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로 향하던 중 고속도로 표지판이 로테르담 가까이 이르렀음을 알려준다.

마침 시간도 정오가 넘어서 있어 점심식사도 할 겸 로테르담을 들려보기로 한다.


 

로테르담, 네덜란드에선 암스테르담 다음 가는 제2의 도시로 유럽 최대의 무역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세계적 건축가들의 실험적인 현대 건축물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어 현대건축의 경연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한 명성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네덜란드의 항복을 받기 위한 이웃나라 독일의 공격 때문이었다.

독일군의 공습에 의해 잿더미가 되어버렸던 로테르담은 전 후 옛 모습을 복구하는 대신 현대적인 건축물의 집합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이던가?

어디로 가야하나? 관광안내책자의 로테르담 페이지에선 성 로렌스 교회와 큐브하우스가 첫머리에 올라와 있다.

네비게이션에서 성 로렌스 교회를 목적지로 찍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간다.

 

건물 들 사이로 높이 솟아 있는 전망대는 로테르담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유로마스트'라 불리는 높이 185m의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이다.

'유럽의 돛대'란 뜻의 이름은 로테르담이 유럽 최대의 해양도시임을 자부하고 있는 표현인 듯 싶다. 겉만 바라보면서 그냥 통과하여 시내를 향한다.

주차장 바로 옆은 항구(뢰베항), 꽤 많은 배들을 볼 수 있었다.

로테르담을 흐르는 강은 '마스', 이 마스 강은 운하로 도시 안과 연결되어 있고 하류로 흐르는 물줄기는 북해로 이어진다.

여러 형태의 크고 작은 배들이 호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부둣가 널찍한 공간엔 선박의 기관으로 보이는 장치들과,

등대와 배도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로테르담의 '해양박물관' 야외전시장이었다. 그리고 야외전시장이 끝나는 지점에는 실내전시장, 여기도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큰 길 건너 골목(Hoogstraat라는 거리) 안으로 들어서 식당을 찾던 중 마침 맥도널드 매장이 보여 햄버거로 때우기로 한다.

그런데 이 맥도널드 매장 안에 있는 화장실은 놀랍게도(?) 유료였다. 

식당 화장실까지 돈을 받다니......, 정말 인색한 네덜란드 사람들임을 또 한번 실감케 한다.
 

'성 로렌스 교회'는 맥도널드 매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Hoogstraat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현대적 건축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고풍스러움을 뽐내며 서 있다.

1449년에 공사를 시작해 1525년 완공된 로테르담에서 중세시대의 유일한 유적인 성 로렌스 교회,

원래는 성당이었으나 1572년 종교개혁 와중에서 프로텐스탄트 교회로 바뀐다.

그렇지만 2차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공습으로 많은 부분 파괴되었고 결국 전쟁이 끝난 후 복원작업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콘서트, 강연장, 전시관 등 다양한 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교회 안에 있는 무려 7600개의 파이프를 가진 오르간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오르간으로 유명하다. 

성 로렌스 교회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다른 도시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희안한 건축물들을 만나게 된다.

피터 블롬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이름하여 '펜슬아파트'와 '큐브하우스'. 로테르담을 찾은 외지인들이라면 꼭 보고 가야하는 명물이다.

말 그대로 연필 형태로 지어진 펜슬아파트, 획일적인 외형의 성냥갑 같은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영 딴 모습이기에 신기하기만 하다.

여러개의 주사위를 비스듬히 세워놓은 형태의 큐브하우스는 과연 '사람이 실제 살고 있는 곳일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육교 위에 지어져 있어 꼭 굴러 떨어질 것 같은 형태로 불안하게 서 있다. 하지만 모양과 상관없이 현재 38가구가 살고 있단다.

큐브하우스 바로 앞에는 메트로역사(Blaak), 이 역사 또한 지붕을 감싸고 있는 철구조물이 눈길을 끈다.  

저 멀리 하늘로 솟아 있는 현대적인 고층빌딩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로테르담의 시내도로는 좀 복잡한 편이다. 가운데 차도를 중심으로 옆으로 트램선로, 인도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 다시 인도이다.

횡단보도에는 자전거 전용신호등 또한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는,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전거에 대한 인프라 제공 없이 자전거 타기만을 권장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라도 확실히 다름을 느끼게 한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에 띄는 건물 하나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역시 현대건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브뤼셀을 향하여 다시 차에 올랐다. 고속도로 방향으로는 이 도시의 또 하나의 명물 에라스무스 대교가 서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베르켈에 의해 설계된 사장교이다.

중세 때의 저 유명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가 로테르담 출신이기에 그를 기념하기 위하여 에라스무스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다리의 형태가 백조의 긴 목을 닮았다고 해서 '백조'라는 별명으로 많이 부른다고 한다.

다리 너머 마스 강변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들이 서 있다. '콥 반 자우드' 지역으로 '마스의 맨해탄'이라 불린단다.

건축으로 유명한 도시 로테르담의 현대적 첨단건축기술을 상징하는 초고층빌딩들이 즐비한 곳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의 번영을 상징하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저 멀리 세워진 커다란 현대식 풍차를 바라보며 네덜란드를 생각해 본다.

1년 365일 빙빙 돌며 부지런히 전기를 만들어내는 풍차처럼 끝없는 노력으로 번영을 추구해온 사람들이 있는 나라,

옛 모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암스테르담, 그 곳에서 네덜란드 과거의 영광을 보았다면,

현대적 분위기로 가득 채워진 로테르담에서는 그 옛날의 영광을 힘차게 재현하고 있는 현재의 번영을 보았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