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관의 입구에서 -


- 정면에서 바라본 기념탑의 모습 -

오전에 간 곳은 VDNKh 라는 역에 있는 전시관이었는데 바로 옆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
아침 일찍 간 터라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며 산책을 하고 옆의 놀이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쉬기 위해 벤치에 앉았는데 몸이 몹시 피로해 왔다. 어제 아르바트
거리에서 기분은 회복이 되었으되 체력은 그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인듯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놀이공원의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공연히 짜증까지 났다.
그곳에서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 싶어 한적했던 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졸음이
심하게 몰려 왔다. 숙소로 돌아가서 푹 쉴지 공원의 벤치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일지 잠시
고민하다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내 생각보다 몸이 훨씬 더 피곤한 상태였는지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체력이 조금 회복되긴 했으되
여전히 피로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또다시 숙소로 돌아갈지 다음 목적지였던
이즈마일로프 시장으로 향할지 망설였다. 그러다가 볼거리를 조금 더 보고 싶은 욕심에
이번에도 후자를 택했는데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이 때의 선택은 적절하지 못했다.
중국과 몽골에서는 몸이 안 좋으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휴식만 취하자는 원칙을
잘 지켰는데 러시아에서는 비싼 돈을 내고 이곳까지 왔는데 조금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욕심이 앞섰기에 근시안적인 사고를 했던 것이다. 당장 아무것도 안하고 숙소에 누워
쉬는 것이 시간적,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다고만 생각한 것인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빨리 몸 상태를 호전시켜 건강한 몸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더 바람직한 쪽임을 알면서도
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그 대가를 다음날 오후까지 치러야만 했다.

- 이즈마일로프 시장의 입구 -

___nbsp;____

어쨌든 나는 지하철을 타고 이즈마일로프 시장에 도착했다. 그곳은 대규모의 호화로운
굼 백화점과는 반대로 재래식 상점가에 음식, 기념품, 그림과 의류 등을 파는 곳이었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다양한 상품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했고 가격 역시 유명세만큼
비싼 편이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많이 다녀간 곳인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묻지도 않고
한국말로 -샤슬릭 14000원, 안 비싸요-라고 말하며 비싼 가격의 샤슬릭을 팔고 있었다.
___nbsp;____

이번 여행중 꼭 가졌으면 했던 기념품은 마뜨료쉬카라는 러시아 전통 나무 인형이었는데
그것의 무게나 가격보다도 앞으로 오랜 기간을 배낭 속에서 이리 저리 치이며
모양이 상할 것을 생각하니 살 수가 없었다. 상점가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다 보니 갑자기
비가 왔다. 지나가는 비이겠거니 하고 털 모자를 파는 천막 밑에 잠깐 있었는데 빗줄기는
가늘어졌으되 비가 결국 멈추지는 않아 그냥 비를 맞으며 걸었다.
___nbsp;____

- 시장의 옷 가게 -

- 재미있는 문양의 티셔츠 -

상점가의 끝에는 서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의 건물들이 꽤나 많았는데
거의 문이 닫혀 있었다. 내가 조금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부근은 공사중인 곳도 있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재는 개방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건물을 둘러 보다 보니 결국 비는 그쳤고 구경을 마친 나는 피로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