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뉴욕시. 바톤 핑크(Barton Fink: 존 터투로 분)는 보통 사람을 찬양하는 드라마를 써서 유명해진 극작가이다. 핑크의 대성공을 들은 헐리웃 영화계는 그를 스카웃하려한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진출을 망설이지만,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매니저의 권유로 LA로 간다. 기대와 불안감을 안고 캐피탈 영화사 사장인 잭 립닉(Jack Lipnick: 마이클 러너 분)과 첫 대면을 가진다. 수다스럽고 돈밖에 모르는 잭은 핑크에게 레슬링 시나리오를 써달라 부탁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핑크는 호텔로 돌아와 크게 후회한다. 레슬링을 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난감해진 핑크는 단 몇줄만을 써놓은 채 있다가 옆방에서 나는 남자의 울음소리, 그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했다가 찰리(Charlie Meadows: 존 굿맨 분)에게 얻어맞을 뻔한 일을 계기로 그와 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핑크는 시나리오가 진전이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작가 W.P. 메이휴(W.P. Mayhew: 존 마호니 분)를 만나게 된다. 메이휴는 알콜 중독자로 타락하여 그의 비서 오드리(Audrey Taylor: 주디 데이비스 분)가 대필을 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잭 립닉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작품은 안 되었고 할 수 없이 오드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서로 외로운 처지의 두 사람은 핑크의 집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눈다. 잠에서 깬 핑크는 피투성이가 된채 살해된 오드리를 보고 경악한다. 당황한 핑크는 찰리에게 도움울 구한다. 찰리는 경찰에 신고하면 죄를 뒤집어 쓴다며 시체를 처리하고 사건을 숨긴다. 그후 찰리는 뉴옥 출장을 가면서 상자 하나를 맡긴다. 핑크는 찰리에게 가족이 사는 주소를 알려주며 찾아가면 잘해줄거라 말한다.

그뒤 두 형사가 그를 찾아온다. 그들은 핑크에게 찰리가 신분을 가장해 사람들을 죽인 후 목을 잘라 버리는 무시무시한 싸이코 킬러 문트라고 설명하며 당신도 공범자가 아니냐며 추궁한다. 놀라움에 떨면서, 오드리의 목이 들어있을지 모를 상자를 보며 영감을 얻은 핑크는 미친 사람처럼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시나리오의 완성으로 기쁨에 들떠 있을 때, 찰리는 호텔에 불을 지르고 형사들을 모두 총으로 쏘아 죽인다. 그뒤 핑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이 나를 뚱보라고 놀렸지. 그래서 죽인거야. 하지만 그것 보단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생들이 불쌍해서 죽여준 거지. 내가 오히려 도와준 셈이야" 그는 이 말을 남기며 불타는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핑크는 자신의 가족도 살해된 것을 알게 되고, 오드리의 목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가방을 든 채 호텔을 떠나 해변을 향한다.”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는 그들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예술적인 성향이 가득한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그들의 의도는 꽤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칸 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고 수상을 하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 작품이다.

물론, 팬들에 따라서는 그들이 지나치게 예술적인 성향을 보여주어 그들 특유의 건조하고 날카로운 그러면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분위기를 잘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비슷하게 언급하고 있듯이 조금은 열린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기도 하고, 간략하게 정리하기 보다는 다양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하고 편집증 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으며, 몇몇 문학 작품들과 유럽 영화들에 많은 영향을 받은 연출과 분위기 그리고 세트 구성을 보이고 있다.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평단의 호평과 찬사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작품 발표를 한 극작가 바톤 핑크에게 헐리우드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내놓게 되고 이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에 따라 바톤 핑크는 헐리우드로 향해 불같은 성격의 제작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지만 쓰려는 글은 써지지 않고 있을 뿐이고, 그는 점점 더 암울해져만 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그가 우상처럼 생각하던 작가 메이휴를 만나게 되고 그를 만나게 되어 무언가 글을 쓸 수 있는 활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가 생각하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또다른 좌절감을 겪게 된다. 그런 좌절감 속에서 옆방에서 지내고 있는 보험 영업을 하는 찰리를 통해서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우정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써지지 않는 글로 인해서 그는 점점 더 혼란을 겪게 되고 이 와중에 그에게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코엔 형제는 ‘바톤 핑크’를 통해서 극작가가 창작을 하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압박감과 좌절 그리고 창작의 고뇌를 담고자 하고 있고, 그 고뇌 속에서 주인공 핑크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보다 이야기를 확장시키기도 하고 복잡하게 엮어 내기도 한다.

극작가 핑크는 점점 더 혼란스럽기만 하고 있고,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뿐이지 어떤 글도 쓰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렇게나 펼쳐진 책들은 자신이 쓰려는 글이 어른거릴 뿐이고 그런 상황으로 인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 주변 인물들 중 그의 옆방에서 살고 있는 보험 영업을 하는 찰리는 그가 항상 강조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이고 그에게 자신은 환상과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글로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핑크는 정작 어떤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있다고 말하는 그의 말을 항상 듣지도 않고 자신의 얘기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코엔 형제는 이들을 통해서 헐리우드 식의 꿈과 환상을 제공하는 이야기와 보다 현실에 근접하고 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려고 하는 이야기들 중에서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혹은 그 이야기들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언급하고 있고, 생각보다 더 복잡한 그 차이와 구분을 논의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작품 속 영화 제작자와 감독이 보이는 속물적인 모습들과 겹쳐 보임으로써 헐리우드와 그들의 제작방식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글이 쓰이지 않는 글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핑크의 또다른 구원자는 핑크가 우상처럼 생각하던 작가 메이휴이고, 핑크는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려고 하지 않고 헐리우드에서 엉망인 시나리오나 쓰면서 알콜 중독에 자신의 재능을 탕진하는 그의 모습에 큰 실망감을 갖게 되고 그의 애인이자 비서인 여성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가 메이휴의 글들을 대필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욱 실망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우연하게 나눈 그녀와의 사랑 뒤에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서 핑크의 혼란함은 극에 달하게 된다.

그 혼란 속에서 핑크는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고,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표한 자신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이 되리라는 예감으로 써낸 그의 글은 영화 제작자의 냉소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어떤 정당한 평가도 받지 못하며 무시당하게 된다.

제작자의 분노는 그와의 계약을 철회하기 보다는 그가 어떤 글도 발표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선포하는 악랄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그동안의 사건들과 자신의 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좌절감에 빠진 핑크는 해변가로 향하게 되고, 실망감 속에서 처음 호텔에 도착했을 때 인상 깊게 바라보던 해변가의 여인의 모습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서 작품은 끝맺게 된다.

창작자로서의 고뇌

헐리우드에 대한 불편한 감정

헐리우드에서 재능을 탕진하는 이들의 모습

상업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제작자

영화보다는 영화 외의 얘기를 더 나누고 있는 영화감독

작가의 글을 대필하면서 작가의 곁에 머물고 있는 여인

필요 이상으로 쾌활하지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고, 결국 감춰둔 비밀이 밝혀지는 옆방에 투숙한 보험 영업인

허름하고 낡은 방과 떨어지기만 하고 있는 벽지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모든 것이 불타오르며 맞게 되는 결말

모든 혼란을 뒤로 하고 보여주는 해변가와 여인의 모습 그리고 파도 소리까지...

복잡하고 은유적이면서 코엔 형제가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여러 고전들에 대한 인용까지 뒤범벅된 ‘바톤 핑크’에 대해서 그들 특유의 냉소적이고 건조한 분위기 보다는 보다 다양하고 혼란스러움만 강조되고 있음으로 인해서 그들의 작품답지 않다는 생각이 보다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장면들과 이야기 그리고 작품이 담고 있는 다양한 시선들은 느슨하고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뿐인 이 작품에 대해서 보다 호의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바톤 핑크’ 이후에 그들의 예술적 성향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보이는 작품이 발표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자신들이 꼭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작품을 부족함 없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더 이상 이와 같은 결과물은 만들어내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점 곤혹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있는 핑크의 모습과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광기에 빠진 찰리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 작품이 이야기 자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