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마음속 근원적 공포를 자극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는 호러소설의 고전 ! "
[장난감 수리공]은 총 45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단편 소설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글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면서 마지막에는 커다란 한방을 선사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동생을 돌보다가 했던 실수로 인해 부모님에게 꾸지람은 물론 무서운 체벌을 당하기도 했던 소녀. 그러던 어느 무더운 날 여느 때처럼 동생을 데리고 심부름을 다녀오던 소녀는 내리쬐는 햇볕을 견디다 못해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소녀의 등에 업혀 있었던 동생은 죽고 맙니다. 누구나 크나큰 두려움과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 소녀는 동생이 죽어서 슬프다기보다는 더 이상 동생을 봐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서 오히려 속시원함을 느끼지만 부모님께 혼날 일은 무섭고 두려울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장난감 수리공]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물이 없습니다. 동생을 보다가 실수한 소녀를 대문 기둥에 묶어버리는 체벌을 했던 부모님이나, 그런 동생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동생이 죽은 것을 기쁘게 생각했던 누나나 모두 이상해 보이는 인물들이니까요.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이상한 인물은 바로 마을에 살고 있던 '장난감 수리공'으로 어떠한 '장난감'이든 모두 고쳐낼 수 있었던 그의 모습은 글만으로도 그 기괴함이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고, 장난감이 아닌 죽은 생명까지 '고치는' 그의 행동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강력한 고어 영화가 연상될만큼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만큼 짧지만 기괴하게 느껴지면서도 강한 힘을 담고 있었던 작품 [장난감 수리공]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는 170페이지 가량 되는 중편으로, [장난감 수리공]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지누'는 퇴근후 술한잔 하기 위해 술집을 들리게 되는데 그 곳에서 '시노다'라는 남자를 만납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굉장히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는 지누를 알고 있을뿐 아니라 대학교 시절 절친했던 친구라고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지누의 기억에 시노다라는 이름은 물론 그의 얼굴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헛소리로 치부하려고 했지만 시노다가 늘어놓는 이야기들은 지누의 이야기가 맞았습니다. 때문에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지누는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지만 시노다는 '내일의 나는 없다'라는 불분명한 말들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강한 이끌림을 느낀 지누는 바로 그 자리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고 그 때부터 작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는 우리 뇌 속의 환상에 지나지 않아요.
인간은 그 환상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시간 여행자인 저도 시간의 전후 관계와 인과 관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사고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인생에서 달아나지도 못하죠 "
대학 시절 친구였다는 시노다와 지누,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사랑했던 여자 '데고나', 하지만 '데고나'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면서 두 사람은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되었고 삶마저 송두리째 흔들렸는데 때문에 두 사람은 '살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의학 전공을 살려 '시간 여행'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처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는 'SF'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고 여기에는 양자 역학, 열역학 등등의 다분히 전문적인 이야기들도 포함되고 있는데 그렇게 늘어놓는 이야기들을 모두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거기서 비롯되는 '시간 여행'은 상당히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뇌의 어느 부분에 시술을 가해서 자고 일어나면 다른 시간대로 가버리는 설정과 거기서 비롯되는 이야기들이 기존의 '시간 여행'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시간 여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은 '시간'의 본질, 그 시간에서 비롯되는 사건들을 인지한다는 것, 과연 어제와 오늘은 온전히 연결되는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인가?, 그리고 그런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경우 즉, 인과율이 파괴된 세계에서 인간이란 과연 어떤 식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인지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가 등등의 복잡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도 있습니다. 때문에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비롯하여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을 만큼 묘하게 설득력이 느껴지기도 했던 이야기는 매력적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