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시안의 명소 중 하나인 '화칭쯔'(華淸池)로 이동한다. 무려 3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으로 장안(長安)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25km 정도 거리에 있다.)에 있어 중국 왕실의 휴양지로 사랑받았던 곳이다. 서주 말기에 주유왕에 의해 처음으로 이 온천지에 행궁이 세워졌고 이후 당나라 현종 때 '화청궁'을 지어 최고 번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화청궁을 만들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중국역사상 최고의 미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명한 경국지색 양귀비, 자신의 18번째 아들의 비인 양귀비에 반해버린 현종은 장안성을 떠나 화청궁에서 머무르며 며느리와의 불륜의 사랑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당시 정치의 중심지가 장안에서 화청궁으로 옮겨졌다는 말이 있었을까.
화청지로 들어서는 길목엔 사방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들이 호위병처럼 도열해 있다. 아직 잎을 떨구지도 않았기에 옆에 서 있는 건물지붕에 쌓인 하얀 눈과 처마에 달린 고드름과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즈넉한 풍경이다.
10전(殿) 4루(樓) 2각(閣) 5탕(湯) 4문(門), 휴양지 치고는 꽤 규모가 큰 행궁이다. 원래 자리를 지켰던 화려한 건물들은 사라졌고 새로이 복원된 건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화청궁 정문은 굳게 닫혀있다. 출입은 옆에 있는 매표소로 해야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널따란 연못 뒤로 '장생전'이 자리하고 있다. 저 궁궐에서 양귀비는 현종을 치마폭에 휩싸안고는 사리분별을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
화칭쯔 뒤로는 '리산'(驪山, 1,274m)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휴양지를 포근하게 감싸안은 삼림공원이다. 삼림이 울창한 산을 오르내린 후에 좋은 물에 몸을 담그면 부러울 것이 뭐가 있으랴.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가끔 그런 행복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멀리 보이는 케이블카는 분명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온천탕으로 향하는 길가에서 글을 새겨넣은 고서 형태의 조각작품을 대하게 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쓴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장한가'의 내용이다.
서쪽으로 도성 문 백여 리를 나오더니. / 어찌 하리오! 호위하던 여섯 군대 모두 멈추어서네 / 아름다운 미녀 굴러 떨어져 말 앞에서 죽으니 / 꽃비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이 아무도 없고, / 비취깃털, 공작비녀, 옥비녀마저도. / 황제는 차마 보지 못해 얼굴을 가리고 / 돌아보니 피눈물이 흘러내리네. - 백거이 <장한가> 중에서
여자에게 눈이 멀어 정치를 돌보지 않던 현종은 결국 '안사의 난'을 맞이하게 되고, 난을 피하여 도망가던 현종은 호위병사들의 요구에 의해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양귀비의 목숨을 내어주고 만다. 죽어서도 같이 하자던 사랑의 약속은 남자의 비겁함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온천탕 전각 앞에는 양귀비의 조각상이 서 있다. 옛 중국에선 미인의 개념이 지금과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게 한다. 현대의 미인이 날씬하고 가녀린 얼굴인데 비해 양귀비의 조각상을 보면 살이 통통히 쪘다 싶을 정도이다. 중국 고서에는 양귀비를 '자질풍염'(資質豊艶)이라고 묘사했다고 하는데 이는 가무에 뛰어나고 풍만하고 요염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양귀비 전용 욕탕이 있는 전각 처마에는 '귀비지'란 현판이 걸려있다.
전각 안에는 작은 개인 욕조가 자리하고 있다. 가운데의 원형구멍은 온천수가 솟아나오는 정수구이고 구석에 낸 작은 틈은 배수구이다. 해당화 모양으로 만들어 해당탕(일명 부용탕)이라고 이름 붙은 이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욕조는 서기 747년 현종이 내연의 여인인 양귀비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전한다.
귀비지 건너편의 '연화탕'이라 이름이 붙은 전각 안에는 현종의 전용탕이 자리한다. 역시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타원형 욕조로 양귀비와 함께 목욕을 즐기기 위해 만든 듯 두사람이 충분히 함께 목욕이 가능할 정도로 큰 편이다.
전각 옆에 있는 야외석조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온천수의 온도는 섭씨 43도, 무려 6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예로부터 '천하제일온천'으로 불린다.
한겨울 눈 내리는 날에 이 뜨거운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아마 기분이 절로 좋아질 듯 하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진다고 하는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당나라의 황제 현종은 결국 이 경치 좋은 곳에서 좋은 물에 절세의 미녀와 함께 사랑을 나누다 눈이 멀어 결국 몰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엄청난 권력도 그리고 이 세상 어떤 것 보다도 사랑했던 여인 또한 어느 날 지는 꽃처럼 속절없이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을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온천물은 지금도 샘솟고 있건만 그 물을 즐기던 사람은 역사 속에서 불명예스런 이름을 남기고 사라졌다. 물론 그 이유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리라. 역사는 이렇듯 후세의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건만 잘못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우리는 본다. 왜 사람들은 똑같은 시행착오를 저지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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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청지로 들어서는 길목엔 사방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들이 호위병처럼 도열해 있다. 아직 잎을 떨구지도 않았기에 옆에 서 있는 건물지붕에 쌓인 하얀 눈과 처마에 달린 고드름과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즈넉한 풍경이다.
10전(殿) 4루(樓) 2각(閣) 5탕(湯) 4문(門), 휴양지 치고는 꽤 규모가 큰 행궁이다. 원래 자리를 지켰던 화려한 건물들은 사라졌고 새로이 복원된 건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화청궁 정문은 굳게 닫혀있다. 출입은 옆에 있는 매표소로 해야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널따란 연못 뒤로 '장생전'이 자리하고 있다. 저 궁궐에서 양귀비는 현종을 치마폭에 휩싸안고는 사리분별을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
화칭쯔 뒤로는 '리산'(驪山, 1,274m)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휴양지를 포근하게 감싸안은 삼림공원이다. 삼림이 울창한 산을 오르내린 후에 좋은 물에 몸을 담그면 부러울 것이 뭐가 있으랴.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가끔 그런 행복을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 멀리 보이는 케이블카는 분명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온천탕으로 향하는 길가에서 글을 새겨넣은 고서 형태의 조각작품을 대하게 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쓴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장한가'의 내용이다.
서쪽으로 도성 문 백여 리를 나오더니. / 어찌 하리오! 호위하던 여섯 군대 모두 멈추어서네 / 아름다운 미녀 굴러 떨어져 말 앞에서 죽으니 / 꽃비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이 아무도 없고, / 비취깃털, 공작비녀, 옥비녀마저도. / 황제는 차마 보지 못해 얼굴을 가리고 / 돌아보니 피눈물이 흘러내리네. - 백거이 <장한가> 중에서
여자에게 눈이 멀어 정치를 돌보지 않던 현종은 결국 '안사의 난'을 맞이하게 되고, 난을 피하여 도망가던 현종은 호위병사들의 요구에 의해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양귀비의 목숨을 내어주고 만다. 죽어서도 같이 하자던 사랑의 약속은 남자의 비겁함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온천탕 전각 앞에는 양귀비의 조각상이 서 있다. 옛 중국에선 미인의 개념이 지금과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게 한다. 현대의 미인이 날씬하고 가녀린 얼굴인데 비해 양귀비의 조각상을 보면 살이 통통히 쪘다 싶을 정도이다. 중국 고서에는 양귀비를 '자질풍염'(資質豊艶)이라고 묘사했다고 하는데 이는 가무에 뛰어나고 풍만하고 요염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음을 뜻한다고 한다.
양귀비 전용 욕탕이 있는 전각 처마에는 '귀비지'란 현판이 걸려있다.
전각 안에는 작은 개인 욕조가 자리하고 있다. 가운데의 원형구멍은 온천수가 솟아나오는 정수구이고 구석에 낸 작은 틈은 배수구이다. 해당화 모양으로 만들어 해당탕(일명 부용탕)이라고 이름 붙은 이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욕조는 서기 747년 현종이 내연의 여인인 양귀비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전한다.
귀비지 건너편의 '연화탕'이라 이름이 붙은 전각 안에는 현종의 전용탕이 자리한다. 역시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타원형 욕조로 양귀비와 함께 목욕을 즐기기 위해 만든 듯 두사람이 충분히 함께 목욕이 가능할 정도로 큰 편이다.
전각 옆에 있는 야외석조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온천수의 온도는 섭씨 43도, 무려 6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예로부터 '천하제일온천'으로 불린다.
한겨울 눈 내리는 날에 이 뜨거운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아마 기분이 절로 좋아질 듯 하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진다고 하는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당나라의 황제 현종은 결국 이 경치 좋은 곳에서 좋은 물에 절세의 미녀와 함께 사랑을 나누다 눈이 멀어 결국 몰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엄청난 권력도 그리고 이 세상 어떤 것 보다도 사랑했던 여인 또한 어느 날 지는 꽃처럼 속절없이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을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온천물은 지금도 샘솟고 있건만 그 물을 즐기던 사람은 역사 속에서 불명예스런 이름을 남기고 사라졌다. 물론 그 이유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리라. 역사는 이렇듯 후세의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건만 잘못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을 우리는 본다. 왜 사람들은 똑같은 시행착오를 저지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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