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갑게 나를 만지던 햇볕이 서서히 뒷걸음질 치며 숨을 무렵 언덕의 끝자락에 도착한다
니넨자카, 산넨자카 골목들을 지나 기요미즈테라의 입구에 들어선다
봄이 시작되기전에 들렀다가 봄이 끝날 무렵 다시 서게되니 알수없는 정감에 잠시 멈춰선다
지난번에는 입구에서 수많은 깃발들에 둘러쌓인 관광객들에게 내몰리듯 밀려서 그냥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어쩐일인지 한가하다
마음도 한가하다
아! 늦어버렸다
옛스런 사원의 낡은 대청에 조금은 정신없는 문양의 기모노를 입은 두 아가씨를 보고 카메라를 드는 순간
느닷없는 핸드폰의 등장에 실망섞인 셔터 소리가 내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물론 저 손가방에서 예쁜 부채라도 나오길 바란건 아니지만
그래~ 전서구랍시고 하얀 비둘기가 나온것 보다야 훨씬 낫겠지 ㅎㅎㅎ
잡스런 생각으로 길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사원을 돌아올라간다
높은 산 위에 지어진 사원이라서 그런지 콧잔등과 뒷주머니를 바람들이 들락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산뜻하다고 말하기엔 조금은 어색한 늦은봄의 바람에 뽀송뽀송한 까닭인지
시원해 보이는 샘물을 그냥 지나쳐 지나간다
마치 세쌍둥이처럼 길게 누워서 응석을 부리는 물바가지만 눈길을 머물게 한다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워서 낙숫물에 손가락하나를 슬쩍 적셔본다
"차갑구나..."
혹시라도 한여름에 다시 찾는다면 그때는 한바가지 신명나게 마셔보리라 생각하면서 물묻은 손가락을 튕긴다
왜 이렇게 한산한가했더니 여기에 다 모여있었나보다
교토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제주도에 신혼여행을 온 사람들처럼 줄서서 사진찍기를 기다린다
한커플이 찍으면 자연스레 뒤의 커플이 포즈를 잡고 한명은 날래게 사진을 찍는다
"다음~~"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린뒤 우리 차례가 되었다
이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우리들은 모두 난간에 한줄로 길게 바짝붙어서서는 커플들도 없는 허공에 셔터를 날려댄다
"다음~~"
교토를 안내하는 책자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명소중의 명소
세줄기로 떨어지는 오노타키 폭포라 이름 지어진 곳이다
성공, 사랑, 장수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중에 두가지만 선택해야만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음... 만약에 나에게 두가지를 준다면...난...'
"그래! 난 성공한 여자를 만나고 오래오래 살테닷!!!"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인지 느닷없이 허기가 몰려온다
내 버릇중에 하나만 슬쩍 말하자면 뻘쭘하면 뭔가를 먹는다
어쨌든 수많은 줄틈에 끼이기 싫어서 이렇게 슬쩍 오노타키 폭포를 뒤돌아선다
조금더 지나치자 자수신사를 만난다
이곳은 연애운을 비는 곳인데 수많은 연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커플지옥이 바로 여기였다
일부러 사진을 안찍은것은 아닌데... 돌아와보니 없다... 기특한 카메라 같으니라구...^^
이 신사 옆에는 커다란 바위 두개가 있는데 두눈을 감고 바위사이를 똑바로 걸을수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하니
이건 뭐~ 곡예사의 첫사랑도 아니고~
기특한 카메라는 이곳도 남기지 않았다
어느덧 산사는 밤의 색으로 물들어 가고
나도 어느새 언덕아래로 접어들고 있었다
허기진 마음도 채울 겸 군것질이라도 할 요량으로 산넨자카의 골목길에 다시 들어선다
두리번 거리며 어슬렁거리던 걸음이 멈춘다
왔던길을 다시 조금 되집는다
4개월전 이곳에서 쪼그려 앉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던 그 골목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도 저 자전거는 1년 내내 저렇게 있는 모양이다
'아... 지난날의 내 순진한 추억이...'
그때는 그저 누군가 저골목길 안쪽에 볼일이 있어서 잠시 세워둔줄만 알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같은 모습을 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던건 숨길수가 없었다
하지만 금새 웃음이 난다
저 골목길에 저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내 실망은 더 컸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반갑다...자전거야~ 추억아~
난 뒷주머니속에 낡은 사진 한장을 꼬깃꼬깃 접어 넣으며 기요미즈테라를 추억한다
2010. 수없이 다시만날 추억을 기념하며... 기요미즈테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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