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캄보디아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겨울옷을 입고 출발했는데,
베트남에서는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캄보디아는 지금 여름 날씨라고 하니
일주일안에 3개의 계절을 경험하는 셈이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볼까...
사실 비행기 안에서만 해도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어느 드라마에서였던가?
'앙코르 와트'는 죽기 전에 꼭 한번은 가봐야한다는 대사를 듣고 난 후,
앙코르와트 탐방은 내 인생의 과제가 되었다.
캄보디아의 국기에마저 새겨져 있는 앙코르와트 유적지!!
그곳의 위용과 신비로움에 얼마나 감동을 받을까,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래도 <캄보디아>라고 하면 세계 최빈국 중의 한 나라!
킬링필드 라는 오욕의 역사를 가진 나라! 라는 선입견이 강했기에,
열악한 환경 때문에 내 여행이 불편하진 않을까?
국민성 자체가 살벌해서 내내 불안한 여행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던게 사실이다.
[사진출처 : 다음 백과 사전]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베트남과 접해 있는 나라!
면적은 18만㎢로 우리나라의 두배!
인구는 1400만명(2009년 추계)으로 우리나라의 1/3 에도 못 미친다.
넓은 평원과 여러 개의 큰 강으로 이루어진 캄보디아는
중국과 인도 및 동남 아시아를 잇는 주요 육상로 및 수로 가운데 위치하는데,
특히 메콩강은 캄보디아에서만 약 505km의 거리를 흐른다.
메콩강의 연례적인 범람은 양쪽 언저리 광대한 지역에 비옥한 퇴적물을 쌓으며
수많은 논에 자연적으로 물을 대주고 있어 그 주위로 넓은 평야들이 발달했는데,
그래서 국가 노동력의 3/4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캄보디아는 국가재정운영을 국제사회의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자원이 풍부히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메콩강 유역의 비옥한 토지 뿐 아니라, 서부지역의 울창한 삼림, 풍부한 수산자원까지...
다만 문맹률이 60%라고 하니,
그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교육인듯 하다.
국토 가운데에는 드넓은 톤레삽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톤레삽 호수는 동양최대의 호수로,
캄보디아 면적의 15%를 차지할만큼 크다.
수도는 프놈펜이지만,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엡립에 국제공항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서 캄보디아 씨엡립에 도착하기 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1시간 40분!
마침내 캄보디아 영토가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이라곤 논과 저수지 밖에 없지만,
캄보디아의 첫인상은 고향에 온듯한 아늑함과 푸근함!!
[사진 출처 : 다음 백과 사전]
이곳이 킬링필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캄보디아가 맞나 싶게, 너무나 평화롭고 아늑하다.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
캄보디아인 대학살 사건!
캄도이아인들에겐 가장 가슴아픈 역사다.
1~8세기에 푸난과 첸라의 힌두교-불교 왕조에서부터 9~15세기 앙코르 시대를 통해,
캄보디아는 지금의 타이, 베트남, 라오스의 일부가 된 영토를 지배했었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제국은 12세기에 왕조의 전성시대를 누렸는데,
이 시기는 앙코르와트, 바욘, 그리고 제국의 수도인 앙코르톰으로 알려진 거대한 사원 건축물 시대로 특징지어진다.
400년에 걸친 쇠퇴기 후에 캄보디아는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고, 20세기 동안에는 전쟁의 혼란을 경험했다.
그 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했고, 그 이후 다시 정치적 불안정을 겪었는데,
1970년대에는 농촌에서 공산주의 게릴라 운동을 펼치던 크메르루즈의 집권으로 황폐화되었다.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즈라는 무장단체에 의해 저질러진 대량학살이 바로 킬링필드인데,
3년 7개월동안 전체 인구 700만명 중 약 1/3 에 해당하는 200만명의 국민을 학살한 것이다.
나라의 역군이 되어야 할 청장년층이 모두 학살당했으니,
캄보디아가 현재 세계 최빈국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캄보디아 하면 떠오르는 것이 킬링필드요, 최빈국이라는 사실인데,
여행객을 처음 맞는 씨엡립 국제공항은 캄보디아의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준다.
공항건물 안으로 바로 이어지는 통로가 없어,
활주로 한가운데 내려 조금 걸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이 또한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저것이 공항건물?
휘황찬란한 인천국제공항과는 대조되지만,
깔끔하고 소박한 느낌이 참 좋다.
공항에 들어서니 공항직원들이 여행사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출입국관리소도 통과하지 않고, 짐도 안 찾았고,
그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건물에 들어섰을 뿐인데, 가이드가 여기까지 마중나왔나??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을 출발할때 여행사 직원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캄보디아에 내리면 경찰복을 입은 사람이 여행사 피켓을 들고 서 있을 겁니다.
캄보디아는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사람에게 비자피 20달러와 급행비 5달러를 주면 알아서 해줄 겁니다."
그럼 저 사람이 비자 발급을 도와줄 사람?
급행비 5달러가 뭔지 궁금했었는데,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한사람당 5달러를 받고 비자 발급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게 여권과 함께 1인당 25달러를 내고 나니 돌아오는 황당한 멘트!
"이걸 두고 나가면 됩니다. 비자 발급해서 여권은 호텔로 가져다줄겁니다. (물론, 영어로)"
여행객에게 여권은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여권을 여기다 두고 나가라고??
동남아에서 여권과 관련된 범죄들을 종종 뉴스로 접하곤 해서인지,
여권을 두고 가는게 영 찜찜하다.
그렇게 해서 출입국관리 직원 앞에 서서 여권에 도장 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옆문으로 줄지어 나왔는데,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황당한 경험이다.
출입국심사 없이 일단 통과시키고 보는 나라!!
우리 같은 단체 여행객 외에 개별 여행객들은
출입국 심사를 받고 나온다.
하지만 전체 여행객에 비하면 극소수일 뿐이다.
영 찜찜해서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네팔의 악몽이 떠오른다.
비자를 받기 위해 2시간동안 줄서 있어야 했던 악몽같은 기억!
그에 비하면 이런 수월함을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가?
앙코르 유적지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인사가 적혀 있는데,
이들이 쓰는 크메르어는 마치문자가 아닌 그림 같다.
크메르어 앞에서는 캄보디아의 문맹자들과 다름 없이 나도 까막눈이 된다.
공항을 나와 한국인현지가이드를 만났다.
가이드의 첫 인사~
"섭섭하이~"
응? 섭섭하다고?
비자문제도 신속히 처리하고 빨리 나왔는데 뭐가 섭섭하지?
가이드에게 줄거라도 갖고 왔어야 했는데 빈손이라 그런가?
하지만 이어지는 가이드의 말에 크게 웃고 말았다.
"섭섭하이는 캄보디아말로 '안녕하세요~' 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면서 섭섭하지 않더라도 섭섭하이 라고 많이 얘기해주세요~"
섭섭아이!
안녕하세요.
재밌다.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압살라 민속쇼를 하는 뷔페였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1000 명 정도를 수용할만큼 어마어마하게 넓은 식당이다.
손님은 대부분 한국인들!
내가 한국에 있는 건지, 캄보디아에 있는건지 갸우뚱하게 된다.
압살라는 천상의 무희를 뜻하는 말로,
앙코르 와트 유적 벽화에 새겨져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1막부터 7막까지 나름대로 스토리를 갖고 공연을 하는데,
뷔페 음식을 담아오느라,
옆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느라,
공연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간간히 무대 위를 바라보며,
공연하는 캄보디아 여인들이 참 예쁘다는 생각만...
그렇게 그들은 거창한 의식으로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앙코르와트가 본격적으로 관광지가 된지는 10년 정도 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씨엡림에 있는 호텔들은 거의 새로 지은듯 시설들이 꽤 괜찮다.
최빈국에 왔다는 생각이 절대 안 들정도로..
오히려 호텔 시설은 유럽의 여느 나라들보다 더 크고 깨끗했다.
둘째날은 본격적으로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탐방할 거라고 하는데...
그곳은 또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지...
아무래도 캄보디아를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예감!
섭섭하이~ 캄보디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