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밤 열차를 타고 14시간을 달려 카이로에서 950km 남쪽에 위치한 아스완에 도착했다. 긴 이동시간이었지만 편안한 침대칸을 타고 왔기에 피곤하지는 않다. 아스완역에 도착해 제일먼저 숙소를 잡았다. 이집트는 여름이 비수기이기 때문에, 여름을 코앞에 둔 지금은 흥정만 잘 하면 싼 값에 호텔을 구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막상 이곳 저곳 호텔을 돌아다녀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역 근처라 비싼 게 아닐까 싶어, 역에서 좀 떨어진 호텔을 알아보려 했지만, 아스완의 푹푹 찌는 날씨에 길거리를 방황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역 근처의 호텔 중 그나마 저렴한 곳을 찾아 숙소를 정했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방 열쇠를 주기전에 예정된 순서인 양 여행 상품이 써있는 종이를 보여 준다. 아스완 주변 관광지 투어, 나일강 투어, 아부심벨 투어 이렇게 3가지의 상품이 있는데, 모두 다 할 경우 총 가격은 560파운드로 약 10만원 정도 한다.

3개의 상품을 모두 신청 하고 짐을 풀고 바로 아스완 하이댐으로 향했다. 온통 사막만 있을 거 같은 이집트에 댐이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게 느껴진다. 댐의 입장료는 우리돈으로 약900원 정도 였는데, 관광 상품에 입장료가 포함 돼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입장료는 별도라고 한다. 아스완 하이댐은 이곳에서는 꽤 유명한 곳 중 한곳이라고는 하는데, 별로 볼 건 없다. 그저 ‘사막에 이런 댐이 있다니 신기하다’ 정도. 게다가 사진 촬영도 금지다. 찍을만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간단하게 댐 구경을 하고 이시스 신전으로 향했다. 이시스 신전은 아스완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원래는 필라에 섬에 있던 신전을 아스완댐 건설로 물에 잠기게 되자 지금의 위치인 이질키아 섬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이시스 신전의 입장료를 35파운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보트를 타고 신전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보트비는 또 따로 내야 한다. 이집트는 이런 입장료 수익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곳 저 곳에서 입장료로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
 

△ 아스완 신전

성수기에는 보트도 많아 경쟁이 심해 흥정을 하면 가격을 많이 깍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비수기로 접어들어서인지 보트는 달랑 2~3대 뿐이 없고, 가격을 물어보니 1인당 10파운드씩 달란다. 흥정을 해보려 했는데, 10파운드를 주던가 아님 말라고 배짱을 부린다. 바가지 쓰는 기분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할 수 없이 10파운드씩 내고 배에 올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 삯은 2.5파운드 정도라고 한다.)

보트를 타고 얼마 안가 저 멀리 신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신전을 직접 보게 된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른 마음을 진정 시키며 잠시 후, 신전에 발을 내딛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우리팀 말고는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 신전은 오히려 더 신비감을 주는 듯 했다

신전에서는 무엇보다 부조 (평면상에 형상이 떠오르게 하는 조형기법) 가 제일 볼만했는데, 우와!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옛날에 이런걸 만든 것도 신기하고, 또 이렇게 큰 신전을 감쪽같이 옮겨 놓았다는 것도 신기하고 모든 게 신기할 따름이다.

신전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씩 어슬렁(?) 거리는 이집트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사진을 찍고 있으면 다가와서 자신을 찍으라며 포즈를 잡아준다. 하지만, 무심코 사진을 한장 찍고 나면 바로 돈을 요구한다. 돈을 좀 내고서라도 기념사진을 찍을 의향이 있다면 모를까 잘못하면 엄한데 돈이 나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집트 여행 내내 이런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짐을 들어준다거나, 길을 알려 준다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거나 하는 사람들이 자주 따라 붙었는데, 대부분, 그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이집트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인곳이 많아, 이곳도 금지가 아닐까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금지 표시도 안보이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것으로 봐서는 찍어도 괜찮은가 보다. 이곳저곳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배 시간이 되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