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세상의 색깔이 변하는 시기, 황금벌판의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즈음 산은 울긋불긋 새로이 단장을 하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단풍, 노오란 은행잎이 눈을 간지럽히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어디가 좋을까? 머리에 떠올려지는 여러 곳 중 물어보는 이들에게 꼭 한번은 가을에 다녀오라고 추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영주의 '부석사'. 빨갛게 사과가 익어가는 농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여유로운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고, 부석사로 오르는 은행나뭇길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부석사의 안양루에서 내려다보는 소백산맥의 줄기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중앙고속도로 풍기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부석사 방향으로 931번 지방도를 타고  달린다. 부석사까지 약 20㎞쯤 이어지는 이 길이 일명 '사과 드라이브' 코스라고 불리는 길이다. 도로 양편으로 은행나무 가로수 뒤로 펼쳐지는 농원 안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영주에는 사과 농가가 3500여 군데나 된다고 한다. 도로변 곳곳에는 농원에서 재배한 사과를 팔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색깔이 빨간 홍로와 홍옥이 대부분이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드라이브 코스인 셈이다. 영주에 갔다면 반드시 보고와야 할 문화유산인 부석사로 향하는 ‘사과 길’이야 말로 영주 사과를 제일 쉽고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이다.  

10월 하순이면 부석사로 오르는 은행나무 길은 노랗게 물들어 있다. 빨갛게 물든 단풍들과 어우러진 이 길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게된다. 산쪽으로 약간 경사진 길이라 올라가려면 다리가 조금은 뻐근할지 모르지만 은행나무 사이로 걷다보면 모든게 잊혀진다. 그저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깔은 감히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신비임을 느끼게 한다. 
부석사는 신라의 유명한 고승 의상대사가 676년 창건한 사찰로 대사가 입적할 때까지 거처하던 곳이다. 국내에서 최고(最古) 목조건물(봉정사 극락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알려진 바 있는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절이다. 
산지의 경사면에 지어진 탓에 무량수전까지 오르기 위해선 9단의 석축을 올라가야 한다. 문화유산해설사는 '천왕문이 있는 맨 아래층은 지옥, 무량수전이 있는 꼭대기는 극락'이라고 설명한다. 9단을 다 오르려면 꽤나 호흡이 가빠진다. 하지만 그 정도 수고를 해서 극락에 오를 수 있다면 누가 오르지 않을까...... 

석축을 다 오르면 '안양문'이다. 앞쪽에서는 안양문,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면 '안양루'란 현판이 달려있다. 앞쪽에서는 문, 뒤쪽에서는 누각으로 두 기능을 겸하고 있다. '안양'은 극락이라는 뜻이란다. 안양문을 통과하면 극락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안양루에 오르면 극락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곳이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발 아래 소백산과 태백산줄기를 바라보노라면 과연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줄기와 사이사이 펼쳐지는 구름의 무리.......
안양루 현판에는 절경을 표현한 김삿갓의 시가 적혀있다.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이곳에 올랐구나…  

백 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구경할까 세월이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버렸네." 

부석사는 애틋한 사랑이 깃든 절이기도 하다.

'부석' 즉 '뜬 돌'의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가 의상대사를 중국 유학시절 사모했던 '선묘' 낭자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유학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가는 의상대사를 보호하기 위해 선묘는 바다에 빠져 용이 되어 지켜주었고,또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하려고 할 때 방해하는 무리들을 바위를 공중에 들어 위협하여 쫓아냈다는 설화가 전해내려온다. '부석'은 현재 무량수전 뒷편에 위치한다.

부석사 여행에 빠뜨릴 수 없는 곳은 '소수서원'이다. 부석사에서 약 15분쯤 거리에 위치.

중종37년(1542)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은 이를테면 최초의 사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4천여명의 유생들이 공부를 했던 곳으로, 유학의 대가 퇴계 이 황 선생의 유적도 남아있다.

소수서원 뒷편에는 '선비촌'이 자리한다. 2004년 9월에 개장한 선비촌은 전통체험학습장이다. 어린이, 일반, 노인분들을 위한 전통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상설 운영되고 있다. 영주 지역에 현존하는 고택 40채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숙박도 가능하다.

해우당 고택, 인동장씨 종가는 고급형, 만죽재, 두암고택 등은 일반형이다. 독채형도 있다. 예약 문의는 054-638-6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