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컬럼(여행) - 여성포털이지데이

1. 유목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초등학교, 중학교 사회 시간에 세계 문명의 탄생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 있다. 그 때 우리는 세계 4대 문명에 대해서 배운다.[메소포타미아, 황하, 이집트, 갠지즈 문명] 사람들은 큰 강 유역에 모여 살면서 문명 사회를 이루었다. 그 이전의 시대, 사람들은 물론 끼리끼리 모여서 군집을 이루고 살았다. 좀 더 생존에 유리한 환경에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그렇게 문명이라는 것이 이루어 진 것이다.

중앙아시아를 호령하던 몽고족. 그들은 유목민족으로서 거대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기마 민족이었던 몽고족은 여러 나라로 분열되고 말았다. 유목민은 자신만의 땅이 없었다. 사람이 살기 좋은 땅에서 그 곳을 개척하여 좀 더 육택한 삶을 누리기 보다는 좋은 땅을 찾아 떠나는 그런 삶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문명의 발전에서 약간 뒤 쳐졌고, 문명의 발전으로 강력한 무기를 개발한 농경민족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도 농경문화에 젖어들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가족 공동체가 씨족 공동체로. 씨족 공동체가 마을로. 마을이 국가로. 점점 더 큰 공동체를 형성했고, 그 결과 전 세계에는 다양한 국가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더 살기 좋은 곳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그 이전부터 살기 좋았던 곳은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어 또 다시 개발을 하여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의 사람들은 그 곳을 떠나 좀 더 나은 곳을 찾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대도시는 점점 더 거대도시가 되어갔고, 대도시 주변에 신도시가 생겨났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영국의 수도 런던에 가져다 준 결과는 그 형태와 겉모습만 다르게 해서 아직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특이하게 다른 모습이 있다면, 거부들이 생겨났고, 거부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그들만의 쉼터를 만들어,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활권역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2. 어디 사세요?

흔히들 누구를 만나면 어디사냐고 물어보게 된다. 한국에서, 특히 서울에서. 자기가 어디에 산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경제력,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대략 어느정도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아 졌다. 가령 누군가가 어느 두 사람에게 어디에 사냐고 묻고나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하자. [좀 극단적으로] 강남 XX동 XX펠리스 살아요. 노원 XX에 살아요[노원은 필자가 사는 곳으로서, 극단적 비유를 위해 예로 든 곳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에게 당신이 어디에 사냐고 물었을 때, 전자와 같은 대답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아니면 후자의 대답을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한국 사회는 이미 그 사람이 어떤 동네, 어느 어파트에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대충 어떻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 누구도 그렇게 처음부터 할 생각은 없었겠지만,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사회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어딜가도 비슷한 현상은 목격 할 수 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

3. 125번가 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죠?

자메이카 킹스톤(Kingston, Jamaica)에 머물면서 뉴욕(New York)에 있는 호스텔을 예약을 했다. 뉴욕에 가는데 이왕이면 맨해튼에서 머물고 싶었다. 볼 것도, 할 것도 모두 맨해튼에 있었기에 그게 편할 것 같았다. 여행자들의 호스텔월드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검색해 보았고, 나는 가장 싼 호스텔의 도미토리를 예약했다. 그것마저도 방이 얼마 없었기에 가장 싼 방과 약간 비싼 방을 섞어서 예약 할 수 밖에 없었다. 125번가에 위치한 호스텔이었다. 맨해튼에 생각보다 싼 호스텔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숙소비용을 생각보다 많이 아낄 수 있었기에.

JFK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전철에 몸을 실었다. JFK의 공항 철도에서 내려, 본격적인 뉴욕 서브웨이로 몸을 옮기려자 살짝 멈칫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한 번 더 확인해 두고 싶었다. 나는 내 앞에 보이는 경찰관에가 게서 물었다. how can i go 125th stn?

친절하게 설명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전철을 타고 갔다. 전철이 목적지에 점점 더 다가갈 수록 열차 안의 사람수도 줄어 들었다. 사람수는 줄어들었지만, 흑인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흑인의 비율이 많아졌다. 전철은 차가운 공기를 싣고 북쪽으로 계속 달렸고, 125번가 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지상으로 나왔다.

거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그냥 늘상 보던 풍경과 비슷했다. 여느 도시와 같다는 생각. 하지만, 공기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여기는 뉴욕이니까.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흑인이 많았다.

나는 호스텔의 주소를 확인하고, 거리를 찾아갔다. 저 멀리 주택가 사이에 호스텔이 보였다. 길은 어두웠고, 도보 양옆으로 눈이 쌓여 있었다. 아, 1년 만에 겨울로 돌아왔구나. 뉴욕. 알러뷰.

4. 할렘 디스트릭트.

그는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호스텔 밖으로 나와 근처 델리(Deli)에서 약간의 먹을 것을 사서 돌아왔다. 키친으로 가서 먹을 것을 먹고, 다시 방으로 가서 그 곳에 있던 애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다른 여행지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숙소라고 생각했다. 남미나 중동 같은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서먹함이 그의 피부를 파고 들었다. 큰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약간은 어색했다. 그렇지만 그는 늘 하던대로 주변에 보이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것이 여행하는 자의 예의인 양.

그는 론니플래닛(Lonely planet)을 펼쳐 들고, 내일 부터의 일정을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가 위치한 곳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할렘가(Halem District)의 중심인 125th st. 그가 위치한 곳이 할렘가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제서야 그가 전철을 타고 왔던 풍경이 이해가 되었다. 열차가 맨해튼 남쪽에서 북쪽으로 오면서, 42번가와 링컨센터를 지나 로우 웨스트 사이드와 어퍼 웨스트 사이드를 지나 센터를 파크 북쪽으로 진입하면서부터 왜 흑인들만이 그가 탄 열차에 있었는 지를. 지하철 역을 빠져 나왔을 때도, 그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 곳은 할렘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생각했다. 그 동안 영화로 보던 할렘의 이미지, 그리고 말로만 듣던 할렘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5. 저지시티(Jersey city)에서 들은 이야기.

나는 미국으로 유학온 친구를 만나러 저지시티로 갔다. 대학 동기 녀석이 미국에 유학왔다는 사실을 자메이카에서 접하고 급(急)만남을 추진했던 것이다. 저지시티의 대형 쇼핑몰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디에 묵고 있냐는 말이 나왔다[그녀의 이모가 괜찮으면 집으로 초대를 해도 된다는 말을 했기에]. 그러자, 나는 대답했다. 125번가에 있어. 그녀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 거기 할렘이잖아? 안 위험해? 나는 대답했다. 몰라. 위험한 건 전혀 모르겠는데? 그냥 똑같아. 밤에도 그냥 괜히 분위기가 좀 그렇긴 한데, 위험한 건 모르겠어. 그러다가 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촌동생이 한 때 방황을 할 적에, 자기 딴에 반항을 한다고 학교를 끝마치고(반항인데 학교 끝마치고 갔다는 것 자체가 웃겼다) 집으로 오지 않고 할렘으로 갔다고 한다. 할렘에 저녁 무렵에 도착했다가, 그 사촌 동생은 무언가를 보고 엄청 놀라서, 다시는 할렘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동생이 그녀에게 해 준 말이 웃겼다.

그 사촌동생 녀석이 저녁 무렵 할렘에 도착을 했는데, 자동차들이 사람이 없이 그냥 움직이고 있었다는 거였다. 차 안에 사람은 안보이고 자동차들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다.

할렘에선 저녁 때 자동차들이 운전자도 없이 움직인다.

6. JFK공항에서,

그는 설마, 설마 라고 생각하면서 공항으로 갔다. 꿈자리가 뒤숭숭 했다. 예상치 못한 폭설로 비행일정이 취소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United Airline 데스크로 가서 다음 비행기를 알아 보았지만, 항공사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다음 비행기는 5일 뒤였다. 대한항공측에서 제공하는 LA발 비행기는 정상운행이었지만, 뉴욕에서 LA로 가는 비행기는 탈 수가 없었다.

그는 United Airline 직원과 영어로 대화를 계속 하다보니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하필이면, 그가 떠나는 날 폭설이 내리냐고 하늘을 원망했다. 그는 LA측과 전화 연결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 조차도 별로 시덥잖다고 생각했다. 항공사 측에서는 도저히 5일 이내로 비행 스케쥴을 잡을 수 없다는 말만 했다. 그 때, 동양인 직원 한 명이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한국분이시죠? 라고 하면서,

그는 비행 스케쥴을 새로 잡았고, 그 한국인 직원은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그러면서 다시 시티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머물던 숙소의 위치가 어디며, 숙소는 어떻게 하냐고 그에게 물어왔다. 그도 체크아웃을 다 하고 나온 상태라 또 다시 그 숙소로 갈 순 없었다[그 숙소는 Full 이었다]. 그리고 그는 숙소의 위치는 125번가 할렘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 직원은 그에게 말했다. 할렘, 위험하지 않아요? 웬만하면 거기로 돌아가지말고 딴데로 알아봐요. 그는, 친구가 퀸즈(Queens)에 있어서 친구집으로 가던지 해야 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그 친구와 통화를 할 수있도록 휴대폰을 빌려 주었다. 통화를 마친 후, 그는 새로 발급받은 보팅패스(Boarding Pass)를 들고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밖은 무서운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뉴욕은 그렇게 그를 떠나보내려 하지 않았다.

할렘, 생각하는 것 보다 위험하진 않았는데.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았다. 125번가의 추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