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요하쿠 공원은 1975년 국제해양박람회(EXPO)가 개최되었던 곳을 공원으로 만든 곳으로, 츄라우미 수족관을 비롯, 세계의 진귀한 난의 수집지, 열대드림센터, 오키나와의 엣 거리의 모습을 제현한 향토촌, 돌고래 쇼를 즐길 수 있는 돌고래 극장 등이 있다.' 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츄라우미 수족관만 보면 끝이겠거니 했는데, 참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우선 바닷가 구경좀 해 주시고, 천천히 걸어서 공원을 한바퀴 쭉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바닷가로 향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울 줄 알았다면 샌들을 신고 오는 거였는데, 운동화라 마음대로 바닷물에 발을 담굴 수 없는게 좀 아쉽다.
바닷가에선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바닥에 뭐가 있나? 하고 아무리 찾아봐도 특별한게 없다. 저 사람들은 뭘 보는 걸까?
오키나와에서 처음 으로 코앞에서 보는 바다의 느낌은 별로였다. 멀리서 봤을때는 꽤 괜찮아 보였던 바다인데, 막상 내려가서 보니 별로다. 수심이 얕아서 해수욕 하기에도 별로일듯 하다. 제대로 헤엄치고 놀려면 몇십 미터는 나가야 할거 같다.
그래도 멋진 사진 함 찍어보겠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언니들이 자기들 끼리 사진을 찍고 놀다가 힐끔 힐끔 눈치를 보신다. 사진 찍어줄 사람을 찾고 있는 듯 해 보이는데, 이럴땐 난 걍..도망가는 성격이다. 왠지 쑥스러워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죄지은것도 없는데 도망간다는게 좀 우습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그냥 하던일 하고 있으니, 역시나 사진을 부탁해 온다.
음. 사진찍을때 뭐라고 해야 하나?, '이치,니, 싼?' 아니면, '원,투,쓰리?' 가만히 보니 여기 사람들은 '하이~치~즈!' 라고 하는거 같다. 나도 하이치즈~ 해 줬어야 하는데, 원투쓰리로 해 줬더니, 그게 재미있나 보다..막 따라 한다...이 언니들이..-_-;;
우리나라 같으면 보통 다들 카메라를 가져왔다고 해도 한사람이 대표로 찍고 나중에 나눠주는데, 일본 사람들인 그렇지 않다. 다들 자기 카메라로 각자 사진을 찍으신다.
사진은 다음날 류쿠무라에서 찍은 사진인데, 잘 보면 바닥에 2개의 카메라가 보인다. 이 아저씨는 같은 사진은 3번 찍어야 했다. 전에는 한 5개 들고 찍으시는 분도 봤다.
나도 저러는거 아냐?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카메라는 두개만 주신다. 더 주려고 머뭇머뭇하더니 그냥 두개만 주고 마는게, 내가 외국인이라서? 인지 아님 언니들 성격이 좀 적극적이지를 못한모양이다. 여러번 부탁하기가 미안했던 모양.
어색한 원,투,쓰리로 사진을 찍어주고 바다 사진을 몇장 더 찍고 공원 산책에 나섰다.
수족관 바로 옆에는 돌고래 쇼 를 하는 곳이 있는데, 4시에 공연이 있다고 한다. 아직 5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도, 사람들이 앉아 있다. 보니까 가끔씩 연습삼아 쇼를 하는 모양이다. 돌고래쇼야 한국에서도 많이 봤었기에 별흥미가 없긴 했지만, 공짜니까 한번 봐주기로 하고, 50분 동안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이넘의 공원 꽤 크다. 날이라도 선선하면 모를까. 긴팔에, 긴바지를 챙겨입고 온 덕에 아주 더워 죽겠다. 한 25분 열심 걸어갔는데, 공원 절반에도 못 미치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향토촌이니 뭐니 공원의 볼거리가 꽤 많은거 같던데 대체 다 어디에 있는건지 가도가도 보이지를 않는다.
돌고래 쇼를 보기위해 다시 되돌아 오니 사람이 제법 많다.
돌고래쇼는 약 20분 정도 진행이 됐다. 한국에서 보던 쇼와 크게 다를 봐는 없었다. 다르다면 총 5마리의 돌고래중, 2마리는 덩치가 꽤 크다는 정도.
쇼를 보고 다시 공원 산책을 할까 했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도 늙었나? 고거 조금 걸었다고 힘들다. 사실 덥지만 않아도 한번 가볼까 했겠지만, 날은 덥고, 간만에 카메라 들고 다닐라니 너무 무겁고 해서 그냥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재수가 좋다면 버스를 바로 타고 근처에 있는 파이애플 월드에 들릴 수 있을 지도 모른 다는 기대를 품어 보며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버스운이 제대로 없으시다. 버스를 타려면 공원 앞에서 길을 건너야 하는데, 육교를 막 건너고 있을때 버스가 한대 휭 하고 지나가 버린다. 1시간에 1대 있을까 말까한 버스를 코앞에서 놓친것이다. 역시나 미리 시간표를 확인 못한게 실수였다.
그래, 걷자. 정류장앞에서 죽치고 있으면 뭘하나. 도로를 따라 걷다가 공원 입구가 보이면 다시 들어갈 생각으로 도로변을 쭉 걸어갔다.
6시쯤 해가 진다더니 4시반인데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약 20분 정도 걸으니 공원 안내에 나온 건물이 하나 보인다. 아까는 25분을 걸어도 안보이더니, 공원이 바닷가를 따라 타원형으로 생긴 탓에 공원내에서 걷는거 보다 도로로 걷는게 더 빠른가 보다. 그런데,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20분을 걸으면서 입구는 커녕 그 비슷한거 하나 보이지 않는다.
공원 주변으로 철조망이 쳐저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이럴줄 알았다면 공원으로 들어가서 걷는 거였는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차는 차대로 놓치고, 공원도 제대로 못보고, 너무 계획 없이 움직이다 보니 이렇게 돼 버렸다.
조금 더 걸어가니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그런데 시간표를 보니 다음 버스는 5시 33분. 아까 놓친 버스는 4시 28분 차였으니 정말 1시간 마다 한대씩 차가 있는 건데, 아침 8시 18분, 11시 03분, 오후 1시 43분, 4시 28분, 5시 33분 이렇게 5대뿐이 없으시다. 오늘 하루 달랑 한곳뿐이 관광을 못한게 참 아쉬웠는데, 내가 아무리 미리 계획을 짜고 움직였다고 해도, 버스만으로는 한곳 이상은 애시당초 불가능 했다. 중간에 택시를 이용해 주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느니 다시 걷는 쪽을 택했다. 그냥 무작정 걷는거다. 버스가 올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