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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바 강의 야경 -
아침에 일어나보니 간밤에 있었던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잘 분간이 가질 않는다.
지난 밤에는 낮에 잠깐 동행했던 누나와 네바 강의 야경과 다리가 열리는 모습을 보러
갔었다. 모스크바보다도 더 늦게 해가 지는 상트 페테르 부르그였기에 야경을 보려면
최소한 12시는 넘어야 했다. 거기다가 다리가 열리는 시간은 새벽 1시 50분 경이었기에
걷는 시간과 가서 사진도 찍고 놀 여유 시간을 고려해 11시 반 정도에 숙소를 나섰다.
그 시각의 거리는 늦은 일몰 시간과 관광객을 충분히 고려한 듯, 차도 어느 정도 있었고
가로등으로 환했다. 다리 주변에 도착한 것은 1시였다. 다리를 지나 건너편으로 와서
사진을 찍고 야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다리가 열려 있었다. 그 때가 1시 20분
경이었는데 예상보다 30분이나 먼저 열리는 바람에 열리는 그 순간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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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대로 여러 각도에서 여러 각도에서 일제히 열린 다리 밑으로 배가 지나다니는 모습을
구경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충분히 다리와 야경을 감상했다 싶어 숙소로
돌아가려 했는데 갈 수가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강의 건너편으로 건너온
상황이었는데 다리가 모두 열렸기에 돌아갈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시내의 지도를 보아도
네바 강은 시내 한가운데를 굽이치며 가로지르고 있어 지하철이 끊긴 그 시각에 건너편으로
가는 길은 다리가 유일했다. 게다가 지도에 나와 있던 다리의 개폐시간을 보니 다시 닫히는
때는 새벽 5시나 되서였다. 다리를 보러 왔다가 그 다리 덕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다리가 5시에 닫혀서 다리를 건너 돌아가더라도 숙소까지는 족히 한 시간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말 큰 낭패였다. 같이 간 누나와 나는 당황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주변의 러시아 인들은 무척이나 한가롭게 강변에 앉거나 누워서 맥주를 마시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혹시나 방법이 있는지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다행히
영어를 잘하는 이들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 역시 현지인이 아니고 아르메니아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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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들은 숙소가 건너편이 아니고 현재 있는 쪽이어서 문제가 없고 건너가는 방법은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자신들은 러시아 말을 할 수 있으니 다리를 지키고 서 있는
관리인에게 물어보아 주겠노라고 했다. 러시아 여행을 다니며 알게 된 것이었는데 러시아
인접국 사람들은(예를 들어 터키,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사람 등)
대부분 자국어와 더불어 러시아어와 영어를 곧잘 했다.
- 건너편에 보이는 에르미따쥬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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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한 명이 관리인에게 물어보고 와서는 현재 위치에서 오른쪽에 있는 다리는 열리지 않고
항상 닫혀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건너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국제적인 관광지, 한 나라 제2의
수도가 대책없이 몇 시간 동안이나 길 전체가 마비될 수 있냐며 어이없어 하던 우리에겐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정도로 발달한 도시에서 장장 4시간 동안이나
강 건너편으로 가는 길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다만 늦은 시각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우측 편에 있는 다리를 보지 못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있던
위치에서는 좌측편의 다리들은 모두 보였으나 우측 편의 다리는 구조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우리는 오른쪽 다리를 돌아 강을 건넜다. 아까 있던 곳에서
닫혀 있는 다리까지는 보기보다 먼 거리였는데 그 방법이 아니었으면 5시까지 다리가 열릴 때만을
기다려야 했음을 생각해 볼 때 그 거리가 길건 짧건 감지덕지였다. 돌아오면서는 누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 이런 돌방 상황이 참 많다며 한바탕 같이 웃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는
녹초가 되어 바로 곯아 떨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간밤의 일은
실제가 아니고 단지 생생한 몽환이었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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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성당에서 내려다 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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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고생한 덕에 무척이나 늦게 일어났다. 낮에 찾아간 곳은 이삭 성당이었다. 표트르 대제의
야심작, 러시아의 유럽을 향한 창, 당시 제일의 문명권이었던 서유럽을 철저하게
배우고 모방하고자 했던 표트르 대제의 의도대로 상트 페테르 부르그는 여느 서유럽의 도시처럼
엄청나게 큰 고층 건물이 없다. 이삭 성당이 주변부의 건축물 중 가장 높은 것이었기에
성당 꼭대기에서는 시내와 강변의 모습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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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삭 성당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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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보드카 박물관이었다. 그곳은 일반적인 국공립 박물관과 달리 민영인듯
했고 음식점과 겸업중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영어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돈을 조금 아끼려다가 러시아어로만 알 수 없는 전시물들만 대충 훑어보고 나오는
꼴이 될 것 같아 영어로 안내를 받기로 했다. 가이드는 보드카의 유래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시간 순서로 설명해 주었다. 그 중 흥미로웠던 것은 러시아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 놓은 표트르
대제와 화학 분야의 뛰어난 과학자인 멘델레예프에 대한 설명이었다. 표트르 대제는 국민들이
술에 취하는 것을 싫어하여 술 취한 사람을 잡아서 물을 주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감금해 놓는
가혹한 형벌을 주었다고 한다. 멘델레예프는 최적에 가까운 보드카의 알콜 농도와
함유량을 공식화하여 제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대전 때는 술을 만들지도 말고 마시지도 말라는
금주령禁酒令과 금조령禁造令을 내렸는데 그것을 어기다가 발각되었을 시에는 즉살했다며
그 당시 사용되었던 총도 보여주었다. 견학을 마치고는 세 종류의 보드카과 러시아 전통 안주를
시음 및 시식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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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보드카 -
- 보드카 박물관에서의 시음과 시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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