한 성공담 그리고 21세기 엘리트들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는 영화적인 완성도 만큼이나 공을 들인 파티와 모임 장면들이 인상적인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감상하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 할 작품이다.

록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연주와 매력적인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괴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은 시작한다. 청년은 쉴새없이 떠들고 있지만 여성과의 대화는 맥이 끊기기만 하고 자신의 우월감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에만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그들 중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엉망진창의 말버릇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이가 앞으로 5억명의 가입자가 있고 점점 더 불어만 가는 재산에 감당을 못하는 청년인 마크 주커버그이고 그는 여성의 이별통보에 대한 복수심으로 하버드에 재학 중인 여성 학생들에 대한 미녀 선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근신 처분에 처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청년에게 찾아온 유명 사교 클럽에 가입한 이들에게 좋은 조건에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받고 그들의 의뢰에 영감을 받아 보다 ‘쿨’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공개하고 서로를 연결 맺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개발을 위해서 그는 절친한 친구 왈도와 함께하게 되고,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그저 대학생들이 만들고 학교 친구들끼리 사용하기에는 너무 인상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 방법이었다.

그들은 점점 더 확장하려고 하고, 이 과정에서 냅스터로 음악 사업을 붕괴시키게 만든 숀을 만나게 된다.

숀의 비전과 사업적 수완에 큰 호감을 갖게 된 마크는 숀과 함께하려고 하지만 그런 마크에 왈도는 불안해한다. 그 과정 속에서 페이스 북은 점점 더 성장하고 미국과 대학생만이 아니라 일반인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커다란 성공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성공 속에서 마크는 둘도 없는 절친한 왈도와의 관계가 파국을 맞고, 좀 더 거대한 꿈을 안겨준 숀과는 숀의 큰 실수로 인해서 소원해지게 된다. 그렇게 엄청난 성공과 꿈을 이룬 마크는 그에게 영감을 주었고 둘 도 없는 친구였던 이들을 잃게 된다.

새로운 시대의 ‘시민 케인’이라는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는 이처럼 조금은 익숙한 방식의 줄거리를 갖고 있다. 컴퓨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던 청년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영감을 받아 만든 웹 사이트를 통해서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성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그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씩 떠나게 되거나 떠나보내게 되거나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고, 이는 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성공하기 위한 흔해빠진 수순이고 과정이다.

그 과정은 근대 초기이거나 근대 이후를 말하는 지금 이 시대이거나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데이빗 핀처는 하버드 젊은이들의 ‘라쇼몽’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러기에는 작품은 분명 마크를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이지는 못하고 있다. 혹은 그렇게 느끼기에는 궁금증을 만드는 것에 크게 노력하지 않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갖고 있는 시각의 차이가 분명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라쇼몽’과 같이 다양한 진실로서 바라보도록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데이빗 핀처는 ‘라쇼몽’을 의식하고 있는 21세기 성공 신화 버전의 ‘시민 케인’을 만들게 되었을 뿐이다. 목표를 엉뚱하게 잡고 있기는 했지만 특별히 이상한 결과물은 아니니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작품은 기묘한 역설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교 모임에 가입하고 싶어 하고,

그들에게서 가장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마크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누구와도 맺어질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된다.

그의 절친 왈도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의 문제에 불필요한 언급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증언 기록에 별 것 아닌 것들도 기록되게 만든다. 그게 그의 실수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만든다.

항상 신사적이어야 하고 하버드 학생이라는 자존심에 고상한 모습을 항상 보이려는 윈클보스 형제는 가장 전형적인 추악한 진흙탕 싸움(소송)에 가담하게 된다.

기묘한 역설의 시대

배타적인 관계 맺기를 목표로 하던 웹 사이트가 누구와도 맺어질 수 있는 웹 사이트가 되어버린 결과와 같이 누구와도 맺어질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누구와도 함께하지 못하는 ‘F5’와 ‘새로 고침’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고, 그들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관계와 헤어짐을 담아내며 이 시대의 야망을 가진 이들의 모습과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공하는지를 담아내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는 그 성공의 과정 속에서 어떤 이면의 모습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성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데이빗 핀처는 그동안 일부러 발산하지 않던 특유의 속도감 있는 편집을 앞세워 평범한 줄거리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만들었고, 이는 많은 관객들에게 큰 호감을 얻게 된 것 같다.

대부분 순식간에 흘러간 상영 시간이라는 평이 우세한데, 일반적인 관람자로서는 예측 가능한 줄거리와 변화무쌍한 이야기 구성 속에서 속도감 있는 진행과 위트 있는 대사들 그리고 현란한 편집에 큰 호감을 갖게 된 것 같고, 이런 호의적인 반응 때문인지 아마도 지금 데이빗 핀처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수완 좋고 더 거대한 꿈을 갖게 만드는 숀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그릇은 작지만 그리고 엄청난 성공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보다 평범해 보이고 20대의 모습을 보이는 왈도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엄청난 성공을 하지만 그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져 자기 자신만이 남게 된 마크의 모습은 익숙한 장면이고 결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상 깊다.

자본주의는 변하지 않고 있고,

변한 듯이 생각하고 느껴질 뿐이라는 말을 그의 모습과 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들려고 이 작품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겠지만.

관계 맺기라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의 관계 맺기와 성공 신화에 대한 ‘소셜 네트워크’는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고, 그 과정을 데이빗 핀처 특유의 속도감과 편집으로 채우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그동안 보여주는데 인색했던 화려함을 다시 앞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과 맺어질 수 있지만 단 한사람도 제대로 맺어지지 못하고 있는 마크의 모습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것은 단 한사람만을 찾고 있지만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도 마찬가지다.

참고 : 페이스 북을 하지 않으면서 이 작품을 본다는 것은 조금은 맥빠진 관람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