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의 런던. 알렉스와 그의 세 친구들 피트, 조지, 팀은 미래의 방황하는 청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그들은 코로바 우유가게(마약의 함유된 우유를 파는 가계)에 드나들며 여기저기서 온갖 비행을 일삼는다. 결국 나레이터이자 주인공인 알렉스는 친구들의 배신으로 감화원에 들어가게 된다.

감화원에서 자의에 의해 루드비코 치료원으로 간 알렉스는 온갖 고통 속에서 치료 아닌 치료(세뇌교육)을 받고 사회로 화원되나 그가 이전에 저지른 비인간적인 비행의 대가로서 피해자들로부터 다시 고통을 받게 된다.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창 밖으로 투신하여 병원으로 실려간다.

그러나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을 때는 정부 시책의 하나였던 루드비코 치료법(인권을 말살하는 비인간적인 치료법)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난을 무마시키기 위해 병문안을 온 정부관리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알렉스와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알렉스는 중얼거린다. 고상하게 차려입은 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인과의 섹스를 상상하며 ‘나는 완전히 치유되었다.’”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0663

이제까지 영화를 통해서 인간의 폭력성을 탐구한 작품들은 많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간의 폭력성을 탐구하는 작품들 중에서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작품들 중에서 ‘시계태엽 오렌지’처럼 논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을 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워낙 시끄러운 논쟁을 만들었던 작품이고,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에서는 공개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그동안의 명성 때문에 접한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실망스러웠을 것이고 예상보다 자극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세상이 더욱 잔혹해지기도 했을 것이고,

우리의 내면에 보다 더 큰 폭력성을 감춰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불평의 대부분은 초반 알렉스와 그의 일당들이 벌이는 무차별적인 폭력과 함께 이 작품의 결말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논쟁과 불만일 것인데, 초반 위압적인 표정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는 알렉스의 표정과 함께 그와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무차별적인 그리고 그렇게 이유가 없는 폭력으로 인해서 더욱 강렬하고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폭력에 대부분의 장면을 할애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은 그 폭력적인 장면과 인상들 속에 지속적으로 베토벤의 음악과 그의 모습을 들리게 하고 보이게 하고 있는데, 그 장면들을 통해서 그가 어떤 의도를 하고 있는지는 조금은 애매한 느낌이 들게 된다. 베토벤의 음악이 갖고 있는 강렬함 때문에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것인지 아니면 보다 더 은밀한 꿍꿍이가 있었던 것인지...

폭력

강간

혼음

약물

탈선

통제 불능

이런 단어를 떠올리는 장면들로 초반 부분은 채워져 있고, 이 장면들을 통해서 엉망진창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대해서 스탠리 큐브릭의 시각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다. 혼란을 만들어낼 뿐이고, 그것이 목적일 뿐인 (목적 없고 / 이유 없는)폭력으로 이뤄진 초반에서 벗어나 중반부터는 동료들의 배신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된 알렉스가 교정 / 교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국가와 체제 / 체계가 주입하는 (목적을 갖고 / 이유가 있는 - 질서와 안정을 만들어내기 위한) 폭력을 담아내고 있다.

관료와 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낸 치료 및 세뇌 혹은 고문을 통해서 알렉스는 폭력성이 거세되어 버리고, 그렇게 의도적이고 선의라는 명목의 악의적인 방법을 통해서 폭력성이 제거된 알렉스는 감옥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가족에게 버림 받고, 이전에 자신이 괴롭히던 이들에게 반대로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그가 순전히 재미를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한 가정을 우연찮게 다시금 방문하여 그곳에서 그는 괴로움 보다 달콤한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를 통해서 알렉스는 정치적인 갈등의 중심에 놓이게 되고, 체계적이고 권위적인 그리고 얼마 뒤의 선거나 신경 쓰고 있을 뿐인 정부와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미디어에 자신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그들과 타협하게 된다. 그리고 알렉스를 이용해서 현재 체제를 비판하려는 이들도 결국 그들과 별다를 것 없는 존재들이라는 방식으로 보이도록 하며 양쪽 모두를 비판하고 있고, 그렇게 모든 것들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다음 누구나 내면에 갖고 있을 폭력성을 긍정하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 한다.

그 긍정을 통해서 알렉스는 그리고 폭력성은 긍정되고 치유되었다는 언급으로 작품은 마무리 된다.

스탠리 큐브릭의 비꼼과 뒤틀린 상상력 그리고 폭력에 대한 탐닉으로 이뤄진 ‘시계태엽 오렌지’는 꽤 위험한 시선을 보이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괴팍한 상상력은 모든 것을 비틀고 있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의도에서 그리고 그 창조 없는 파괴에 빠져들어 모든 것을 붕괴시키고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폭력성에 대한 긍정에 애매한 입장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떠한 목적도 의도도 없는 그리고 창조도 없는 폭력은 승화되지 못한 허무에 대한 의지일 뿐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게 되고 있고 어떤 의도를 갖고 제작되었든 실망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목적과 의도를 갖게 되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를 야기한다는 방식으로 바라보게 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음으로써 어떤 문제점이 사라지게 되는지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계태엽 오렌지’는 옹호 보다는 비난하게 되는 것 같다.

그와 마찬가지로 체제와 체계에 의한 폭력과 개인의 폭력성에 대한 거세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거부감이 개개인의 폭력성과 무정부주의적인 성향 그리고 허무에 대한 의지에 긍정하게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다 적절한 방식으로 승화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고, 그렇기 때문에 스탠리 큐브릭의 시각과 선택은 섣부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출에서는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장면들로 이뤄져 있기는 그 장면들에 담겨진 의도와 생각들로 인해서 이 작품은 여전히 불만스럽기만 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이 작품은 여전히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중 가장 불만스러운 작품으로 꼽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