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곳에서

내가처음으로 놀랐던건 아마도 예쁜그릇이였다.

한국에있을때에는 특별한 브렌드그릇에 욕심이 없었고

솔직히말하면 너무 비싸서 구경만했다고해야할까..

언제나 잡지책속에서나 볼수있었던 그릇들을

할인점에서 10$도 안되는 가격표를 매달고 있던 아이들...

처음엔 유학생활의 사치라고 생각하고

애써 참으면서 몇달정도를 보냈는데..

젤 이쁜것 하나만 살까....하고 용기를 내어본것이

그만.....

요것조것 담아내는 대범함을 부리기시작했었다.

그래도..한국에서 이걸살려면 얼마나 비싼데...저렴하게 구입했으니..하며

나름의 합리화를 내걸다보니

자연히 컬렉터까지 되어버렸다.  ㅠㅠ

어느날 할인점에 나타난 크림색의 브레드통

쉐비풍의 인테리어나 화이트톤 컨츄리소품점에서

늘 갖고싶었던 것...

셋트가격이 한국에서 하나값밖에 안하는듯해서 얼른

데려왔다.

그날밤은 자꾸만 주방으로 내려와서 확인하고 흐뭇해했던 녀석이다.

다음은

왕골트레이와 인테리어소품담기에도 좋은 접시, 왕골바구니...

과일을 풍성하게 담아내도 폼나지만

욕실에 하얀수건을 돌돌말아 올려놓기에도 그만

텍사스 여행중에 한눈에 반한 소품

올드컨츄리스탈의 낡음이 왠지 목마르게 그리운이처럼

나도 모르게 애정이 가는 소품이다.

주방창가에 쪼로록 놓고 보기에도 좋은 녀석들...

링컨의 게티스버그연설로 유명한 도시

게티스버그의 엔틱샵에서 찾은 앙증맞은 집들...

언제부터인가 내 그림속에 등장하던 수많은 집풍경으로

미니어쳐 컬렉트도 오밀조밀한 집모양을 많이 찾게된다.

햇살가득 집안으로 들어오는 날이면 창가에 앉은 이녀석들의

지붕위까지 햇살이 깊이 들어온다. 

나를 설레이게했던 오리엔탈블루그릇들...

영국 할머니들이 좋아하던 그 브랜드그릇이 할인점에 나타나면

언제나 하나씩 데리고왔던 녀석들이다.

언제나 우리집 파티에는 요리보다도 즐거움이 접시에서 시작했다고

해야할듯 싶다.

블루접시에 내어놓으면 눈이 먼저 즐거웠던 초대음식들

그곳에서 알게된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먹던 그 추억이

고스란히 블루접시에 남아있는듯 싶다.

한국요리도 미국식퓨전도 잘 어울리던 블루접시의

매력에 푹 빠졌던 때였다.

 영어회화클래스친구들...

일본친구 시사토,히로코, 그리고 내가젤 좋아하는 모니카...

함께있을때의 깊은 우정은 고스란히 그리움이되어

새록새록 새봄이 오는날이거나,  흐린하늘에는 여지없이 나타나

나를 미소짓게한다.

진한그리움은 언젠가 다시 내 카푸치노거품이되어 올것이라 믿는다.

남편 학교가는날엔 도시락을 준비한다.

카페테리아의 메뉴랑 별로 친하지않아서 언제나 밥을 고수하는 남편위해

조금은 번거로운 일이였는데...

자꾸만 새로운 메뉴를 찾아 연구하는 내가 되어버렸다.

한국학생들끼리 나누어먹을수있게 넉넉하게 준비한다.

이 도시락은 생일특별도시락이였다.

이른아침 나물이랑 호박전, 버섯동그랑땡을 준비해서

함께 식사하는 멤버들이 놀랐다고한다.

덕분에 맛있는 점심이되었겠지...

도시락으로 

자주 등장하던 녀석이 바로 김밥이다.

돌돌말아 싸기도 쉽고

여러부재료를 응용해도 맛이 제법 괜찮은 거라

학교다니는동안

김밥을 너무 해줬더니...요즘은 김밥해달라고 하지않네..

지나고나면 모두가 추억이라고 한다.

그 때엔 분명 힘들거나 마음아프거나 그런일이 있었을테지만

시간은 적당히 우리에게 잊혀지는 선물을 주는듯하다.

잊혀지기에 살아갈수있다는것...

시간은 그렇게 또 흐른다.

오늘, 아프다고 슬프다고 영영 그렇지않음을

나는 시간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