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노바이에를 나서 조우다리를 지나 오이타 강을 거슬러 호타루미 교를 건너 유후인 민예촌을 지나 물길이 좁아지는 즈음에 늦가을 화사함을 품은 긴린코가 나타났다. 석양이 지는 저녁에 호수를 헤엄치는 잉어가 수면을 차고 오르면 그 비늘이 금빛으로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긴린이다. 긴린코에 이르렀을 때에는 하늘이 불긋하게 물들고 있었다. 늦은 오후, 밥 익는 냄새가 풍긴다는 이른 저녁 시간이었다. 유후인의 명소라 하여 제법 사람이 많을 줄 알았던 긴린코는 그러나 생각보다 그렇게 번잡스럽지도 소란스럽지도 않고 잔잔한 호수 같은 분위기일 뿐이었다.

느린 걸음으로 둘레를 걸었다. 오렌지색 빛에 반짝이는 호반은 진정 잉어가 날아오를 때 빛을 뿜을 기색인양 은은한 금빛을 머금고 있었다. 한 떼의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물속에서는 잉어들이 교태를 부리는 해질녁의 긴린코를 평화롭다는 말 외에 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유후인 샤갈 미술관과 카페 라 리슈의 사잇길로 빠져나와 혼욕탕 시탄유 건너편의 공터에 서서 해가 지는 긴린코를 묵묵히 바라본다. 유후인의 못 다한 이야기는 내일로 미뤄두라는 듯 유유히 사라지는 하루해의 뒷모습은 그 여운만큼이나 자못 아름답다.

다음날 이른 새벽 다시 긴린코를 찾기 위해 료칸을 나섰다. 온천수가 흐르는 긴린코의 아침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기대를 품고 가는 길이었다. 어제 하루 종일 날씨라 맑았고, 기온도 제법 쌀쌀했던지라 당연히 물안개가 있으려니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날이 채 밝지 않은 코발트색 새벽의 긴린코에는 적막함만이 흐를 뿐 그 환상적인 풍경은 없었다.

실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고, 아쉽지 않을 수 없었지만 슬쩍 고소를 입에 물고 텐소신사로 향했다. 호수 안에 세운 도리이에 앉은 하얀 목도리를 한 새와 마주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차츰 사위가 밝아오고, 슬쩍 몸을 에둘렀던 온기가 빠져나갈 즈음 란푸샤 뒤편 길로 걸어 시탄유로 향했다. 온천수의 뜨거운 기운이 몽글몽글 솟아나 비록 물안개는 아닐지언정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이 인상적이라 물안개 핀 풍경처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역시 꿩 대신 닭을 먹는다고 같은 맛이 될 수는 없었는가 보다. 대신 마치 유리에 서린 하얀 서리처럼 수면이 아름답다.

긴린코의 한편에는 마치 유럽의 풍경화 같은 장소가 있다. 키다리 나무를 병풍처럼 두른 목조 건물이다. 하얀 테라스와 하늘색 커튼을 친 집 한 채와 물결도 없이 고요한 호수의 경치는 오로지 그 하나만으로도 긴린코의 매력을 충분히 발하고 있는 것 같다. 저런 집에서 살며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산책도 하면서 지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호수의 잔잔함에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를 묻자 문득 형의 죽음을 계기로 숲속 호수에서 세속의 것들을 떨치고 살아가던 소로우의 작품 ‘월든’의 글귀 하나가 떠올랐다.

물은 새로운 생명과 움직임을 끊임없이 공중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물은 그 본질상 땅과 하늘의 중간이다. 땅에서는 풀과 나무만이 나부끼지만, 물은 바람이 불면 몸소 잔물결을 일으킨다. 나는 미풍이 물 위를 스쳐 가는 곳을 빛줄기나 빛의 파편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안다. 이처럼 우리가 수면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p220

+ 가는방법 :유후인 역에서 도보로 20분

+ 시탄유 운영시간 : 시탄유 10:00~21:00

+ 입장료 : 시탄유 입욕료 200엔

+ 문의전화 : +81) 0977-84-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