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 입구, 몇 년 전에와 달리 마을 입구 전방 1.2km 지점에서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 
 

매표소 옆에 세워진 안내판에 '소중한 문화재를 원형으로 보존하기 위해 2008년 6월 1일부터 시행한다' 고 적혀 있다. 또 마을내 음식점과 토산품 가게도 매표소 뒤 새로이 마련된 하회장터로 이전하였단다. 마을 주민들에게나 그리고 찾아드는 이들에게나 다 좋은 운영방침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옛 것을 찾아보는 사람들이라면 옛 사람처럼 걷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하회마을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성인 기준 이천원.
 
매표소 바로 옆 관광안내소에서 안내리플릿을 받아들고 걸음을 옮긴다. 
 

안내표지판은 하회장터 쪽으로 들어가라고 가리킨다. 자연스럽게 장터를 돌아보게 하는 상술이지만 얄밉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장터를 통과하면 매표소와 하회마을 입구를 오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나타난다. 요금은 성인 500원, 중고생 400원, 초등생 250원.

 
더운 날씨라 도로 따라 걷기는 힘들 것 같아 버스를 타려 했으나 마침 하회마을을 다녀오던 어떤 분이 숲길이 있다며 멀지도 않고 그리 가면 좋단다. 당연 그 길을 선택한다.

도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로 들어섰다. 이름하여 '하회마을 강변 물돌이길', 겨우 1km니 걷기에 딱 좋은 거리이다.

 
숲길을 걷다보니 나무들 틈 사이로 낙동강 강줄기와 모래톱이 바라다 보인다. 
  
하회'라는 뜻은 물돌이, 물돌이마을임을 실감나게 해준다. 겸암정이 자리잡고 있는 부용대도 한 눈에 들어온다. 버스를 탔더라면 놓쳐버렸을 경치, 걷기를 정말 잘 선택한 것이다.

고즈넉한 숲길을 타박타박 걷는 기분을 버스를 타고 휭 지나가는 것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수령 599년 된 소나무도 만나게 된다.(근데 어느 때 기준인지??) 

 
십여분 걸으면 옛 주차장 앞에 이르른다. 


하회마을 입구까지는 오른쪽으로는 연꽃밭이 펼쳐진다. 꽃이 져버렸음이 조금은 서운하다.   
 

왼쪽으로는 푸르름을 가득 안고 벼이삭을 영글어가는 논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하회마을 안내판을 보고 어느 코스로 돌아볼까 생각해본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기에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비교적 짧은 코스를 선택. 

안내판 앞에서 마을에서 나와있는 안내요원으로부터 하회마을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125세대 인구 232명로 풍산 류씨가 67%이다. 건물은 기와집이 162, 초가가 211동.

문화재로는 하회병산탈과 징비록 등 국보급이 2, 보물이 4점, 사적으로는 병산서원이 있고, 겸암정에서 바라다 볼 수 있었던 만송정 솔숲은 천연기념물이다.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동성마을로,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류운룡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 형제가 자라난 곳이다.

인기 탤런트 류시원 또한 이 곳 풍산류씨의 자손이다.

마을 안으로 발을 디디면 요즘은 TV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나즈막한 담장, 흙벽의 초가집들, 기우뚱 기울어진 굴뚝.......

불현듯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큰집에 가던 날들이 떠오른다. 너무너무 오래 지나버린 시간들!

 
초가집과 기와집이 길을 경계로 마주하고 있다. 왼쪽은 양민이, 오른쪽은 지체높은 양반이 살던 곳일까? 

이 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남촌이고 오른쪽은 북촌이라 불린다.

 
언제봐도 초가집은 기와집보다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박의 줄기, 노란 해바라기도 마냥 정겹다. 하지만 시멘트로 포장된 골목길은 현대적 느낌이라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초가집과 달리 기와집 담장은 반듯하게 길 따라 기다랗게 이어지고 있다. 집도 크고 땅도 넓기 때문이다.

 
안내리플릿에는 없는 기와집은 번남고택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나보다.

도예공방으로 도자기체험에다 민박도 가능하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과연 화회마을엔 원주민들이 얼마나 남아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한다.

 
하회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유산 중 하나인 '양진당'으로 들어선다. 솟을대문이 꽤 큰 집임을 짐작케 한다.

 

대문을 들어서면 사랑채이다. 정면 7 칸 측면 2 칸의 꽤 큰 규모를 자랑한다. 류운룡 선생의 문중회의가 열리는 곳이란다. '입암고택'이라는 현판은 류운룡과 류성룡의 부친인 입암 류중호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보물 제306호', 풍산류씨 대종택으로 풍산에 살던 류종해가 하회마을에 들어와 15세기경에 최초로 지은 집으로, 임진왜란 때 화재를 겪기도 하였고 여러 대에 걸쳐 지어진 흔적이 남아있는 집이다.

양진당이라는 이름은 풍산류씨 족보를 최초로 완성한 류영(류운룡의 6대손, 1687-1761)의 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현판은 명필 한석봉의 글씨이다.

 
다음에 들린 곳은 양진당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충효당'. 보물 제414호, 17세기에 지어진 서애 류성룡의 종택으로,

서애 선생이 벼슬을 물러난 후 풍산현에 있는 작은 초옥에서 별세한 후 그의 문하생과 지역 사람들이 선생의 유덕을 추모하여 지은 것이다. 대문 옆으로 12칸의 긴 행랑채는 류성룡의 8세손인 류상조가 병조판서를 제수받고 부하군사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었다고 전한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ㅡ'자형의 사랑채, 8칸의 대청마루이다.

'충효당'이라는 이름은 선생이 평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는 말을 강조한데서 유래하였다. 현판은 조선 중기 때 명필가인 '허 목'이 썼다고 전한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이어지는 중문에 '내당이오니 출입을 삼가합시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솟을대문 옆으로 행랑채의 외양간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여물통이 눈길을 끈다.

 
사랑채 옆으로 돌아가면 잘 꾸며진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푸른 나무들이 고택을 더 아름답게 꾸며준다. 

  
사랑채 옆에 서애 류성룡의 유물전시관인 '영모각'이 자리하고 있다. 

 
작천고택, 건축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며 처음에는 두 채였으나 1934년 대홍수로 문간채가 쓸려나가고 지금은 'ㅡ'자형의 안채만 남아있는 고택이다. 

살림하는 분들이 마당에 나와 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담장 밖에서 들여다 보고는 발길을 돌린다.

남촌을 뒤로 하고 하회마을 입구로 향하는 뚝방길은 비포장이라 걷기에 좋다. 
 

지나가는 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항아리 구경은 덤이다. 

 
만송정 솔숲의 소나무 사이로 '겸암정'이 바라다 보인다. 
 

하회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부용대', 오른쪽 끄트머리엔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집필한 '옥연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 쪽으로 눈을 돌리면 동화 속에 나옴직한 초가집........ 
 

마당에 있는 자동차와 검은 비닐하우스만 없더라면 완전히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풍경이다. 

  
뚝방에서 바라본 하회마을 입구풍경 역시 그림같다. 연꽃밭 주변으로는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나 있다. 이제 그 지겹던 여름은 가나보다.  

유네스코가 지정하여 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더욱 아름답게 보존해야 할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