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온 첫날 밤에 도착했을 때 정말 덧정없으리라 생각했던 델리 빠르간지 메인 바자르..

이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가 느껴졌다.

하지만..싫다고 생각한 곳도 또 보면 정이 든다. 60일동안 세번 델리를 찾으며 알게된 건..

미워하며 정든 친구처럼, 이 도시 역시 결국엔 반가워졌다는 사실..ㅎ

델리를 떠나기 전 저녁식사를 한 곳은 일본식당.

바로 위쪽으로 한국식당이 있는데, 한달동안 한국인이 하는 식당엔 한번도 찾지 않았다.

인도인이 하는 일본식당의 일본음식..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방이 다른 곳보다 깔끔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일행이 주문한 닭고기 야채 덮밥은 중국 일본 퓨전식

내가 주문한 크림 크로켓은 정말 부드러웠다. ㅎ

더구나 신선한 야채샐러드가 곁들여 나와서 아주 맘에 들었던 메뉴.

그런데, 두 달 뒤 다시 갔을 땐, 처음 맛보고 탄성을 질렀던 그 맛이 아니라 실망이 컸다.ㅠㅠ

저녁을 먹은 뒤 밤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인도에서의 야간 열차는 인도를 제일 빨리 이해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인도에서 야간 열차에 익숙해지면 인도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행 후 그리웠던 몇 가지 중에는, 기차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포함된다.

아침 공기를 얼굴에 맞으며 넓게 펼쳐진 인도의  시골풍경과 평원을 바라보는 일.

이태리 밤기차에서 만났던 사람들보다 더 시끄러운 사람들.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풀리면서 서서히 다가서는 인도인 특유의 미소와 눈빛.

낮고 짧게 단련된 목소리로 "짜이~짜이~짜이~"외치며 차 주전자를 들고 다니는 상인의 소리.

다람살라에서 델리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외국인 여행객이 '짜이~짜이~짜이~" 소리를 흉내냈는데,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기차간에서 듣던 그 소리가 벌써 그리워진다는 걸 알았다.

아마 그도 지루한  밤버스에서 짜이~외치는 소리가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도착한 델리의 기차역..

상점에서 물과 간식거리를 미리 사두면 편하다.

정말이지 역마다 넘쳐나는 인파들.. 한가하고 조용한 역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선로 끝을 지켜보며 행여 연착된 기차가 들어오나 지켜보기도 하고..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예 자리를 펴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우리도 역에 짐을 내려놓고..기차를 기다려야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제일 큰 행운은 대기석없이 모든 사람이 다 지정석을 예약할 수 있었고

한달동안 열 번의 밤기차를 타는 동안 악명높은 연착을 크게 겪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역에서 두 세 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 일상~~^^

인도여행에 앞서 여행사를 찾았을 때, 직원이 나를 보더니

" 힘든 배낭 여행인데 잘 따라오실 수 있으세요?" 라며 불안한 듯 물었다.

"어떤 게 힘든건데요?"

....

"......지저분한 기차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기차가 안 오면 거기 누워 밤새 잠을 자야 할 경우도 있거든요."

나는 그냥 웃으며, "한번 해 보죠.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 대답하고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지저분한 역에서 기다리는 것 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건..커다란 배낭을 등 뒤에 매고

홍수처럼 밀려드는 사람들과 뒤섞여 이미 터지기 일보직전 만원 기차에 올라타는 것.

채 기차에 발을 붙이기도 전에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아드레날린이 머리끝까지 솟구친다는 걸 알았다.

어린 시절, 버스 차장언니가 안간힘을 쓰며 만원버스에사람들을 밀어넣던 건 차라리 귀여운 추억이었다..

그나마 편하게 탔던 첫 야간열차를 타고...

우리는 자이푸르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