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과 허구, 호러와 미스터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마성의 세계 '미쓰다 월드'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처음으로 읽어 본 일본 미스터리 호러 소설의 대가 '미쓰다 신조'의 [화가]. 작품의 제목인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禍家', 즉 '재앙의 집'을 뜻하는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할머니와 함께 지방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하게 된 중학교 1학년 소년 '코타로'. 그런데 그는 마을에서 낯익은 기시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살던 곳을 한번도 떠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기시감이 생길 수가 없는 것임에두 불구하고 그 마을이 처음 온 장소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죠. 게다가 기분 나쁜 모습의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툭 던졌던 말은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고, 마을 외곽에 자리잡고 있었던 숲에서는 기묘한 분위기까지 풍겨오면서 그 마을의 느낌은 결코 코타로에게 좋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할머니와 함께 이사를 온 집이 굉장히 기분 나쁜 장소였었구요.
" 큰일 날 뻔 했어....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뒤늦게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방 안에서는 도망치는 데 사력을 다하느라 오한을 느낄 새도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듯한 뭔가의 기척에 얼굴의 핏기가 싸악 가셨다.
천천히 다른 뭔가가 코타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어쩌면 부모님을 잃은 충격에서 비롯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갑자기 바뀐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불안감 등에서 비롯되는 '환영'일 수도 있었고, 또 어쩌면 실제로 코타로가 겪는 일일 수도 있었던 굉장히 기묘하고 무서운 일들. 특히 할머니는 전혀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히 코타로 혼자만이 겪게 되는 그 집에서의 끔찍한 경험들이 생생히 묘사되고 있었던 장면들은 마치 눈 앞에 그림으로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몇몇 장면들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이렇게 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더 은근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 상황들이 오롯이 어린 소년 혼자서만 감당해야만 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근사한 분위기가 더 돋보이는 것이기도 했었구요.
[화가]가 흥미로운 것은 이사를 온 집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된 코타로가 그 모든 일들의 원인을 마을에서 만난 또래 여학생 '레나'와 함께, 즉 두 어린 학생이 그들만의 힘으로 밝혀내려고 한다는 것인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과 더불어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껴가는 두 아이 사이의 감정도 살짝 포함되고 있으면서 귀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레나의 도움 덕분인지, 처음에는 그저 두려움에만 떨었던 코타로가 조금씩 그 실체와 맞서는 용기를 얻어가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구요. 또한 일본 공포영화에서도 자주 보이는 '신사'와 관련된 그들의 문화, 그리고 어떤 한자어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비슷한 발음이라고 할지라도 완전히 다른 이름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던 그들의 이름과 관련된 부분 등이 녹아 있었던 이야기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전과 찝찝함(?)을 남기고 있는 결말까지, '미스터리 호러 소설'로서의 매력을 느끼기엔 나쁘지 않은 작품 [화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