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무기를 직접 제작해 타겟을 제거하는 노련한 암살요원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에서 임무를 마치고 사진작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이탈리아로 향하고 그곳에서 미스터리한 의뢰인, 마틸다에게 새로운 무기를 제작해주라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감시 중인 시선을 느끼고, 자신이 타겟이 되었음을 직감한 잭은 점점 더 거대한 위협에 빠져드는데.… 마지막 순간, 본능대로! 이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영화라는 것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접할 수 있으면서도 각자의 성향과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진실이면서도 자주 그렇다는 것을 잊고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안톤 코르빈 / 조지 클루니의 ‘아메리칸’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입장을 접하다보면 사람에 따라 얼마나 만족스러움이 달라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록밴드 조이 디비전의 이언 커티스에 관한 작품인 ‘컨트롤’을 통해서 인상적인 영상 감각과 그보다는 후진 작품 완성도로 절반의 성공을 보인 안톤 코르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보다 안정적인 연출과 감각을 선보이고 있고, 조지 클루니는 ‘시리아나’, ‘마이클 클레이튼’, ‘인 디 에어’로 이어지는 멋진 모습을 갖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는 공허함도 갖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이제 조지 클루니의 캐릭터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피곤함에 쌓여 있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신경이 날카로운 모습의 조지 클루니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아메리칸’은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는 이방인의 삶의 끝자락을 담아내고 있고, 그가 느끼는 피곤함과 불안감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환호할 것이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루함에 짜증스럽게 반응하기만 할 것이다. 아마도 그 반응은 뭔가 화끈한 것을 보여줄 듯 하면서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짜증스러움일 것이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미국인’은 이중의 의미에서 이방인이다.

그는 작품의 주된 배경인 이탈리아 지방 도시에서 다른 이들과 다른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이방인이고, 무기를 제작하고 누군가를 살해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다른 이들에게 진실된 모습을 보이지 못함과 언제나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홀로 지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방인이다.

그런 그가 갑작스러운 습격과 이로 인한 도주 그리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잠시 숨어 지내는 마을에서 말하지 않던 자신의 숨겨진 마음을 헤아려주는 신부와 단순히 성적 욕구를 해소하게 해주던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여인, 의심스러운 느낌의 총기 제작을 의뢰하는 여성의 만남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보여준다.

이탈리아 지방에 있는 옛 도시를 배경으로 고풍스럽고 미로와 같은 느낌의 분위기와 서로 뭔가를 숨기면서도 조금씩 열어나가는 신부와의 대화와 그저 성적인 관계로 시작해서 서로 호감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다가가게 되는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혼란스러움과 불안감을 겹쳐내고 있는 조지 클루니의 표정까지 이제는 익숙한 느낌의 조지 클루니의 작품이고 느슨하고 정적인 분위기와 함께 작품은 격렬하기 보다는 느긋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시리아나’에서부터 시작한 조지 클루니의 일련의 작품들은 항상 멋지고 쿨했던(그리고 뻔뻔하던) 자신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는 점점 고독해지고, 피곤함에 쌓여 있으며, 막다른 길목에 빠져드는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약해졌다.

일종의 ‘중년의 위기’에 빠지는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는데, ‘노쇠한 CIA 요원 - 빚더미에 쌓인 변호사 - 변해버린 자본주의 환경에 조금씩 뒤처지는 해고 담당’이라는 캐릭터들을 통해서,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알 수 없는 위기에 빠지는 킬러’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그 위기와 불안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멋진 척 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이전의 어떤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던 모습을 떠올린다면 점점 더 육체적 / 정신적으로 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약해져감과 함께 마지막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돌려놓고 싶지만 그 돌려놓고자 하는 결심과 함께 겪게 되는 비극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고, 그 놓쳐지는 순간들에 대한 좌절하는 모습을 더욱 감정적으로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그가 안타까움에 운전석을 손으로 내리치는 장면은 누구나 그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고, 그 놓쳐진 운명에 대한 아쉬움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구성 상 조금은 공백이 있기도 하고, 약간은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멋진 연기와 좋은 연출은 허전함을 구성에서의 허전함으로 생각하게 만들기 보다는 주인공이 느끼고 있는 그리고 놓여있는 공허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불만스러운 평가들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지루하기만 한 작품일지 몰라도 무언가 잃은 것이 있는 그리고 간절히 원했지만 놓쳐버린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가슴 시리게 공감되는 작품이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그 잃어버린 것들을 알게 될 정도로 여유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처럼 영화적으로 깨달을 수 있지는 못하겠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했지만 그것을 잃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잃은 것들로 인해서 남은 삶을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참고 : 1. 이제 조지 클루니에게서도 조금씩 늙음이 보인다.

2. 세르지오 레오네의 작품에 대한 언급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진 않다.

3. 어쩐지 콜린 퍼스의 ‘싱글 맨’을 떠올리게 된다. 장르도 내용도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정서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