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호텔 조식 뷔페의 소중함이란.
그야말로 눈이 펑펑 내리는 삿포로의 마지막 밤. 감기약 한알에 동면하는 짐승들처럼 깊고 깊은
잠에 들었다. 거리는 순식간에 하얗게 덮히고, 내 몸 또한 잠에 무겁게 덮혔다.
하코다테로 가는 날, 조금 이르게 일어나 짐을 꾸린다.
오늘도 방울 토마토와 크르와상 몇개를 챙기고, 미소시루에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 1월 5일, 숙소
하코다테로 가는 아침
일전에 런던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놓친 바 있는 -_- 우리 남매는
아예 서둘러서 호텔을 빠져나와 삿포로 역에 닿았다
역에 도시락을 하도 많이 팔길래
기차에선 냄새가 나는데 어떻게 먹지? 라고 생각했다
냄새 풍풍 잘만 내면서 먹더라.. 이것도 마케팅인 듯 ㅎ
침대를 빠져나올 땐 힘이 들더니, 샤워를 하고 아침까지 먹으니 컨디션 완전 회복.
삿포로역까지 걸어오면서 노래도 부르고 쫑알쫑알댔다.
조용한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귀덮힌 모자 덕에 목소리까지 큰 한국인, 월요일 아침부터 고성방가.
- 1월 5일, 숙소
야외나 다름없는 플랫폼에 난로까지 있던 밀폐된 공간이 있었으니
바로 흡연실;;
비흡연자는 밖에서 오들오들 떨란 말이냐... -_-
하코다테로 가는 '수퍼 호쿠토' 열차에선 자리를 앞뒤로 앉아야했다
것도 경치좋은 왼쪽 좌석도 아니고, 게다가 오른쪽 창가도 아닌 오른편 통로측 좌석;;
삿포로->하코다테 기차는 필히 왼쪽 창가에 앉기를 추천드리는 바,
자연 다큐멘터리를 아이맥스로 볼 수 있는 좌석이랄까..
여전히 눈이 내린다. 까마득한 먼 곳에서 느릿느릿 오랜 시간 내려오는 눈송이들.
본디 난 곳은 모른채, 길이며 나뭇가지 위에 쌓여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인생이란 참으로
어리석고 헛되다.
그래도 눈내리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눈은 내리고, 기차는 달린다. 숲을 지나고 바다를 지난다.
기차에 실려, 흔적도 없이 나는 이 도시를 떠난다.
- 1월 5일, 숙소
기차에 올라 한 잠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왼편 차창으로 말로만 듣던 '스고이'한 풍경이 한참이었다
호들갑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확실히, 정말이지 날씨운이 좋달까.
자고 나니 활짝 개인 하늘, 왼편의 바다와 산이 (전혀 일본스럽지 않은) 위엄을 내뿜고 있는게 아닌가.
오른편 좌석이라 화장실 근처로 나가 경치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사진 상으론 더 나았던 듯.
- 1월 5일, 숙소
삿포로에서는 불안할 정도로 눈이 내리더니
거짓말같이 맑아진 하늘과 푸른 바다
우리의 의혹,
일본의 푸딩은 눈쌓인 저 산을 보고 만든 것이 아닐까 ㅎ
마음까지 청명해지는 듯한 풍경들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야속해서,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두 눈에 담았다
도착하는 길, 배웅나온 것처럼 이렇게 날씨가 좋아주다니,
북해도 남쪽의 도시 하코다테,
느낌이 좋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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