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려가야 한다.
완하이까지 오기는 왔는데..
완하이를 등지고 돌아서는 길 위에서 겉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우리..어떻게 내려가지? @@
설마 온 길을 내려가는 건 아니지요? 다른 길이 있는 거지요?..라고 묻고 싶었다.
왠걸..온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단다.
오...마이...고뜨...
내려가는 길..앞서 가던 언니들, 그새 눈사람 만들고 있었다.
(습기찬 카메라에 눈이 내리는 듯..)
한쪽 눈이 자꾸 떨어져~~~뭘로 붙일까~~~
결국.. 썬구리 쓴 눈사람..
고산 두견화 숲은 아직 한겨울..
이 군락지의 절경을 보려 여기까지 왔는데..결국 못보고 돌아섰다.
아마 5월쯤엔 만개한 두견화 숲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들부들 떨려오는 다리에 안간힘을 준 채, 눈에 안 빠지려고 앞 사람 발자국 조심스럽게 밟고 가기..
이렇게 안 낭만적이었던 눈길은 처음이었다. ㅡ.ㅡ
그리고..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부턴 사진 못 찍었다.
아이젠도 없이, 미끄러지고..넘어지고..엉덩이로 기다시피 내려온 길들..
(사진: 춘향오빠님)
드디어 두발로 맨땅을 밟자 없던 에너지가 반짝하고 잠시 생겨났다.
힘이 드니 카메라고 사진이고..멋진 풍경이든..아무 생각 없이 무덤덤한 딴 세상 이야기만 같았다.
다시 확인한 사실..감상感想은 오체만족이 이루어진 후에 온다는...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숲은 고요하고 아름다운데..
내 말과 마방총각은 저만치 앞서간다.
내리막에서 말 타는 일은 그냥 걷는 것보다 서너 배는 더 힘이 든다...
하산길.. 어느 순간부터 다리가 머리로 통제가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떨리는 다리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빨리 깨어나고 싶은 꿈 같았다.
개울가에서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바위에 쿡 찧었던 무릎의 찢어진 상처도
다 내려와서야 알았다. ㅠ.ㅠ
일찍 핀 두견화 한송이 꺽어들고..
두견화는 철쭉처럼 생겼는데 키가 큰 나무도 있고...
생육 환경에 따라 땅바닥에 낮게 자라는 두견화도 있다.
마방들에게 다르게 보이는 꽃들을 가리키며 무슨 꽃이냐고 물어봐도
모두 다 두지엔화..라고 말했다.
가끔씩..말을 타라고 권유하던 마방들은 앞서 가다 기다리기도 하고..
씩씩하게 걸어 내려가던 패러언니도 기다리고..
내려오는 길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벌목의 흔적들..
잘려나간 지 오래된 흔적도 남았고..
한창 진행중인 나무들도 있다.
아마도 이 마을 사람들이 베어가는 나무들은.. 바람을 막아줄 집이 되고,
추운 겨울 언 몸을 녹이거나, 밥을 짓는 땔감으로 쓰일테지만
나무들이 온통 베어져 나간 휑한 숲을 보는 마음은 무겁다.
날이 어두워지니 나무이끼도 스산해보이고..ㅎ
내려가는 길..새끼염소 한 마리를 가슴에 안고 있던 패러언니.
어린 염소를 강아지처럼 안고 즐거워 하던 일행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