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어디를 가든 시간에 쫓기며 여기 저기 둘러보는 거 별로다. 아니, 싫어한다. 더구나 관광지라면..

인도에서의 나흘 째.

하루에 두 세군데 둘러보는 관광 명소에 점점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혼자 다녔다면 그렇게 부지런히 다니지도 못했을 게 분명하므로

열심히, 부지런히, 즐겁게(!) 통통 부은 다리(슬프게도 비행기만 타면 심하게 붓는)로 일행들 뒤를 따라 다녔다.

어차피 마음을 비우고 온 여행 아니었던가..

유명한 관광지에 도착해서 영감을 받거나 감동에 젖는 대신,

오히려 흔들리는 릭샤 위에서 거리를 지켜보고, 버스 안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기차 여행의 스릴을 나는 더 즐겼던 것 같다.

오전에 하와마할(바람궁전)을 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자이푸르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암베르Amber 성으로 향했다.

17세기 무굴제국이 인도의 패권을 장악한 뒤 이슬람세력에 협조한 라자스탄의 영주 만 싱이 암베르에 세운 이 성은

18세기에 이르러 자이푸르를 세운 자이 싱에 의해 훨씬 화려하고 웅장해졌다.

호수를 지나 긴 계단을 올라 요새같은 성벽을 지나면 화려한 궁전이 나온다.

코끼리 성으로도 유명한 이 성에 코끼리를 타고 오르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냥 걸어 올랐다.

왠일인지 코끼리 탄 사람은 커녕 쉬는 아기 코끼리도 못 봤고...

작은 코끼리 조각상을 파는 상인들만 있었다. (코끼리 조련사들 쉬는 날이었남..??!)

다리 위에서 잉어떼를 지켜보던 가족. 인도 소녀들의 숱많은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부러워하며..

언덕 위의 성으로 길게 이어지는 계단

올라가는 길이 덜 지루하게 군데 군데 보이는 상인들.

모양을 내서 견과류를 쌓아 놓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장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맑은 눈을 가진 아이.

맑지는 않아도 따뜻한 눈을 가졌던 노인

눈이 시리게 푸른 빛이 선명한 옷을 입은 젊은 여인.

그러나 곧 들려오는 "뗀 루피~~"

올라가는 계단길에 관광객들의 한 컷 기념 사진의 모델이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관광지에서 호의적인 표정 뒤 순식간에 굳은 표정으로 10루피를 요구하는 사람들.  

10루피래봐야 우리 돈으로 300원이 안 되는 돈이니 그냥 준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지만..인도에선 10루피도 크게 느껴진다는 사실...

일반 생수 1병에 12 루피다.

피리를 불며 코브라 춤을 보여주는 아자씨.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도둑 촬영하듯 재빨리 찍고 "사진 안 찍었어여~~~" 하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

성 안에 행사가 있었는지 여기도  현지인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이 사람들이 박스에 넣어 필고 있는 것은 "스위트Sweet" 라고 부르는 단 과자이다.

견과류와 콩을 가루내서 기름, 설탕에 버무려 뭉친 건데, 첨엔 헉 소리나게 달더니만 몇 번 먹다보니 이것도 금새 익숙해진다.

아마 우리 나라 시루떡 처럼 중요한 행사에 전통적으로 서로 나눠 먹는 과자인지,

개업한 가게에서 나눠 주기도 하고, 종교 성지에서도 나눠줬다.

도시마다 저 과자만 파는 가게도 많다.

입장료를 내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야 제대로 봤다고 하겠지만..

안 들어가고 그냥 밖에서 느긋하게 원거리 조망만 했다. ^^

자세히 보면 섬세한 무늬가 보이는 유리등

건물 뒤켠 시원하고 조용한 곳을 찾았는데 나만 찾은 게 아니었음...^^

물을 담아와  사람들의 물통에 부어주는 아이들. 역시 돈을 받는다.

저 문은 은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는데, 칼리 여신을 모신 힌두교 사원이다.

성벽에 나 있는 홈으로 내려다 본 전망. 저 홈은 아마 전쟁 때 총구였을 듯...

저 구멍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지나가던 외국인 여행객도 따라서 들여다 본다.

내려 가는 길은 오르막보다 느긋하다.

사진찍기 놀이에 열중하고... ㅎ

호박(보석)이라는 뜻을 가진 Amber라는 명칭 때문인지

자리 비운 코끼리 대신 노란색의 벽과 사람들이 선명했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