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스탄 서부 사막에 있는 자이살메르 Jaisalmer로 가는 야간기차...
미어터질 듯 사람들로 가득찬 기차에 겨우 올라타면서부터 시작된,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은 두려움과 분노,
포기와 인내, 그리고 다시 심장이 뛰는 듯한 안도감을 롤러코스터 타듯 겪어야 했다.
사막의 추위와, 모든 노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모래와 먼지는 차라리 견딜만했다.
늘 그래야 하는지, 아니면 그날 그때만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 순간의 자이살메르는 한동안 파도같이 밀려드는 잔인한 감정들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의 시간은 고된 기억을 잊게 하는 짓궂은 매력이 있음을
하루..긴 하루가 지나고 나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어두운 밤을 보내고...빛으로 기억되는 도시.
너무 눈부셔서 도저히 나안으로는 바라다볼 수 없을 만큼 빛으로 가득찬 도시..
거대한 하늘과 땅 사이에 채워진 빛들..
그 빛 속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한 오래된 성과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이 있다.
그리고 나는 무뚝뚝한 이 벌꿀색 도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아낌없이 제공하는 달달하고 나른한 휴식을 누렸을 뿐이고.. ㅎ
가디사가르 호수의 해돋이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간 호숫가.
이미 밝아진 하늘에 벌써 해가 떴나봐..아닌가..조바심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멀리서 붉어지기 시작하는 하늘.
아...다행히 해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딱히 새로울 것 같지도 않았지만.. 막상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인도에서 처음 보는 일출이었다.
낯선 나라에서의 일출과 일몰광경...
한달 뒤 석양 속 붉은 해를 바라보면서, '인도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인도는 내게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었음을..기억한다.
우리만 해돋이를 보는 게 아니었다. 호숫가에 나와 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차가운 그림자같은 물 위의 건물도..
떠오르는 햇살 속에서 옛 영화의 자취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빛이 있었다.
잠시후면 너무 거대해질 저 빛에 이끌려 문을 지나 호숫가로 나섰다.
해뜨자 배고픈 건 나 뿐만이 아닌가비..
배고픈 메기떼들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던져주는 빵을 받아먹기 바쁘다.
손재주라면 둘째가 서러운 인도인들이라 그런지..
돌을 깍아 만든 건물 장식들도 섬세하기 이를데 없다.
사진찍는 여행객들..
여행객만큼 카메라도 반기는 사람들... 눈길이 스치기만 했는데도 멀리서 포즈를 취해준다.
몇시간 전까지 온 몸을 짓누르던 긴 밤의 고단함과 치열함은
부드럽게 번져가는 아침햇살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피로가 풀어지는 나른함으로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