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던 하산길..
멀리서만 보던 산자락의 하바촌으로 들어섰다.
세상에서 제일 자유로운 닭들과..
어린 송아지와..
돼지가족들..
그리고 얼룩 송아지까지... 마을 골목길 모퉁이마다 보인다.
돌아보니..하바설산이 아스라하기만 하고..
내려가는 길은 왜 이리 길기만 한지..
갑자기 깜씨언니가 마실 물을 얻으러 어느 집에 성큼 들어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언니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집 앞..강아지대신 기둥에 매인 새끼돼지..그래도 귀엽다. ^^
농구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닭이 지켜보고..ㅋ
한참을 기다려고 안 나와 걱정스러워지는데.. 아니 어디 물이라도 길으러 갔남..
물이 없어서 가게까지 가서 에너지 음료를 사들고 짠~ 나타난 언니... ^^
알고보니 다들 목 말랐었다..
우리 시골엔 이랑마다 까만 비닐을 깔드만..여긴 하얀 비닐을 깔았네..
내려가는 길..걷다 지치면 말타고, 말 위에서 지치면 다시 걷고..
힘빠지면 말을 타고 내리는 일도 장난 아니게 힘이 들어간다.
저~~만치 앞서 가던 씩씩한 패러언니는 여유있게 마을 경치 감상 중..
이전에 매리설산은 끝까지 보고 또 보고 했는데..
하바설산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덤덤하기만 한 게
아무래도 힘든 산행 끝에 남은 무감각때문인듯..
그래도 한 가지..파란 보리밭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태어나서..이렇게 넓은 보리밭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
저녁 바람에 살랑 살랑 움직이는 보리가 청량했다.
좁은 길 따라 마을 아래로 구불 구불 이어진 길...도대체 오늘 안에 내려가는겨..?
길이 왜 이리 긴게야~~~@@
사실..마을을 따라 내려오는 이 돌길..운치있고 걷기 좋은 길이었다.
체력이 조금만 굳세었더라면..저 길을 여유있게 즐기면서 내려왔을텐데..
그저 저 돌부리에 발 채이느라 바빴다..ㅜ.ㅜ
그래도 이 쯤에선 꽤 살만해져서 농담도 해가며 웃으며 내려온 길.
내려가는 길 저 아래쪽에서 책가방 들고 올라오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럼..이 아이들은 매일 이 길들따라 오르내릴텐데..대단한 아이들이다..
이 마을에서 딱 한달만 지내면, 하바설산 트레킹이든, 야딩 트레킹이든, 매리설산 코라든..
것도 아니면 10킬로(?~!) 체중감량이든~~!!!
못 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다 말았다. 아마 쉽지 않을 듯해서..(그냥 잊자..)
다 내려와 걸을 힘도 없어서 잠시 말타다..소원처럼 나눈 얘기..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매실주스 한잔만 마시면 정말 좋겠다.." "나도~~~~" ㅠ.ㅠ
다시 말에서 내려 먼저 말을 보내고 나니...
하늘도 무심하시지..남은 길이 하필 오르막길이다. 끄응~~~@@
아침에 출발했던 곳에 돌아와서 털썩 주저앉은 인경이..
생애 첫 등산이 합파설산이라는 인경, 그리고 383m 의 동네 앞산만 한달 반 다닌 나...
하산 중, 트레킹 할 생각 안 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밥이고, 뭐고..아무 생각이 없던 우리는
따쥐로 가서 하루 묵고 가겠다는 일정을 기억에서 털어버리고
아직 힘이 남아있는 밍쥔의 제안에 그날 밤 바로 리장으로 떠나기로 했다.
막혔던 호도협 길이 뚫렸다는 희망적인 소식에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의 일행들은 저녁도 거른 채 리장으로 출발~~~~
칠흙 같이 어두운 밤길을 따라 한창 공사중인 호도협 로우패스길을 지나..
이제 힘든 길은 끝났습니다, 호도협 거의 다 통과했습니다~~는
춘향오빠의 감개무량한 멘트가 떨어지고 잠시 후....
차는 끼익~하고 서버렸다.
길이 막혔다...
....................
줄 서있는 몇 대의 차량들..
길이 열릴 때까지 밤새 기다릴 것인지..아님 차를 돌려 돌아가야 할지..
결국 좁은 길 위에서 가까스로 차를 돌려 티나객잔으로 향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나는...객잔에 들어와서 내 다리 내려다보고..기절하는 줄 알았다..@@
도대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