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온 개별 여행자가 황산으로 가는 길은 조금 복잡하다.
황산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우측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9번 버스를 타면
시내를 한 바퀴 돌아 툰시 버스종점으로 하게 된다. 그리고 툰시 버스종점에서
비로소 황산 버스종점으로 가는 소형 버스를 탈 수가 있다. 황산 버스종점은 기차역 부근이나
황산 시내가 아니라 실제 황산 바로 밑의 입구에 있다. 일단 툰시 버스종점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 옆에서 택시를
세워놓고 호객을 하는 택시 기사는 나를 꽤나 귀찮게 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나의 옆에는 한 쌍의 서양 연인이 서 있었다.
그들과 나는 서로 흘끔흘끔 쳐다보곤 했는데 그러다가 그들 중 남자가 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자신들은 황산으로 가려고 하는데 혹시 나도 황산 마을로 가려는 중이거든 같이 택시를 타고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툰시 종점까지의 택시 요금은 9元으로 버스 요금에 비해 9배나
비쌌으나셋이 나눠 타게 되면 일인당 3元씩 내는 꼴이라 크게 비싸지도 않고 그들과 섞여
보는 것도재미있을 것 같아 승락을 했다. 남자는 1년간 중국에 살았다는데 중국어를
무척 유창하게 구사했다.툰시 버스 종점에 도착해서는 황산 내의 목적지가 조금은 달랐기
때문에 그들과 다른 버스를 타야 했다.
영국에서 왔다는 그 남자는 나를 위해 버스 요금도 물어봐 주었고
혹시 버스 기사가 요금을 속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며 끝까지 나를 걱정해주었다.

내가 묵을 숙소는 황산대문이라는 황산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런데 초행길이라 어디가 어딘지잘 몰랐던 나는 탕커우라는 마을에서 내렸고
그래서 한참동안 길을 헤맸다. 그러던 중 한 중국 고등학생을
만나 어느 정도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서로간에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원활한 대화는 힘들었지만그가 날 진정으로 도와주려 했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호객꾼과 장사치들을 다 물리쳐주고 도중에길도 두어번 물어가며
같이 가 주었는데 어느 기점에 이르러서는 나와 가려는 방향이 달라 작별을 해야했다.

그와 헤어지고도 나서 길을 잘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이고 있었는데 걸어가는 내내
차도로 달리던 차가 내 옆에와서 타라고 호객을 했다. 수십 분 전부터
그들을 뿌리쳐 왔던 터였으나 오래 걸으며 헤매는 것을 그만하고 싶어
택시가 아닌 일반 호객차량에 5元에 합의를 보고 탔다.
사실 이런 곳에서 택시도 아닌 그런 차를 탄다는 것이 위험한 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길도 모르겠고 배낭도 너무 무거워 -에라 모르겠다- 하며 반 포기 상태로
탔던 것이다. 그런데 차에 타고서 보니 내가 가려 했던 목적지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툰시 종점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에 15元이었고 한참 전부터 호객을 했던 사람도 5元을
불렀던 것을 생각하니속은 것 같아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노하면 무엇하고
후회하면 무엇할 것인가.

그저 5元 값어치의 배움을 얻었다 생각하고 잊어버리자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내가 묵은 숙소는 식당을 겸업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저녁으로 계란볶음밥을
시켜 먹고 있는데 문득 다른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음식을 주문할 때 불편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영문 차림표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중문판만 갖추고 있는 곳보다는 그나마 나았으나
어쨌거나 영문판도 한국인이 보기에불편한 것은 매한가지일 터였다.
그래서 한국판 차림표를 적어주겠노라고 주인에게 설명을 하고 나서
모든 음식 목록을 한글로 번역했다. 후에 찾아올 한국 관광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하며중문, 영문판의 차림표를 바탕으로 하여 가이드북, 내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영단어,
한자 지식을 총동원하여한국어판 차림표를 완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