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고택에서의 하룻밤~~
저는 200년 이상된 권성백 고택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아래는 땀이 흥건할 정도로 뜨끈뜨끈, 위로는 그야말로 우풍이라 불리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대는 고택의 체험은
도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움이었습니다.
하지만 200년이란 세월을 무시하면 온돌 보일러로 개조한 고택에서의 하룻밤이
군불을 지핀 방이 아니란 사실에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하지만 화재의 위험과 군불을 지필 장작마련과 인건비를 생각하자면 보일러의 개조가 시급했을 거란 결론에 이르기도 합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요~~
주인 어르신께서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고 계셨습니다.
그 열이 온돌방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아직 장작불을 때우시긴 하나 봅니다.
앞마당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고택의 옛스러움과 더할 수 없는 겨울의 서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우산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하나의 우산을 나눠쓰고 산책을 나가보았어요~~
우리가 묵은 권성백고택의 표지판이 보입니다.
1800년대로 추정되는 200년 이상의 가옥으로 중요민속자료 제 202호라고 합니다.
가일마을을 한바퀴 돌아볼 량으로 지나가던 마을 아주머니께 이 근처 호수의 위치를 여쭤보았어요~~
그리고 다른 일행들이 묵었을 초가집도 둘러보고
시래기 널어놓은 양옥집으로 변신한 이웃집들도 들여다 보았지요~~
간단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자 가일마을 부녀회원들이 특별히 아침상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겨울비에 얼었던 몸과 마음이 따뜻한 국 한술로 눈녹듯 녹아듭니다.
아침부터 전을 부치고 반찬을 만들며 보냈을 정성을 생각하니 더욱 감동이 밀려오네요~~
마을 어귀에 꼭 하나쯤 있는 보호수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채 우뚝 서 있습니다.
오랜세월 견디지 못한 나무에 시멘트를 채우고 쌍용을 그려넣은 것이
왠지 힘께나 쓰는 형님들에 그려진 문신같이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지만
쌍용이 이 보호수를 지켜주는 나름의 법칙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남근상이 보호수와 함께 있었어요~~
여름내내 푸르렀을 가일마을의 작은 연못인데 지금은 거의 말랐습니다.
순천만의 습지를 연상케도 하구요~~
가까이 가보니 낙엽인줄만 알았던 옥잠화는 제 생명을 다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고택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가일마을의 아침...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여행을 잠시 주춤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고택에서의 추억은 더욱 오롯이 기억하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