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 일요일, 주일미사를 드리고 난 후 어딜 가볼까 생각하다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도두'라는 이정이 보이길래 '가까이 있지만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었던 도두봉을 가볼까'하고는 발길을 그리 옮기기로 한다.
제주시의 용두암에서 시작된 해변도로는 이 도두봉에서 내륙쪽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해안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바다를 등져야하니 조금은 안타까워지는 곳이라고나 할까.
바다와 닿아있는 도두봉은 높이 67m 둘레 1,090m, 화산재가 굳어져 형성된 응회암과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기생화산으로 제주도의 368개의 오름중 하나이다. 2009년 제주시에서는 제주시의 알려지지 않은 비경 31곳을 정하면서 이 도두봉을 포함시켰다.
한자로 '道頭', 제주도의 머리라는 뜻이다. 봉우리 바로 남쪽은 공항 활주로의 끝자락에 해당된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는 지점이니 제주도의 머리부분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산자락엔 소나무들과 억새가 어우러져 있다.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아 구두를 신어도 오르기가 편하다.
나무계단이 끝나는 곳에서부터는 고무매트를 깔아놓았다. 한들한들 억새가 은빛물결을 일으키며 춤을 추고 있다.
뒤돌아 보았더니 제주공항이 바라보인다. 멀리 동쪽 끄트머리엔 사라봉이 보이고....구 제주의 시가지는 바다를 앞에 두고 동쪽으로는 사라봉 서쪽으로는 이 도두봉이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형상이다.
바행기가 뜨는 장면을 눈에 담기에는 최고 좋은 곳이 바로 도두봉이다.
3분이면 오를 수 있는 정상엔 기생화산이건만 분화구는 없고 생각외로 널따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나처럼 혼자 올라온 이도 있고 가족끼리 온 경우도 있고 또 부부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꽃을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연을 들고 오가는 사람도 있다. 하긴 높은 곳이라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장소가 되어줄 듯 싶다.
북쪽으로는 망망대해, 어디가 바다이며 하늘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 상념에 젖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도두봉이지만 발 아래 제주시도 두고 바다도 내려다볼 수 있으니 높은 사람이 된 듯, 마음은 그새 부자가 된다.
이 도두봉 정상에 있는 작은 표석은 옛날엔 봉수대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른바 '도원봉수대 터'이다.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위급을 알렸다. 동쪽으로 사라봉수대 서쪽으로 수산봉수대와 교신하였다고 전한다.
서쪽으로는 바로 아래 도두항이 내려다 보인다. 그 너머로는 이호해변이다.
올라온 반대쪽인 도두항 쪽으로 내려선다.
항구엔 요트마리나시설이 보인다.
꽤 큰 요트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도 이제 요트레저가 시작된 것일까. 도두항은 이제 어항에서 요트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듯 하다. 국제관광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레져도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두봉을 다 내려서면 시리도록 파란 바다가 바로 눈 앞이다.
봉우리 밖으로 나가는 길엔 소나무 사이로 산책하기 좋게 나무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20여분 즐거운 도두봉과의 만남을 매조지한다.
도두봉을 나와 이제 해안도로를 따라 용두암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