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후花>는 황금빛으로 가득한 서로의 욕망을 담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각자 서로가 원하는 것을 숨긴 채 화려한 금빛 화려함 속에 모든 것을 숨기고 있습니다. 황후(공리)는 자신의 죽음이 황제의 계략임을 알고 반역을 준비하고 있고, 황제(주윤, Chow Yun Fat)은 황후를 죽이려고 독약을 매시간 주고 있지요.
영화 <황후花>는 사건에 대해 다소 불친절합니다. 황후와 태자(류예, 유엽)의 불륜은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 왜 시작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황후가 먼저 꼬셨을 것이다."라는 추측만이 남아있지요. 황후는 가장 가냘픈 존재입니다. 정략결혼을 하여 황후가 되었지만 철저히 혼자로 황실에 존재하고 있고 사랑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황후에게 허락이 된 사랑은 오로지 밀애로써 태자만이 가능한 것이었죠. 황후의 사랑은 비극적이지만, 다시 보면 황제를 향한 도전입니다.
황후는 철저히 팜므파탈적인 존재로 나옵니다. 황제를 없애기 위해 태자, 원걸 왕자(주걸륜), 후에는 원성 왕자 (진준걸, Qin Junjie) 마저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존재가 되었지요. 어찌 보면 황후는 원걸 왕자를 이용해 태자와의 사랑을 완성시키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황후가 금빛 국화로 수를 두며 반란을 준비한 것은 단지 중양절을 묘사한 것이 아닙니다. 황금빛은 황실을 뜻하는 것이고, 국화는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황실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것이죠. 하물며 중양절은 매년 9월 9일로 해와 달이 양이 되는 날을 의미하고, 정원은 둥글고 탁자는 네모집니다. 자연(=원) 속에 황실이자 법(=네모)이 존재하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날은 모든 것을 뒤엎기에 가장 접합한 날이죠. 마치 황제의 말을 엎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황후花>는 황제를 제외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다 비극을 맞이합니다. 이것은 황제의 막강한 권력이자, 황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제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며 황제라는 자리에 올랐지요. 반면 황후의 경우 영화 내내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이 모습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자신의 반역을 위해서, 즉 대의를 위해서 스스로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황제와 황후, 왕자들 모두 서로가 서로의 야망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각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비밀로 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꿈꾸는 것이죠.
영화 <황후花>는 핏빛으로 변한 궁궐을 아무렇지 않게 원상복귀시키고 중양절을 새롭게 준비합니다. 이것은 반역의 실패로 유지되는 황실의 모습은 보다 더 냉철할 것임을 보여주는 모습이자, 절대적 권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절대권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 황후이기에 처음으로 황제의 약을 거부하며 소리를 지른 것입니다. 처음으로 거부한 것이자 마지막으로 거부한 황후의 약은 책상 한가운데의 태양 무늬에 떨어집니다. 화려함 속에 갇혀서 나올 수 없음을 의미하며, 죽음만이 그 장소에서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