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마야(멕시코 유카탄 반도), 아즈텍(멕시코 중부)와 함께 남미 3대 문명인 잉카문명의 중심인 페루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잉카 문명의 핵심인 마추픽추가 있는 나라이다.

드디어 페루에 도착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 도착한 2010년 9월 5일 이후, 에콰도르를 거쳐 약 2개월 열흘만에 남미 여행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페루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에콰도르 쿠엔카에서 떠나기 직전 급하게 바꾸게 된 일정이라 만코라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 해변마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해변 걷기와 서핑밖에 없는 듯 해 보였다.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아침 식사 후, 호스텔의 원두막 같은 방갈로 2층의 도미토리에 자리를 잡고 호스텔을 빠져나와 해변으로 향했다. 멕시코 깐꾼, 플라야 델 까르멘 이후 처음으로 오게 된 해변이라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숙소에서 메인 비치가 있는 중심지점까지는 걸어서 약 15분정도 걸렸다.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어차피 해변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깨끗하고 정형화된 그런 해변가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닮은 해변이라 마치 내가 자연의 일부분이 된 것 같고 잘 다듬어진 호주 곳곳의 많은 비치나 멕시코 칸쿤의 리조트 앞 해변에 비해선 전혀 다듬어지지 않고 때로는 곳곳에 쓰레기들이 있는 해변이었지만 길다란 해변가에 몇 사람 없는 그 적막함이 참 좋았다. 물론 중간중간 갈매기들의 시체가 눈에 띄기도 했다. ㅠㅠ

한적한 해변을 따라 중심가로 가는 와중에 저 멀리서 몸체가 나보다 배는 큰듯한 개가 달려왔다. 잔뜩 긴장한 채 개가 지나가기를 기다렸고 그 개의 뒤로 주인으로 보이는 외국 남자가 조깅하듯 뛰어오며 나에게 씽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마도 내가 그 개를 보고 긴장했던 것이 느껴졌나 보다. 개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 남아있는 모래위에 찍힌 개의 발자국에 내 주먹을 갖다 대어보니 거의 비슷했다. 몸집 만큼이나 발자국도 컸다. 다시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걸음을 옮겨 중심가에 도착을 했다. 확실히 호스텔 주변의 해변가보다는 사람들이 북적이며 있었지만 성수기가 아닌 상황이라 그런지 확실히 한가한 편이었다.

해변가를 따라 오래 걸어온데다 너무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 탓인지 약간 시장기가 돌아 해변을 빠져 나와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거리가 해변까지 나 있어 중심 거리이긴 했지만 에콰도르보다도 훨씬 작고 어수선했다.

정확히 어느 레스토랑이 맛있을지는 잘 몰라 그냥 아무 곳이나 발길이 닿는대로 들어간 식당 안에는 편의점 앞에나 있을법한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페루하면 역시나 세비체...무엇을 시키겠냐는 말에 어느 블로그에서 세비체와 잉카콜라의 조합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라 해서 세비체와 잉카콜라를 함께 시켜보았다. 사실 세비체가 어떤건지는 잘 몰랐고 페루에 도착했던 첫날이라 잉카콜라도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다. 이윽고 직원이 나에게 세비체와 잉카콜라를 가져다 주었다.

세비체는 흰살 생선에 양파나 토마토 등과 함께 라임으로 시큼하게 만든 페루 전통 음식이다. 샐러드이지만 생선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한끼가 될 것 같았다. 파릇파릇하게 고수가 들어가 있었는데 즐겨 먹을 만큼 좋아하지는 않지만 중남미를 여행하며 어느새 고수를 먹는 것에 대해 큰 거리낌이 없어져버렸다. 여행을 하기 위해선 현지 음식과 향신료에 대해 나의 선입견과 기호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생선요리라 잔뜩 기대하고 한입 먹었을 때, 라임의 시큼함이 입안 가득 느껴져 깜짝 놀랐다. 사실 시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양파의 아삭거림과 시큼한 생선살이 조화를 이루어 기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잉카콜라와 세비체의 조합이 그 블로그에서 말했던 것처럼 환상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어디선가 많이 마셔본 듯한 그런 맛의 잉카콜라의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쨌든 도착한 첫날 페루의 전통 음식을 맛 보았으니 나름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며 나온 접시를 다 비울 수 있었다. 그냥 일종의 생선 초무침(?) 이런 느낌이라 한끼 식사가 될까 싶었지만 생선이 한가득 들어 있어 충분히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한접시에 7솔... 다른 블로그에선 6솔로 본 것 같은데 아마 그 사이에 올랐는지 모든 식당의 세비체의 가격은 7솔 공통이었다.

식당을 빠져나와 골목 골목을 다니며 살펴보았지만 페루의 건물들은 에콰도르의 건물보다도 훨씬 허름했고 심지어 어떤 집들은 지붕이 없기도 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마치 임시 막사와 같은 곳에 식당과 기념품 샵들이 들어가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더 썰렁한 기분이 들었다.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에 물건들은 여전히 조악했고 여행객이 거의 없어 그냥 파리만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그 앞으로 다가서니 오랜만에 보는 여행객이라 그런지 나에게 이것 저것을 사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짧은 미소로 거절의 표시를 하고 ATM 기계를 찾아보았다. 환전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금액은 남아 있었지만 만코라를 떠나기 전 일단 한번은 금액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허름한 곳답게 한 ATM기계는 고장나 있었고 어느 은행 앞의 ATM기계는 작동을 하고 있었다. 일단 위치를 파악했으니 다행이다.

만코라 동네자체는 볼거리가 거의...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대충 지리도 파악할 겸 해변이 아닌 골목을 따라 돌아왔는데 그나마 길을 잘못들어 골목에서 한참을 헤메다 겨우 들어올 수 있었다. 자칫하면 정말 길을 잊어버릴 것 같은 곳이라 다음부터는 그냥 해변을 따라 걸어다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텔 앞쪽 해변에 자리를 깔고 누워 쉬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한적해서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기분... 콜롬비아에서 알게된 홍콩국적의 어느 친구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 만코라라고 했는데 왠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적도와 그리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라 따뜻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바닷바람은 만만치 않았다. 추위를 느껴 다시 들어가 잠깐 컴퓨터로 놀고 있던 중, 바깥을 보니 어느새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이럴때를 놓칠 순 없지.

급하게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말갛게 씻은 얼굴 고은 해는 이제 빨간 자취를 하늘에 뿌리고 서서히 저 너머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약간 구름이 끼어 태양이 가려 있었지만 문득문득 구름 사이로 빨간 해가 보일 때, 그 광경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도에 촉촉히 젖은 모래사장은 지는 해에 낮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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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세비체 : 7.00 

잉카콜라 : 2.5

모터택시 : 3.00 

Total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