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일어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차를 얻어타고 운곡사 행 버스 종점까지 갔다.
내가 갔을 때에는 최 성수기인 7,8월이 아님에도 아침부터 꽤 많은 단체 여행객들이 있었다.
황산 등반로 입구에서 조금 걷다 보니 케이블카 탑승지점이 나왔다. 매표소에서는 입장권과
케이블카 표를 각각 따로 팔고 있었는데 입장권은 국제학생증 덕택에 학생가격인 반값에 살 수
있었다. 케이블카는 걸어서 2~3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를 10분만에 지나쳐 올라갔다.
 

이날의 계획은 시신봉始信峰과 청량태淸凉台을 거쳐 배운정排雲(云)亭을 지나
광명정光明頂까지 간 후 하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힘든 산행이었고 배운정까지
가니 이미 체력이 떨어지고 물도 바닥나서 더 이상 풍경을 감상하며 다닐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다리 근육이 피로 때문에 풀린 탓에 나중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등산이란 것이 빨리 오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천천히 경치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가야 하는
것인데 산행중 5분 이상 쉰 적도 없는 데다가 식량이라고는 고작 생수 한 병에 빵 조각 2개와
머핀 2개를 가져가서 금방 바닥나 버리니 소요음영은 언감생심이었고 단지 빨리 내려가서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산길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계속해서 내려가는가 보다 싶을 때
한번씩 등장했던 오르막길이었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있자니 아침에도 몇 번 봤었던
가마꾼들이 승객 한 명을 태우고 비키라며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가마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2인이 1조가 되어 운영하는데 요금이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요금은 1Km 당
100위안이었다.

나는 한 몸 옮기기도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 가마꾼들은 가마에 사람까지 태우고서
어떻게 이 급경사를 다니나 했더니 한 번에 전 구간을 가는 것이 아니라
속보로 이동했다가 잠깐 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때문에 속보로 갈 땐 그들이 날 앞질렀다가 멈출 땐 다시 내가 앞지르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산행중에 마주친 것은 가마꾼만이 아니었다. 봉우리에 있는 호텔에서 나온 침구류와
새 침구류를번갈아 나르는 짐꾼, 그리고 몇몇 장소에서는 시공중인 건설자재를 나르는 이들도
보았다.그들을 보기 전엔 이 고봉준령에 번듯한 호텔을 짓고 길을 내도록 한 어떤 장치나
기구가 있겠지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대부분이 순수 인력에 의한 것인 듯했다.
하행 케이블카의 탑승 지점인 옥병루까지 가는 길에는 갈증이 극에 달했다.
사실 물이 떨어진지는 꽤 되었으나 산 위의 상점들은 전부 생수 한 병에 8元을 받았다.
산 아래 마을에서도 가장 저렴한 1元짜리 생수만 사먹어 왔기에 8배나 비싸게 살 수 없다는
야릇한 오기가 발동하여 결국 보선교步仙橋에서부터 물 없이 옥병루에 도착했다.
산행 도중 쓰레기통은 적재적소에 부족함 없이 잘 비치되어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는 의외로 거의 보지 못하였다. 반면에 사람들이 볼일을
아무데서나 본 모양인지 구간 구간마다 지린내가 심하게 풍겨오는 곳은 많았다.

하산을 하면서는 계속해서 걸어서 내려갈지 올라올 때 처럼 케이블카를 탈지 갈등했으나 몸이
몹시 고된 상태였으므로 케이블카를 보는 즉시 마음이 약해져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기로
하였다.마라톤 초보자가 마라톤을 완주하기 힘든 것처럼 황산을 나 같은 초행자가 쉽게
오르리라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준비는 많이 부족했던 듯 싶다.
무거울 것 같아 조그마한 물통을 한 병 달랑 들고 간 것도 나의 불찰이었고 그런 데다가
산행을 쉼 없이계속 진행했던 것 역시 체력 안배에 대한 생각과 계산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시간도 넉넉했고 쉼터도 수없이 많았는데 나는 뭐가 그리 급해서
그토록 스스로를 재촉했는지 모르겠다. 자유를 찾아 나온 여행이었건만
여전히 일상 생활에서의 각박함과 촉박함을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를 다그쳤던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