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산들 중엔 국립공원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산이 있는가하면,
도립공원, 군립공원으로 불리는 산들도 있다.
| 국립공원(15) 가야산, 계룡산, 내장산, 덕유산, 북한산, 설악산, 소백산 속리산, 오대산, 월악산, 월출산, 주왕산, 지리산, 치악산, 한라산
도립공원(18) 가지산, 금오산, 남한산성, 대둔산, 덕숭산, 두륜산, 마이산, 모악산, 무등산 선운산, 연화산, 조계산, 천관산, 청량산, 칠갑산, 태백산, 팔공산, 팔영산
군립공원(17) 강천산, 기백산, 내연산, 명지산, 방어산, 봉명산, 비슬산, 신불산 아미산, 운문산, 웅석봉, 월아산, 장안산, 천마산, 호구산, 화왕산, 황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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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국립공원에 들지 못하고, 도립공원에 머물러 있지만,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만큼 그 경치가 뛰어나다는 선운산!
이 곳 선운산은 무려 10개나 되는 산과 봉우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지도를 들여다보니, 선운산이 국립공원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경수산! 444.3m!
그것도 유일하게 400m가 넘는 봉우리다.
그래서 선운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은 주로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능선을 타며 산행을 한다고 하는데,
전날 덕유산 등산을 하고 온 터라,
저 10개의 봉위를 모두 돈다는 것은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선운산 1코스!
선운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봉우리라는 천마봉까지만 다녀오기로 한다.
한마디로 선운산 맛보기!
오전인데도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마주치는 이에게 스스럼 없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나도 덩달아 인사를 건네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순간 커다란 암벽 하나가 얼굴을 드러내는데
저곳이 바로 천마봉이다.
웅장한 바위절벽을 올려다보노라니 입에선 절로 "우와~"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이어서 천마봉 위로 사람의 형상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올라갔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설마 암벽을 기어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도 뒤쪽으로 돌아가니, 천마봉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끝없이 뻗어있는 계단을 보고 있노라니
다리에 힘이 탁 풀리는데,
암벽을 타고 가는 것보다는 100배 수월한 길이라 생각하니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계단의 끝에 이르자 작은 쉼터가 나오는데,
이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도솔암 내원궁이 정면으로 보인다.
내원궁 뒤로 솟아있는 기암절벽들!
이곳이 왜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마봉은 아직도 아득해 보인다.
한동안은 계단이 아닌 눈길이 펼쳐져 있는데,
폴짝 폴짝~
앞서 간 이의 발자국을 그대로 밟으며 따라가봤다.
길 옆으론 자그마한 발자국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건 누구의 발자국일까?
추운 날씨 속에서도 예쁜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가 있었는데,
똑 떼어다가 내 품속에 얼른 숨기고 싶을만큼 탐났지만,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남겨두는게 좋을 것 같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나저나 하얀 눈위에 저런 깜찍한 센스를 발휘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
저 아래에서 볼땐 아득했는데,
낙조대 있는 곳까지 올라오는데는 30분도 안 걸렸다.
저기 구름다리 너머로는 배맨바위가 보인다.
하지만 반대방향에 있는 천마봉으로 곧장 직진!
천마봉 위는 꽤 넓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
저 아래로 처음에 천마봉을 올려다봤던 곳이 보인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천마봉 & 천마봉에서 내려다본 주차장>
비록 400m도 안되는 낮은 봉우리지만,
어디든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좋은 법이다.
게다가 400m도 안되는 봉우리들이 보여주는 풍경들도 꽤 근사하다.
황량한 산 위로 짙은 녹음도 입혀보고, 알록달록 단풍 색깔도 칠해봤다.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오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선운산의 숨은 매력을
한꺼풀 더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청명한 날에는 저 산 너머로 푸른 서해바다도 보인다니...
높은 봉우리가 하나만 있었어도 가히 "국립공원" 감이다.
천마봉에서 바라본 낙조대!
기암괴석 사이에 숨은 내원궁과 도솔암!
뒷편으로 동백나무 숲이 있는 걸로 봐서 저곳은 선운사인 듯 하다.
볼록 솟은 수리봉과 그 옆 견치산 (개이빨산)!
멋있게 생긴 기암괴석들은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는데,
여기는 투구바위!
저기는 사자 바위!
구름 다리 건너 배맨바위!
선운산이 안고 있는 10개의 봉우리 중 고작 한 봉우리에 올랐을 뿐인데
선운산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배맨바위까지는 갔다올까 생각했는데,
나머지 아홉봉우리를 예약하고 가니, 다음이라는 기약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저 아찔한 구름다리 때문일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할수 없이 하산길을 택했는데,
올라왔던 계단들을 고스란히 내려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랜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새순들!
바야흐로 봄은 봄이다~!
선운산 앞에는 장어굽는 연기가 진동을 한다.
고창! 하면 풍천장어! 인데,
풍천(風川)은 고유지명이 아니고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며 바람이 골을 타고 오르내리는 냇가라는 뜻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전북 고창 선운산 어귀의 풍천장어를 으뜸으로 친다고 하는데,
이곳 풍천장어는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중 선택하라고 해서, 양념구이를 시켰더니,
윤기 좌르르~ 흐르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풍천장어가 등장했다.
장어는 양념맛이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장이 별도로 대기중이다.
풍천장어의 맛을 더욱 담백하고 해줄 부추무침!
기본 쌈재료인 고추와 마늘에 생강채까지 합류했다.
보고만 있어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데...
각종 야채와 함께 쌈으로 싸서 입에 넣으면~
...
...
씹을 틈도 없이 사르르~ 녹아버린다.
풍천장어를 먹을 땐 반드시 곁들여야 할 파트너!
고창 복분자주!!
복분자주 한잔에 풍천장어 한점!
그야말로 환상의 복식조였다.
선운사에 동백꽃 필 무렵이나 상사화가 만개할 무렵,
아니, 선운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 무렵,
아니, 그 때를 기다릴 것도 없이 풍천장어에 복분자주 한잔이 그리워질 때면
난 이곳 고창에 다시 오고 싶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