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에 인접한 도시의 특성상 상하이 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가재 요리집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랍스타 요리처럼 큰 가재가 아니고 한국에서 먹는
대하大蝦보다 조금 크거나 비슷한 정도의 크기이다. 여러 요리집을 두루 살펴본 후 난징로 끝에
있는가장 저렴한 가재 요리집으로 들어갔다. 가재 요리가 1인분에 22元이었는데 주문을 하자
매운 양념이배어있는 가재가 바구니에 수북히 담겨 나왔다. 가재와 함께 시큼한 맛의 간장과
고추기름이각각 한 종지씩 딸려 나왔고 수저 대신 1회용 비닐 장갑을 한 켤레 주는 것으로
보아하니 손으로뜯어먹으라는 의미로 생각되었다. 먹어보니 살코기의 맛은 새우맛인데
내장은 대게를 쪄 먹을 때의 내장 맛과 비슷했다.
 

사실 요리라는 것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어야 되는데 숙소의 퇴실 시간이 촉박해
쫓기듯 급히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퇴실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09년도 상하이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내년 개최될 2010 상하이 엑스포를 위한
대규모 공사가 시 곳곳에서벌어지고 있었다. 그 회색빛은 건설 현장에서 나온 각종 분진과
수없이 많은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에서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중국에서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이 교통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지만 역시나 또 다른 많은
수의 사람들은 교통 수단으로 차를 이용한다. 지금도 이곳의 차가 이 정도로 많은데,
무공해 교통수단인 자전거를이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차를 몰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찔하다.사실 자신은 편하게 문명의 이기인 차를 소유하고
사용하면서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차를 사용하게 된다면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이런 발상은
어떻게 보면 조금은 이기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이 걱정이 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거대도시 상하이는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물이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겠으나 그 빛이크면 그림자도 커지는 법이다. 번화한 난징로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신천지같은 곳은 어마어마한 크기의건물들로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 사이사이에
있는 좁은 뒷골목으로만 들어가 보아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한눈에 보아도 무척 궁핍해 보이는 사람들, 초 현대식 건물 뒤에서 대나무 걸이에
빨래를 걸어 말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난징로의 뒷골목에서 생선을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
상하이는 이것이 과연 같은 도시인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중적인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탄 황산 행 열차는 2등칸인 경와硬臥였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경와의 3층으로
구성된 침대칸에서도 가장 저렴한 상포上鋪(제일 윗칸)의 표를 구입했는데 그 공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좁았다. 내가 들어갔을 때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을 때라
빈 자리가 많아 상중하의 1,2,3층 침대에 모두 누워 보았는데
1층 침대는 그나마 여유로웠고 2층과 3층 침대는 침대와 윗 공간과의 폭이 너무 좁아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좁은 공간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3층 침대는 에어컨이 나오는 천장과
너무 가까웠기에 강한 에어컨 바람에 몸에 한기가 돌 지경이었다.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건 너무 불편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며
불평을 하고 있었는데 내 옆 칸에 탔던백인 여자들은 나와 같은 3층 침대에 올라가더니
곧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바로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나니
침대의 불편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나는 머쓱해져 더 이상 불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