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 둘러본 자이푸르..한 도시를 알아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몰랐던 그의 미소가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순간처럼..

자이푸르는 짧은 순간에 내게 알듯 말듯한 미소를 보내온 곳이다.

이른 저녁, 자이푸르에서 조드푸르(Jodpur)로 향했다.

조드푸르에서 우리는 자이살메르(Jaisalmer)로 간다.

기차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는 역 안 대기실 waiting room 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에서 씻기도 하고, 구석이나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는데, 한가족이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인도인들을 가만히 지켜보면..기다림에 참 익숙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순박하면서 강인한 시골 농부 같던 아자씨.

수레끝에 앉아 있는 동안 다른 쪽에 끝에 앉아 균형을 잡아주셨다.

기차 안, 3층 침대위에서 내려다 본 통로 자리엔 한 인도아가씨가 저녁 식사중.

기차 안에서 파는 도시락을 사먹거나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조드푸르 Raika Bagh Station( Ranbanka Palace) 역장님이시라고..

사진찍어달라고 청하더니 그 사진 꼭 부쳐달란다.

그래서..사진 인화해서 역으로 부쳤는데 사진이 잘 갔는지...어쨌는지..

헤나로 염색한 저 빨간머리에 얽힌 웃지못할 추억 하나.

지인에게서 받은 인도 천연헤나가 머리카락에 좋다고 해서 아부지의 하얀 백발을 염색해 드린 적이 있다.

서너 시간 있어야 된대요~~^^

그래서 울 아부지, 머리에 진흙같은 헤나 잔뜩이고 서너 시간 꼼짝도 않고 앉아 계셔야 했다.

욕실에서 머리를 감겨 드리는데, 검은 헤나가 씻겨 나가자 눈에 들어오는 건 선명한 오렌지빛 머리카락..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이를 어째..이를 어째..옴마나..헐~~~

차마 아부지한텐 말을 못 꺼내고 엄마와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너무 웃겨서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는데..

그 때 떠올랐던 건 오랑우탄의 머리...

거울보신 울 아버지, 두말없이 바로 모자 쓰시고 이발소가서 오렌지빛 머리를 검게 염색해오셨다.

백발에서 오렌지색으로..결국 검은 머리로 바뀐 아버지의 하루였다.

작은 역, 조드푸르의 라이카 박 역에서 자이살메르 행 기차를 기다렸다.

사막을 황단하는 악명높은 밤기차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기다리는 시간.

기차는 끊임없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리고 탄다.

가족..

참 다정해보였던 가족..

메마른 땅에서 밀려드는 모래먼지로 가득찼던 기차 안..  화장실에 갈 수 없을 정도 가득찼던 사람들.. 그리고 추위.

얼굴을 싸고 침낭으로 몸을 싸도 대책없이 밀려들던 모래 먼지.. 끊임없이 몸에 기대오는 사람들과 짐들..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새벽 1시에 선잠에서 깬 뒤 두 시간 가량을 가까스로 제정신으로 있는 힘껏 버티다..그때가 세 시쯤.

계속 시계만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나는 이대로 견딜 수 있을까..하고,

결국 이 사람들 틈을 어떻게 비집고 화장실까지 갈까에만 몰두하고 궁리중이었는데

제발..제발..제발........

그 순간 기적같이 기차가 서고 통로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순식간에 다 내리는게 아닌가..오 마이 고뜨~~!!!

그래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은 정말 악몽스러웠다는 기억이 너무 컸던지

누군가 다시 자이살메르에 가자고 했을 때, 나는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그래도 도착했다. 깜깜한 이른 새벽에 내린 자이살메르..

지프를 타고..

도착한 숙소 앞. 자이살메르 성 아래에 있었다.

방을 정하는 동안 신을 모시는 작은 제단이 있는 호텔 프런트안도 기웃거리다가...

방에 짐을 내리고 우리는 곧 일출을 보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