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그보다 더 긴 여운을 남겼던 인도에서의 60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시작점을 못 찾고 있던 중

차근차근 기억을 되집어보기로 했다.

인도 여행기..그냥 기억 속에 묻어버린다고 누가 뭐라할 것도 아니지만,

60일 동안 긴 일기를 쓰면서 내 무의식과 의식의 자취를 남겼듯이

지난 가을 두달 (친구 말대로라면 1년의 1/6이라는데..) 동안 두 눈을 물들였던 색색의 기억과

뇌리에 진동했던 인도의 체취가 사라지기 전에

뭐라도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2010년 10월 5일..
홍콩을 경유해 델리로 가는 에어 인디아 안. 잠시동안의 홍콩 경유 동안

밖을 내다보는 마음이 홍콩 공항 하늘빛처럼 회색.

처음 떠나는 인도여행이라...

무작정 나홀로 배낭여행은 허락할 수 없다는 남편과 가족을 설득하기 위해

'친구따라 인도가기' 배낭여행 한달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고,

그 이후 한달은 내 자유의지에 따라 인도를 여행하기로 결정.

허나 인도에 대해 전혀 사전지식이나 준비없이 떠났다.

꼭 가야할 곳도, 봐야할 것도, 체험해야 할 위시리스트도 없었다.

다만 인도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무엇을 마주치게 될지 마음을 열어두고 기다릴 생각이었다.

Serendipity..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것도 아님 생각이든..

내게 찾아오는 우연한 조우를 기다리는 게 인도여행의 목적이었다.

에어 인디아 기내 좌석에 비치된 화면에 새겨져 있는 타지마할을 보면서도 무념무상.

가는 내내 잠~만 잤다.

무겁게 느껴지는 이책도 괜히 가져왔나부다..후회가 밀려들기도.

비몽사몽간에 내린 인도공항.

인도의 첫 인상?..산만하다. 하긴 어느 공항이나 다 산만하고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지만..ㅎ

우선 Prepaid Taxi를 타기위해 저기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목적지 말하고 택시요금을 미리낸 뒤

영수증을 들고 Prepaid Taxi에 타면 된다.

세사람씩 짝을 지어 택시타기 준비.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는..빠~르간지 그랜드 바자~르.

첨 듣는 인도지명, 한번에 외울쏘냐. 열나게 노트에 메모한 뒤 G0GO~~GO!

이런..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데 어떤 게 우리가 타야할 Prepaid TAXI???

까맣고 노란 차라길래 일단 그렇게 보이는 택시에 올라타고

큰소리로 외쳤다.

빠르간지~~~그랜드 바자~~~R~~ 가자고요~~~!!

그렇게 와보고 싶어한 인도에 도착했으니 정신이 번쩍나야함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에서부터 정신이 혼미해졌다.

온갖 교통수단이 혼재하는 꽉 막힌 도로..매연..매연..매연..그리고 소음..소음.....경적소리

차 안에서 흔들리는 저 장식물처럼 내 머리도 흔들흔들..

인도가 눈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빠르간지Parganj의 게스트 하우스.

여기서 묵는다고라고라고라...

텅 빈 머리 속에선 더 이상 비워버릴 생각도 감정도 없는 듯했다.

지친 일행들을 대t신해서 여행 인솔 썜이 대표(!)로 Check-In 하시고..

인도에서의 첫날 밤을 보낼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지만,

낯선 동행과 낯선 장소에서의 첫밤을 우.호.적.으로 보낼 체력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행떠나기 전 비축해둔 체력의 150%를 이미 집에서 다 쓰고 갔기 때문에..ㅠㅠ)

짐 내려놓고..화장실 한번 훑어본 뒤 '여기서 씻으라고......? @@@@@' 잠시 생각한뒤,

룸메이트가 화장실 먼저 점거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대로 뻗었다.

담날..룸메이트 왈,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시체처럼 누워있던걸..."

어디가든 적응잘하는 내가 씻기를 포기하고 그냥 잠들었던 인도의 첫 밤.

여그가 인도....??????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