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크루즈 트랙킹을 위해 모여든다는 와라스...

트랙킹에 관심도 없는 나인데 왜 그 고생을 해가면서 여기까지 왔을까... 전날 27시간의 버스 대장정을 마치고 해가 중천을 지나 잠시 후면 산너머로 넘어갈 오후 늦은 시간 겨우 눈을 떴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정도로 힘들게 오게 될줄은 몰랐다. 에콰도르에 그리 길게 있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 버스 이동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게 된 걸까...여행 중, 이렇게 깊은 잠을 오래자보기는 LA에 도착해서 감기걸렸던 그 하루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없었는데...

이튿날, 으쌰으쌰 정신을 차리고 혹시나 해서 산타크루즈 트랙킹도 알아볼겸 와라스 동네탐방에 나섰다. 숙소는 언덕 위에 있어서 내려가는 건 매우 쉬웠다. 올라오는게 문제지... 일단, 대로변에 위치해 있는 여행사를 찾아가 산타크루즈 트래킹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당연히 기존에 알아보았던 가격보다는 훨씬 비싼 금액을 불렀고 여행사를 나가려고 하니 값을 내려주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몇 군데를 알아보다 들어간 한 여행사에서... 산타크루즈 트랙킹에 대해서 지금가면 별로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산타크루즈 트랙킹을 하기에 최고의 시즌은 3월부터 약 몇달간이고, 11월인 지금은 우기 시즌이라 힘들고, 춥고, 흐리다며 만류하는 것이 아닌가...여행사 직원 맞아? 날씨가 좋든 나쁘든 일단 관광객한테 가보라고 권유해야 하는거 아닌가?

근데, 사실 마음 깊은 곳...아니 마음 가까운 곳에서는 왠지 가기 싫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등산 싫어하고, 추운거 싫어하고, 날씨도 좋지 않고, 게다가 고산...

일단 시간적 여유는 있으니깐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마음으로 여행사를 나와 마을 중심 광장으로 움직였다. 전날 밤, 숙소에서 만났던 한국인분이 광장에 와라스 인포메이션이 있는데 그곳에서 주는 지도가 꽤 괜찮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알려줘서 간 인포메이션 센터. 외진 곳은 아니었지만 골목 입구에 있어서 혼자 찾으려면 그냥 지나칠 뻔한 곳이었다.

그다지 친절한 인포메이션 센터는 아니었지만, 와라스 지도 뿐만 아니라 리마, 쿠스코, 아레키파, 이카, 뿌노까지...페루의 모든 주요 도시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난 그 흔한 여행책 – 론니, 풋프린트 – 조차도 들고 다니지 않아서 각 도시마다 이런 지도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의외의 수확이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얻고 바로 그 앞의 광장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날씨는 너무나 맑게 개어 있어서 약간 쌀쌀한 기온이었지만 따뜻한 햇볕 덕에 그나마 살 것 같았다. 광장 옆으로 보이는 성당은 과연 저 곳에서 미사를 하나 싶을 정도로 폐허같은 느낌의 성당이라 그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싹 가시게 했다. 그나마 그 앞쪽 벽에 동화책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림벽화를 그려놓긴 했지만 성당 분위기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광장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아저씨와 그 아저씨의 신발을 닦는 어린 꼬마들...라마인지 알파카인지 암튼 동물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인디오 전통 복장을 하고 광장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들..

여행객, 특히 동양 여자라 어딜 가나 신기한 시선을 받곤 하는데 오늘만큼은 내가 그들에게 신기한 시선을 보내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가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시장으로 향했다. 그냥 재래시장이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옷가게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일단, 트랙킹을 가던 말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은 더 따뜻한 옷이기에 뭐라도 하나 살 생각으로 기웃거렸다.

남미 여행을 오면서 가장 내가 간과했던 사실이 바로 날씨, 그리고 해발 고도였는데...애시당초 계획을 잡기론, 호주(남반구)의 겨울이 그렇게 춥지 않다는 전제하에 미국(북반구)에는 8월쯤 도착, 멕시코를 시작으로 페루까지는 적도 근처일거란 생각에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약 11월에서 12월 사이에 페루 밑 칠레나 아르헨티나(남반구)에 도착을 할 때는 남반구의 여름 일테니 춥지 않을거란 착각을 하고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이건 뭐 나의 착각이었을 뿐이었다.

남반구면 무슨 소용인가. 콜롬비아 보고타 해발 고도가 2,600m정도, 에콰도르는 말할 것도 없고, 이곳 와라스 역시 해박 3,100m…이건 뭐 백두산(2,744m)보다 높다.  해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온이 낮아진다는 건 상식...근데 여행전에는 미처 이 생각까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름옷 위주로 짐을 싸서 온 나는 메데진에서 저렴하게 내피를 구입하고, 봄 잠바 하나와 가디건으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두터운 잠바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오리털이나 거위털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겉에 입을 수 있을만한 잠바를 찾아 다니던 끝에 저렴한 잠바를 구할 수 있었다. 뭐 입다가 누구 주거나 숙소에 버리고 오면 그만이니깐... – 그러면서 다음번 나올땐 무조건 방한장비 철저히 하고 나와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

재래 시장은 야채나 과일 등을 팔고 있었다. 이런 시장에서 사면 좋은 점이 덤으로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비닐에 원래 담겨진 만큼 넣어주고는 하나 정도 더 쑥 넣어주신다. 이런 면에서 이곳 사람들에게서 우리나라 시골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나와 광장 반대편쪽으로 조금 걷는데, 김범수의 ‘보고싶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곳이 대한민국도 아니고, 한류가 퍼져있다는 동남아나 중국,일본도 아닌데?? 고개를 돌려 두리번 거리다 보니 DVD 파는 곳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주는 것이 아닌가...권상우 나오는...(무슨 드라마인지 모르겠지만…’보고 싶다’가...드라마 OST였단 말인가??ㅡ.ㅡ;;;)

돌아오는 길, 우연히 바뇨스에서 같이 버기를 탔던 동생들 일행을 만났다. 아마도 일정이 거의 비슷해서 하루 이틀 차이가 날 뿐이었다. 마침 저녁식사로 닭도리탕을 해 먹는다 길래, 우리 호스텔 주방은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괜찮겠다 싶어서 우리 호스텔에서 먹기로 했다.

저녁쯤, 다시 그 동생들이 호스텔로 찾아왔고 호스텔 꼭대기에 있는 주방에서 조금은 어설프지만 닭도리탕을 만들어 먹고, 저녁 늦게 돌아갔는데 친구들이 숙소를 빠져나가자 마자 숙소 직원이 나를 불러 세웠다. 이곳 호스텔 매니저가 나에게 부엌 사용요금을 받겠다고 했다는 게 아닌가. 무려 이곳 하루 숙박비를 주방 이용요금으로 내라고 한다. 무슨 이런 날벼락이...

수많은 호스텔을 이용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 애시당초 그런게 허용되지 않는 거라면 미리 언질이라도 주던가...음식 다 해먹고 친구들 떠나자마자 나한테 얘기하는 건 또 뭐람...일단 내가 매니저와 얘기를 해보겠다고 하고 돈을 주지는 않았지만 정말 황당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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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0 

chifa 저녁 : 5

컨테이너 : 0.5

콜라 : 4

맥주 : 3.5

물 : 3

Total : 16.00 

2010.11.21 

감자 : 0.94

귤 : 3.44

양파 : 0.4

계달 : 0.8

향 : 1

겨울잠바 : 53.90 

Huaraz - Lima semi cama : 35

Churup 3박 : 60

Total : 15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