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난감들이 겪는 가장 슬픈일은 바로 주인이 성장해 더이상 자신들과 놀아주지 않는 것. 우디와 버즈에게도 그 위기가 찾아온다. 앤디가 대학에 진학, 집을 떠나게 된 것. 헤어짐의 불안에 떨던 토이들은 앤디 엄마의 실수로 집을 나오게 된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탁아소에 기증되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오마이갓, 어린이집 애들 장난이 아니게 난폭하고 험하다. 그리고 상상도 못했던 거대한 음모까지 숨겨져 있는 어린이집 장난감의 세계. 그러다 앤디가 여전히 자신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이 군단은 앤디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애 가장 큰 모험을 결심한다. 우디를 중심으로 똘똘뭉친 토이들 과연 이들의 위대한 탈출은 성공할 것인가!”

올해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생각보다 큰 환호가 없는 작품들 중에서 ‘토이 스토리 3’도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호응이 적은 반응이었는데, 사람들이 이제는 관심이 많이 시들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봉 시기가 애매했기 때문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1990년대 중반에 발표되어 당시로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이었고, 완성도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에 제작된 속편도 조금은 신선함이 줄기는 했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에 큰 호응을 얻었었다. 그렇게 호평 속에서 잊혀졌던 ‘토이 스토리’를 뒤늦게 끝맺기 위해서 새롭게 3편이 제작되었고,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리고 이전 두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좋은 평가로 인해서 느꼈을 법한 부담감도 의식되지 않았는지 좋은 끝맺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놀아주기를 바라지만 이제는 자신들을 갖고 놀기에는 너무나 커버린 것을 깨달은 장난감들은 자신에게 놓인 미래가 다락방과 중고 상품 중 어딘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자신과 놀아주기를 바라고 있고, 그런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국 버려지게 된다.

우연하게 도착한 놀이방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들의 꿈과는 다르게 그곳은 생각 이상으로 과격하고 구분된 곳이었다. 다시금 자신을 기다려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이전 주인에게 향하기 위해 그곳을 지배하는 삐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는 인형을 상대로 모험을 계속한다.

이상과 같은 줄거리를 통해서 ‘토이 스토리 3’는 멋진 이야기 구성과 연출 그리고 주인과 대상 / 계급과 구분에 대해서 현실을 은유하고 반영하고 있다.

이야기는 느슨해질 틈이 없이 잘 짜여져 있다.

흥겨운 시작과 함께 쏜살같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우디와 그의 친구들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단순하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 마지막 놀이방과 쓰레기 매립장에서의 모험까지 그리고 자신들의 마지막을 예감하며 서로의 손을 잡는 모습과 모든 모험을 끝내고 새로운 주인의 장남감이 되는 장면까지 부족함 없는 장면들이었고 순간들이었다. 게다가 왁자지껄한 에필로그까지 최고! 라는 말이 나올 수 밖게 없게 만든다.

그동안의 ‘토이 스토리’가 담고 있던 작품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픽사 제작진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거기에 약간의 은유와 반영을 하고 있는 우화를 담아내고 있기까지 해서 보다 더 풍부한 작품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첫 번째 우화는 주인과 (놀이) 대상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우디와 친구들은 항상 자신들의 주인인 앤디가 자신과 놀아주기를 바라지만 앤디가 많이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자신들은 곧 다락방이나 중고시장 아니면 최악으로는 쓰레기가 되리라는 생각에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로 인해서 버림을 받는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신들에 대한 주인이 되기보다는 지금의 주인이 여전히 자신을 다뤄주기를 바라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줄 새로운 주인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의 초반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나는 장난감 병사들의 모습은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들이 다시 등장하는 장면은 마지막이 돼서야 다시금 등장한다. 반대로 장난감 병사들과는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주인에게서 떠나는 룻소는 보다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우디와 친구들처럼 장난감이 아닌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그들처럼 누군가가 자신들을 불러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이기를 그리고 자신이 필요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자신을 불러주고 다뤄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의 어린 양들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자신을 다루기 보다는 누군가가 자신을 찾기를 바라고만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꿈이 좌절 되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언제나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로 인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부정과 분노이고 이로 인해서 맞이하는 선택은 대부분 삐뚤어진 선택이다.

이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삐뚤어진 생각으로 놀이방을 지배하는 곰인형 룻소의 모습은 ‘토이 스토리 3’가 담고 있는 두 번째 우화일 것이다. 그의 모습은 자기 자신이 특별하고 언제나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 사실에 분노하고 부정하지만 그 분노는 새로운 불평등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놀이방에서 그가 만들어낸 구조는 지금 현실을 반영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자신과 동등한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서로가 서로를 위협하고 있고, 새롭게 자신들의 영역에 입성하지 못하도록 다른 공간과 조건 속에 놓이도록 하고 있다. 서로가 노력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모든 고난을 주어지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이상향은 몇 골목만 꺽으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그곳을 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을 겪어야만 한다.

영화의 끝에 룻소가 맞게 되는 결말과 우디와 친구들이 맞게 되는 행복은 영화적인 의미에서는 자연스러운 귀결이고 결말이겠지만, 그리고 그들로 인해서 불평등한 구조가 사라진 놀이방의 모습은 전형적인 끝맺음이겠지만 그것은 결코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손해를 감수하기를 요구하고 있고, 그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영화처럼 행복한 결말을 향하지 못하고 룻소가 지배하는 공포와 불안을 만들어내는 사회를 양산하게 될 뿐이다.

이처럼 ‘토이 스토리 3’는 어떻게 잊혀지는가를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고, 이와 함께 새로운 주인에 대한 간절한 기대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 받아들임과 기대가 결국 누군가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동일한 구조라는 것도 밝혀내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안락한 환경의 노예 / 대상이 되려고 한다는 점과 그 노력이 성공했다는 것에 환호하고 감동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임과 동시에 모순의 극복을 부분적으로만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불평등한 구조와 환경 자체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방식의 위험한 발상까지는 담아내지 않고 있고, 아마도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약간은 다른 발상은 룻소와 같이 비틀린 방식을 통해서 그리고 이기적인 방식으로만 표출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현실에 대한 부정은 부정적인 모습으로서 비춰지게 된다.

이런 내용과 반영 그리고 은유를 ‘토이 스토리 3’는 영화적 재미와 함께 담아냄으로써 성공적으로 시리즈를 끝내고 있고, 이 작품으로부터 시작한 픽사의 성공가도가 여전히 계속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얄미울 정도로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어낼 것 같다.

참고 : 1. 미국 사회에서 히스패닉의 증가와 보다 다인종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버즈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는 것과 앤디가 장난감을 전달하는 이가 백인이 아니라는 것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동양인은 그 ‘다인종’에 제대로 포함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2. 토토로가 등장하지만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항상 화면 중심이 아닌 어딘가에 있을 뿐이기 때문에 그저 특별출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