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역에서 길을 건너면 담락(Damrak)거리가 시작된다.




담 광장으로 이어지는 담락거리는 암스테르담 최대의 명소 답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담락거리의 왼쪽으로는 운하가 흐르고 있다. 이 운하 동쪽 골목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가 자리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홍등가는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지역이다. 즉 섹스가 하나의 상품으로 공식적으로 팔리는 곳이다. 상업으로 부강한 나라이기에 뭐든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왔기 때문일까. 마약도 자유롭게 거래된단다. 도덕적 종교적 사고로서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곳이다.




아뭏든 그런 개방화된 나라답게 담락거리의 초입에는 '섹스박물관'이 있어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이끈다.




입장료는 4유로, 3층으로 이루어진 이 섹스박물관에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모은 성에 관한 삽화며 그림 사진과 도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성 문화가 발달(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한 네덜란드 사람들에겐 평범한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녀가 함께 보기에는 좀 남살스런 그런 곳이다.




담락거리를 걷다보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뽐내는 치즈선물가게에서 낙농업을 상업으로 발전시킨 네덜란드 사람들의 상업적 수완을 생각하게 하고,




또한 나막신을 대표상품으로 전시하고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육지가 수면보다 낮은 어려운 자연환경에 있는 나라임을 느끼게 한다.




건물들은 보통 창문이 두 칸이나 세 칸 어떤 것들은 한 칸짜리도 있다. 거의 구분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집들은 세 칸 네 칸이라고 해봐야 아주 좁게 기다랗게 지어져 있는데 이는 활용할 면적이 많지 않았던 좁은 국토환경의 산물이다.




시간이 점심 때라 밖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에 이끌려 들어갔던 식당에서는 안타깝게도 역사적으로 상업과 무역으로 번영해 온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경험이 되어주었는데......




점심 특선가격으로 저렴하게 제공한다던 스테이크는 맛은 빵점, 유럽의 왠만한 나라 식당에서 디저트로 내어주는 마른 빵도 따로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네들의 자랑이라며 종업원이 권유했던 하이네켄 맥주 또한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었다.

식사 후에 '암스테르담 버스투어' 일정 중 버스가 고장 나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중 '어떻게 책임질거냐' 고 물었을 때 운전사와 안내원이 이구동성으로 '우린 어쩔 수 없다.' 라고 막무가내로 버티던 네덜란드 사람들..................
옛날 지방에서 서울로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였다.
 



담락거리에서 버스투어와 운하투어가 시작된다. 그리고 다른 곳에선 보김 힘든 '시내투어 다인승 자전거'투어도 있다.




담 광장을 향하여 거리 양쪽으로는 빽빽하게 들어선 오래된 건물들이 이어진다.




홍등가 쪽 상가골목으로 들어가면 각종 섹스용품 가게들과 섹스쇼를 실연하는 작은 극장들과 술집들이 자리하고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운하를 중심으로 양쪽에 공창가가 자리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곳이기에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한번쯤 돌아볼만한 곳이다. 튤립과 풍차만을 연상했던 사람들에겐 의외의 장소가 바로 암스테르담에 있다.
  



공창가 동네 한복판에 자리잡은 오래된 교회, 아이러니컬한 장면이다. 도덕적 사고와 행동을 중요시 하는 기독교 국가이건만 버젖이 교회를 앞에 두고 섹스거래를 합법화하고 있는 나라 네덜란드..........
아주 큰 건물이지만 퇴색한 교회에서 도덕적 관념이 또한 무너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느끼게 한다.




담락거리의 골목을 빠져나와 담 광장으로 들어섰다. 널따란 광장 한가운데에는 하얀색 탑이 서 있고 주위는 오래된 건축물들이 감싸고 있다. 암스테르담 시가지의 모든 길은 이 담 광장으로 통한다고 한다. 원래는 암스테르담의 중심부를 흐르는 '암스텔'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담'(댐)이 있던 곳으로 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곳이다. 




광장의 중앙에 서 있는 탑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전사자들을 기리는 위령탑이다.




담 광장 주변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왕궁', 네덜란드 고전주의 양식을 자랑한다는 이 건축물은 보수 중으로 가림막이 쳐져 있어 안타깝게도 머리 부분 외에는 감상할 수 없었다. 1665년 완공된 이 건물은 원래는 시청사였으나 1808년 당시 유럽을 정복했던 나폴레옹 황제의 동생 루이스 나폴레옹에 의해 왕실궁전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광장 오른쪽에 붙어있는 건물은 고딕양식의 '신교회'이다. 일명 '성 카타리나 교회'로 불리며 왕족의 대소사를 비롯한 네덜란드의 주요 국가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현재 네덜란드 왕인 베아트릭스의 대관식이 열리기도 했던 이 교회는 유명한 전시회와 연주회를 여는 예술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기에 유명한 '암스테르담 다이아몬드 센터'도 광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유명한 밀랍인형박물관인 '마담 투소'도 보인다.




트램이 바쁘게 오가는 광장을 돌아보다가 반가운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네덜란드 사람들 못지않게 세계 어디로든지 진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
그러나 지친 다리도 쉴 겸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국식당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17세기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있었던 때문인지 한자로 된 간판을 내건 중국식 식당만 여럿 볼 수 있었다.




점심식사 때 워낙 현지식에 실망했던 터라 중국식당으로 찾아 들어갔다. 
이층에서 내려다 본 담 광장 주변의 건물들의 간판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글자를 단 간판들도 언젠가는 볼 수 있으리라.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밤 9시 반, 그러나 도시는 아직도 어둠이 내리지 않고 있었다. 짧은 반나절이지만 낮이 긴 덕택에 암스테르담에서의 긴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