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마비시킬 듯 블링블링 화려한 황금빛은 아닐지라도..
저녁 햇살에 둘러 쌓인 모래도시는 충분히 아름답다.
일몰을 보기위해 서쪽 끝 산동네에 올랐을 때, 이 동네에 모여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은
라자스탄의 전통 악기를 들고 나와 음악을 연주한다.
물론 음악과 함께 값싼 기념품을 팔기 위해서이기는 하다.
서툰 음악을 연주하며 음악 CD를 파는 사람도 있고..
이 동네의 아이들.. 맨발로 따라와서 집요하게 무언가를 달라고 요구하던 아이들..
어쩌면 평생 이 모래 언덕에서 인생을 보낼 운명을 가진, 이방인들엔 낯설기만 한 아이들이었는데...
빛을 따라 간 곳..
오늘 하루 충실하게 제 임무를 다한 해는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다시 어둠이 밀려든다.
일몰을 보고 난 뒤, 인솔 쌤과 함께 간 곳은 산동네의 한 집이었다.
라자스탄 전통 현악기 자울라닥의 연주에 있어서는 예술가의 인정을 받지만
타고난 신분의 벽 때문에 이 곳을 벗어날 수 없는 한 음악가가 사는 곳.
부엌 겸 마당에 요를 깔고 자울라닥과 함께 타악기 돌락을 준비하는 사람들 옆으로 가족들도 모여 앉기 시작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다소 무덤덤한 표정으로 시작한 연주.. 관객들이 낯선 연주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자
차를 준비하던 이집 안주인도..아이들도..연주하는 사람들과 서툰 관객들 사이의 거리도 점점 좁혀졌다.
사실..그때의 음악 소리는 떠올려도 기억이 가물가물...
단지 굳었던 사람들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어느 샌가 다함께 웃고 즐거워 했다는 것만 선명하게 기억난다.
돌락을 연주하던 아저씨는 어느 새 북을 후계자(?)에게 맡기고 마리오네트 인형을 꺼내들더니 음악에 맟춰 춤추는 인형을 보여주었다.
다시 북소리와 현악기의 울림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담 옆으로 모이기 시작하고..
연주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희미한 불 밝힌 이 허름한 공간에서 어느새 사람들은 음악의 리듬에 몰입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무언가 달라고 떼 쓰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애절한 가락에서 신나는 리듬으로 바뀐 음악 속에서 더 이상 거리의 걸인이 아닌 듯했다.
음악에 즐거워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말 행복한 표정을 보여줬던 이 사람..
말끔한 복장과 푹신한 좌석대신..
땀에 젖은 옷차림에 흙바닥 위 낡은 담요에 옹기종기 마주 보고 앉아서
이 사람들의 삶 한 가운데 공감의 눈빛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더불어 함께 행복했던 밤이었다.
작은 음악회가 끝나고..
담 옆으로 모여든 이 마을의 아이들은 캄캄한 밤 언덕길을 내려가는 길을 안내해주고
그들의 공간에 잠시 머물다 간 우리들에게 메아리같은 긴 작별 인사를 보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