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나픽추를 내려와 다시 입구로 나가는 길,

바람을 헤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근육맨이 되어버렸다.. 마치 미쉐린타이어 마스코트 같다ㅠ_ㅠ

오전 내내 와이나픽추에서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다 내려와서는 다시 입구로 나왔다. (마추픽추는 입구 겸 출구가 한 곳 밖에 없다)

표를 보여주면 얼마든지 재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잠깐 나와서 식당에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마추픽추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입장하기 전에 이용하는 것이 좋다.

큰 맘 먹고 이까지 온 김에 가이드를 통해 마추픽추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서 입구에 대기중인 가이드를 고용했다.

단체로 가면 좀 더 싸지만 마냥 일행이 구해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그냥 우리끼리만 둘러보기로 했다.

약 2시간 정도 마추픽추 곳곳을 다니며 설명해주고 가격은 10솔 깎아 90솔이었는데 너무 만족스러워서 결국은 100솔을 지불했다. (약 4만원)

다행히 오후에는 구름이 많이 걷히고 간간히 해도 볼 수 있었다. (간간히 비도 흩뿌렸지만..-_-)

마추픽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으로, TV에서만 보던 풍경을 직접 보는 것 만으로도 참 신기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나름의 순서대로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가이드는 William이었는데 영어가 매우 유창해서 알아듣기 쉬웠고 마추픽추에 관한 많은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녹음이라도 해왔으면 좋았을 걸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자세한 설명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게 원망스러울 뿐 ㅠ_ㅠ

마추픽추에는 공인 가이드가 있는데, (입구에서 유니폼을 입고 서성이는 가이드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이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몇 년 간 마추픽추에 대한 것을 공부하고 준비해야만 합격할 수 있다고 했다.

윌리암은 원래는 사설 여행사의 잉카트레일 가이드였는데 며칠동안 함께 하이킹 하고 캠핑하는 것이 힘들어 가이드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마추픽추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스크랩 해서 들고 다니면서 각 장소에서 보여주면서 설명해주는 모습이,

본인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듯 하여 참 멋져 보였다.

4만원이면 아주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그 가치를 했다고 생각한다. 마추픽추를 가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잠깐 마추픽추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마추픽추는 기록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어서 모든 것이 다 추측에 의해서만 알려져 있다.

최소 400년 정도 되었다고 추정되며 1911년에 미국인 Hiram Bingham에 의해 발견되었다.

지역 주민들이 "저 위에 마추픽추산이 있다"고 했는데 이 도시를 발견하고는 산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물론 지금의 모습 그대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나무 덤불로 뒤덮힌 상태였기 때문에 그 나무들을 잘라내는데만 수 년이 걸렸다고 한다.

먼저 간 곳은 Temple of the Sun(태양의 신전)이다. 안타깝게도 신전의 사진은 없고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Royal Tomb(왕실 무덤)의 사진 뿐이다.

기울어진 커다란 바위를 중심으로 건물이 형성되어 있다. 아래 사진처럼 위는 신전, 아래는 무덤이다.

<출처 : http://www.peru-machu-picchu.com>

이곳이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지 그 동굴같은 구조 때문이다. 실제 사람(유골)의 흔적이 발견된 바는 없다고 한다.

계단처럼 생긴 바위의 안쪽에 3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잉카문명의 세계관을 나타낸다.

맨 아래 계단은 저승/죽음을 상징하는 뱀, 두번째 계단은 현생을 상징하는 재규어, 세번째 계단은 천상세계/신을 상징하는 콘도르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처럼 마추픽추 곳곳에서 잉카문명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사진에서는 양쪽의 벽이 매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왼쪽의 벽은 듬성듬성한 반면, 오른쪽의 벽은 네모반듯한 돌들이 틈새 없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부분의 벽은 왼쪽과 같고, 신전과 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건물에만 오른쪽과 같은 벽으로 되어 있다.

정말 빈틈이 없다.

수백년도 더 전에 이렇게 정교하게 돌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

이곳은 어디를 잇는 문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다른 문들과는 다르게 이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신전을 잇는 문인 듯 하다.

 

마추픽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수로 시스템이다.

사진과 같은 분수(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가 총 16개나 있었고 그로부터 추정하기로 약 800~1000명의 주민이 거주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마추픽추의 규모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마추픽추의 기본 정신(?)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보존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건물을 지을 위치에 큰 바위가 있으면 그 바위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아래로 작은 바위들을 쌓아 벽을 쌓았다.

21세기의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작은 바위들은 어떻게 얻었는고 하니 위 사진처럼 큰 바위에 작은 구멍을 뚫어 크랙을 만들어 쪼갰던 것 같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큰 바위들을 비롯해 쓰다 만 바위 같은 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돌들을 어디서 어떻게 공수해왔을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될 만도 하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Sacred Plaza(성스러운 광장)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종교적 색채가 강한 곳이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세 개의 건물이 광장을 향해 열려 있는 ㄷ자 구조로 되어 있고, 광장의 나머지 한 면은 탁 트인 뷰를 가지고 있다.

이 건물은 Principal Temple(주신전) 이다.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그 크기 때문인데, Sacristy (성구보관실: 제사 도구나 복장 등을 보관하는 곳)로 추정되는 작은 신전이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의식을 위한 채비를 한 뒤 이곳에서 종교 의식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커다란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만들어진 건물과 제단이 그 특징인데, 마추픽추 내에서 가장 의미 있는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전 바깥쪽에 남십자성(Southern Cross)을 나타내는 작은 마름모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그 방향 또한 정확하다.

주신전의 오른쪽에는 Temple of the Three Windows (세 개의 창문을 가진 신전)이 있다.

주신전과 마찬가지로 ㄷ자 모양으로 생겼고, 앞쪽에 바위 몇 개가 서 있다.

앞서 말했던 잉카인의 세계관(저승,현세, 천상)을 나타내느 계단 모양의 바위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길쭉하게 서있는 바위의 왼쪽)

이곳이 어떤 역할을 했던 장소인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신화와 연결된다.

Bingham은 이 세 개의 창문이 (액자처럼) 각각의 다른 산을 담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는데

각각의 산은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아야르형제(Ayar Brothers)가 세상을 향해 나오기 위해 통과한 동굴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성스러운 광장의 마지막 세 번째 건물은 바로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House of the High Priest (고위 사제의 집).

ㄷ자로 생긴 다른 두 건물과 다르게 네 개의 벽이 있는 건물이다.

이곳에서 사제들이 특정 기간(종교적으로) 동안 살았는지, 단순히 설교를 위한 곳이었는지는 역시 정확하지 않다.

광장의 뚫린 한쪽면에서 바라본 계단식 농장.

 

광장의 뒤쪽에서 보이는 Central Plaza(중앙 광장)의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여자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고, 잔디밭은 야마와 알파카를 키웠던 목장 같은 곳이다.

왼쪽 끝의 마주보고 있는 집 두 채가 있는 곳이 바로 와이나 픽추 가는 길.


이 집에서는 일부 선택된 여자들끼리 모여 살면서 외부와 통제되었다.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교육을 받았다고 하니 왕의 여자가 될 여자를 양성하는 곳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