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문구로 시작하는 심령공포 영화 [콰이어트 원]
이상하게 컨저링이 생각나던 [콰이어트 원]의 후기를 남겨본다. 1970년대에 실제로 진행되었던 '필립실험'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페이크다큐'기법의 하위장르인 '파운드 푸티지'기법을 도입해서 7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한 영화다.
※ 파운드 푸티지: 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에게 보여주는 '페이크다큐'일종의 영화기법. 주로 공포영화에 많이 사용되며, 실제 사실이라는 점을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흥행 이후에 유독 많아진 '페이크다큐' or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에선 파라노말 시리즈의 흥행은 별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필립실험'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을뿐, 영화의 내용은 대부분 픽션이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재를 가져왔다고 하기도 무리일 정도로 내용은 실제 '필립실험'과 많이 다른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필립실험이 뭔지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아래에 필립실험에 대한 여러 설명들을 나름 정리해봤다.
※ 필립실험: 1972년 앨런 로버트 조지 오웹 박사와 토론토의 초자연주의단체 'TSPR'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오컬트적 실험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위해 진행된 실험으로 '필립'이라고 명명한 유령의 존재를 확인하던 실험이라서 '필립실험'으로 불리게 되었다. 실험은 흔히 알려진 강령회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과학장비와 촬영장비를 동원하여 기록을 남겼다. 실험참가자들과 테이블에 앉아서 유령을 불러내어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담고있는데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테이블이 움직이거나 공중에 들리는 등 시각적으로 뚜렷한 결과를 보여줬는데 이 실험에는 큰 반전이 숨어있다.
실제로 '필립'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마찬기지로 '필립'의 유령을 불러낸다는것 조차 애초에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령에대한 공포심과 호기심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염력 등의 초능력을 발생시켰다고 역설한다. 심령현상을 입증하는 실험이었지만 인간의 초능력을 끌어내는 방법을 확인하는 실험이기도 했던것 같다. 실제로 70년대는 '미-소' 양 진영의 냉전시대가 최절정기였는데 미국과 소련에서 초능력 개발 실험이 진행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예상해보건데 '필립실험'도 그 실험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결국 심령현상인지 초능력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무언가 미지의 힘이 작용했다는 증거는 남긴셈이다. 하지만 그런 영상들이 조작이라고 해도 별로 놀랍진 않다. 워낙에 당시 시대가 유치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때니까...
[콰이어트 원]의 공포감은 어느정도?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 영화는 얼마나 관객의 호기심과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을까? 결론은 공포에 대한 부분은 실패했다고 생각된다. 영화 초반 '필립실험'과 관련된 분위기와 설명으로 대부분의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긴장감도 전혀없고 공포스런 장면은 더더욱 없다. 초자연적인 토론에서 시작된 교수와 학생들의 실험. 제인이라는 소녀의 초자연적인 현상을 입증하고 그녀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더해지면서 실험은 점점 대담해진다. 초반에는 별 성과가 없어서 연구비도 중단되고, 허름한 집을 구해서 실험을 재개하는 그들. 그때부터 본격적인 실험의 결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장면으로 가기까지 꽤나 지루한 시간을 버텨야한다. 어두운 극장에서 졸아버린다해도 뭐라할사람이 없을것같다. 공포장르보다는 드라마장르에 더 가까운 진행.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점차 공포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그것마저도 소리를 크게해서 기대감만 증폭시켰을뿐이지 이렇다할만한 장면은 몇번 나오지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음향도 아닌데 너무 크게 집어넣은건 약간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컨저링]이 생각난다고 했던거다. 소리에 의한 공포! [컨저링]에서 느꼈던 소리는 공포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콰이어트 원]은 뭔가 다르게 해석했던건지 공포영화 성공작을 따라가는듯 하면서도 제멋대로 볼륨만 키워놓은 꼴이었다.
공포영화인데 학구열 넘치는 대학생들의 열띤 토론만 열심히 보고있다가, 뜬금없는 상황전개로 심령물인지 초능력물인지 알 수 없는 영화로 변해가는걸 보면서 결말을 얼마나 어중간하게 끝내려고 그러는지 대강 짐작이 가기시작했다. 예상대로 결말은 참 허무...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마무리해버린다. 전형적인 실화영화, 특히 공포영화에서 사용하는 실제 사진이나 영상들을 마지막에 넣어줌으로서 모든 사건을 정리해버리려고 한것같은데 전혀 서늘해지지 않던 실망스러운 엔딩이었다.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여기에 쓰진 않겠지만...
공포영화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실험이 시작되면서 몰입되던 몇몇 장면들과 미지의 존재'이비'에게 잠식당하며 변해가던 '제인 하퍼'역할의 여배우 '올리비아 쿡'의 미모로 아쉬움을 달랜다. 참고로 '올리비아 쿡'은 최근 [더 시그널]에서도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바 있다.
영국 공포영화계에선 알아주는 '해머필름'의 작품이었지만 그동안 나온 다른 영화들에 비해 완성도가 아쉬웠다. 좋은 소재를 좀 더 잘 활용했으면 좋았을텐데... 굳이 공포영화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공포코드를 억지로 넣으려하다보니 소재로 쓰인 실화와도 동떨어진 내용으로 변질되어 버렸던 안타까운 영화다. 영화 본편보다 홍보용 웹툰이 더 기대감을 높혔고, 예고편이 가장 그럴싸했던 영화 [콰이어트 원]의 후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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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이 어두운 침대에 누워있을때 정지화면인줄
- 필립실험 실제 영상을 다 보고싶다
- '컨저링' 비스므리한 영화가 쏟아지네
- '애나벨'이나 기대해 봐야지
- 음향을 좀 조용히(콰이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