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아직 꿀 같은 잠을 자야할 시간이지만 졸린눈을 비비며 나갈 준비를 했다. 아스완에서 남쪽으로 280Km 나 떨어져 있는 아부심벨에 가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아부심벨 관광객은 이곳 아스완에서 당일치기로 관광을 한다.

호텔에서 챙겨주는 아침을 대충 먹고, 역시 호텔에서 챙겨주는 점심을 챙겨 들고 버스에 올랐다. 280Km 나 달려야 하기 때문에 큰 버스가 올 줄 알았는데, 15인승 미니 버스가 왔다. 가뜩이나 작은 차 안에는 여러 나라 관광객들로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다. 버스에서 한잠 자려고 했는데, 미니버스다 보니 자리도 좁아, 다리도 제대로 몇 펴고 거의 차렷 자세로 새우잠을 자야했다.

눈은 자꾸 감기는데, 거의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좁은 좌석은 앉아 있는 것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게 2시간을 달려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졸리고, 몸도 피곤하고, 아부심벨이고 뭐고 어디 누워서 한잠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수는 없고 (사실 어디 다리 뻗고 잘 만한 장소도 없다.) 사람들을 따라 아부심벨로 향했다.
 

아부심벨은 고대 이집트의 암굴 신전으로, 람세스 2세가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덧 이집트 여행 5일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집트의 주요 볼거리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규모가 큰 신전도 봤기 때문에, 아부심벨도 그와 비슷한 그저 그런 곳 일거라는 생각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매표소에서 좀 걸어 들어가면 신전의 뒷편이 먼저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사람들을 따라 쭉 걸어 들어 갔는데, 아부심벨 입구에 다다르니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웅장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에서나 CG 로만 존재할 것 같은 그런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른 새벽 좁은 버스를 타고 온 탓에 몸도 많이 피곤하고, 졸음이 막 쏟아지고 있었는데, 피곤함도 사라지도 졸음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체 이런 거대한 규모의 신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정말 불가사의 할 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1960년대에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몰렸던 것을 유네스코에서 원래 위치보다 70m 정도 높은 곳인 지금의 위치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걸 옮길 생각을 했을까? 또 어떻게 감쪽같이 옮겨놓았을까? 정말 신기하고 또 신기 할 뿐이다.
 

신전 내부는 밖에서 받은 감동에 비하면 덜 하지만, 그래도 볼만 했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아서 10분에서 20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규모다. 조명 시설을 따로 하지 않아서, 입구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야 하기에 꽤 어둡다. 그래서, 플래쉬 없이는 사진이 잘 나올 거 같지 않다. 플래쉬를 호텔에 나두고 온 걸 못내 아쉬워 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사진 촬영 금지란다.

2~3명의 직원이 감시를 하고 있다가, 사진 촬영 하는 게 보이면, 바로 카메라를 압수 한다. 물론, 신전 밖으로 나갈 때 돌려준다. 원래 하지 말라는 건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친구가 기념사진 한 장 꼭 남겨야 겠다고 해서 구석에서 몰래 사진을 찍다가 걸려서 카메라를 바로 압수 당했다. 보니까, 작은 카메라로 찍다 걸리면 한번 정도 경고만 하고 바로 압수를 안하던데, 내 카메라는 커서 그런가 다짜고짜 압수를 해 간다. 하지 말라는 거 한 내 잘못이긴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이 곳까지 와서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찍는다는 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아부심벨에는 두개의 신전이 있는데, 방금 보고 나온 곳은 대신전이다. 대신전은 왕 자신을 위한 신전이고, 소 신전은 왕비를 위한 신전이라고 한다. 대신전을 보고 나와 바로 소 신전으로 향했다. 소신전도 내부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라, 밖에서만 몇 장 사진을 찍고 말았는데, 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