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꼭~~씻어야 할 이유가 아흔 아홉가지 쯤 됐지만, 고단한 잠에 바로 곯어떨어진 후 새벽에 번쩍 눈을 떴다.

아무리 피곤해도 단체여행에서의 시간 지키기는 여행객의 매너이자 지켜야할 수칙 1호이므로..

 그리고 꼭 찍어서 말하기 힘든 화장실에서 두 눈을 꾸~욱 감고 샤워를 했다.

씻으면서 든 생각은....흠, 씻을만 하네...물 없어서 못 씻는 걸 생각하면

엄지손톱아래에 낀 때만큼 거슬리긴 해도 땀과 먼지를 닦아낼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고

더더구나 방에 딸린 독립 화장실이 어딘가 싶었다.

차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점점 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서 도저히 씻을 엄두가 안 나써~~~~라고 웅얼거리자, 울 서방 하신 말씀.  너 원래 잘 안 씻잖아!!!@@@)

뭐 어쨌거나 뽀샤시하게 씻고 나섰지만

씻은 게 무색해질 만큼 먼지와 매연으로 가득한 빠~르간지의 거리..

게다가 틀림없이 이상기후라고들 했다.

10월 델리의 날씨는 예년과 달리 어마무쟈게 더워서 1994년 여름 만큼이나 많은 땀을 흘렸다.

인도에서의 첫날, 식전 이른 아침부터 일행이 찾아간 곳은..

메인 바자르 안에 있는 공동묘지.

이 묘지를 찾은 이유는 옆의 작은 공터에서 요가를 하기 위해서다.

 첨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함께 움직인 여행 한 달동안 아침마다 간단한 요가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피곤한 몸을 풀고 얼굴을 마주보며 잠시 웃는 시간에 금새 익숙해졌다.

근데..이른 아침 햇살 속 묘지는 참 평화롭다.

저기 누워있는 사람들도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기넘치는 소리가 즐겁고 부러웠을지도..

메인 바자르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집들을 올려다 보니 참 낯선 풍경들.

도로 확장으로 부분적으로 허물어버린 집들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곳은 

이미 새들의 안식처가 된 듯..

여기는 사람이 사는 곳?

어느 새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집들 사이에 눈에 번쩍 띄는 광고판.

뉴 델리 역 앞, 메인 바자르에서 꽤 자주 들렀던 에베레스트 식당.

외국인이 많이 찾고 유명해서 그런지 아침부터 사람들로 늘 만원이다.

인도에 왔으니 차이 한잔 시키고..

간단한 아침메뉴 주문. 토스트에 계란 후라이, 그리고 감자가 인도에서의 첫 식사메뉴.

에베레스트의 메뉴는 서양식이라 인도식이 부담스러울 때 먹기 좋은 메뉴가 많다.

첫 날, 한달 일정을 위해 해야할 일들이 많은 하루였다.

우선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걸어서 10분)에 있는 뉴델리 역으로 가서 기차표를 예매해야 한다.

폭탄테러가 종종 일어나는 곳이라 여기 저기 무장 경찰들이 보였다.

열차 발착 안내판이 있지만..

인도에서 열차 시간표는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거..

열차 시간은 늘 유동적이고,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항상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긴 기다림은 첫날 열차표를 예매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뉴델리역 2층에 있는 외국인 전용 열차표 예매소.

번호표도 없고 대충 앉아서 기다리는데도 사람들이 순서를 기억한다.

종이에 한달동안 우리가 타야할 기차와 목적지와 시간을 기입한 후 순서가 되면

일일이 기차일정을 확인한 다음 표를 끊는다.

사람 수가 많기도 했고, 기차를 타야할 횟수도 많아선지 여기서 몇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일일이 기입한 용지를 가지고 썜이 티켓팅을 할 동안  잠시 역 주변 둘러보기.

벽에 있는 자전거 장식물..

지금 생각하니 좀 뜬금없는 조형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열차를 타러 들어가는 곳. 남녀 따로 줄을 지어 짐 검사를 한 뒤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짐들과 함께 움직이는 인도.. 
 

한 손에 양산을 들고 양 팔 위에 인형처럼 아기를 얹어둔 채 가만히 서 있던 저 젊은 엄마의 나이는

아무리 봐도 스무 살이 채 안 되어 보였는데
정말 더웠던 날, 동상처럼 도도하게 서 있던 저 여인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 잠시 후 나타난 경찰관이 역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라고..친절하게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