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타키타니는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재즈 연주로 항상 집을 비우는 가운데 토니는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면서 주변사람에게 항상 "너의 그림에는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에게 있어 '감정'이란 비논리적이고 미성숙한 것일 뿐이었다.

정교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확실한 재능을 보인 그는 어느 날 아담한 체구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에이코란 여성에게 불현듯 마음을 뺏겨 결혼에까지 이른다. 그의 삶은 변화했고, 난생 처음으로 생의 떨림을 맛보았으며 '다시 외로워진다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에이코에게는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을 구매하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녀의 쇼핑에 대한 집착은 점점 커져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토니는 걱정이 되어 그러한 충동을 억제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얘기해보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다시 혼자가 된 토니는 멍하니 앉아 아내가 남긴 옷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너무도 아름다운 옷들이 마치 그녀의 유령을 보는 듯 하여 괴로움에 빠진다. 토니는 결국 아내와 완벽히 일치하는 치수를 가진 여성을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내게 되고 그의 광고를 보고 한 여인이 찾아오는데...”

특별히 외롭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몇 년 전 개봉되어서 잔잔한 호응을 얻었던(것 같은)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에 정적인 화면과 허전한 듯 하면서도 인상적인 구도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까지 잘 채워져 있는 일본 영화이고,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것이 전형적인 일본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어떤 점이 전형적이냐고 묻는다면 하나씩 지적하며 말할 수 없기는 하겠지만...

보면 왜 그런 말을 하게 되는지 이해는 될 것이다.

고독한 이의 고독한 삶의 조각들을 감정을 자제하며 무덤덤하게 담아내고 있는 ‘토니 타키타니’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리고 생각들을 독백으로 표현하면서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고, 그 감정과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가 어째서 지금의 그가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림에 감정도, 정치도, 철학도 채워 넣는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정교함 그 자체에 매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 토니는 어릴 때부터 독특한 이름 덕분에 사람들과의 관계에 서툴렀고, 그의 아버지는 아버지의 책임감 보다는 방랑벽과 재즈에 더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서투른 아버지였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한 토니는 자신이 재능을 발휘하는 기계 관련 일러스트를 통해서 성공을 거두지만 그의 삶은 고독과 허전함으로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토니에게 한명의 여성이 등장하고 그녀에게 마음을 뺏긴 그는 그녀와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애정과 관심에 여성도 함께하게 되고, 그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한때를 보내게 되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약간의 단점으로 인해서 그녀는 안타까운 죽음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빈자리에 괴로워하는 토니는 그녀의 그림자를 찾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에서 가장 슬픈 것은 자신이 고독하고 외롭다고 자각되지 않던 이가 한번의 사랑으로 인해서 그리고 이별로 인해서 자신이 지독히도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진정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이는 자기 자신이 고독하고 외롭다고 깨닫지 못하는 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애쓰기 마련이고 작품의 주인공 토니처럼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하게 되기 마련이고 누군가를 찾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쓸쓸함과 허전함을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글을 통해서 담아내고 있고, 이로 인해서 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토니 타키타니’에서도 그 특유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영화나 원작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원작의 매력을 영화가 잘 표현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항상 고독과 허무 그리고 외로움에 대해서 많은 글들을 만들어낸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답게 그가 선호하는 몇몇 요소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고, 그가 빚어내고 있는 무표정 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도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그는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꺼내고 있고, 그 과정과 감정들 그리고 생각에 많은 이들이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하루키의 작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기는 하지만 무언가 허전한 감정을 채워주는 것에 그의 글이 갖고 있는 매력이 분명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영화 ‘토니 타키타니’도 회색 빛이 스며든 화면들 속에서, 그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카메라의 시선들 속에서, 어색한 듯 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표정을 통해서 표현해내는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통해서, 약간의 소품과 지친 듯한 독백들을 통해서 그 감정을 성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호감을 갖지는 못할 것 같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외로움을 아는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찾아보게 될 것 같은 작품이다.

물론, 외로움과 고독감 속에 있는 이들은 그 감정 자체에 무덤덤하게 느껴질 것이니 이 작품을 찾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참고 : 매일 거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옷에 대한 집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알 것 같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