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인 황산黃山행 기차표를 사기 위해 상하이 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내에서 한 중국 노인이 내게 길을 물어 왔다. 내가 -한꿔런韓國人(한국인)-이라
답하자 그가서울, Big City 라며 엄지손가락을 들며 추켜세워준다. 나 역시 상하이가
Big City 라고 화답해주었다.이 때 뿐만이 아니라 중국에 온지 4일째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중국인들이 나한테 길을 물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이럴때 나는
중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으므로 -워 한꿔런我 韓國人(나 한국인)- 한 마디만 하면
그들이 웃으며 물러나곤 했다.

중국에 사람이 많다 많다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상하이 기차역에 도착하니그 말이 바로 몸으로 와 닿았다. 역 앞에는 사람이 많아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이곳의 매표소는 크게 기차역과 같은 건물을 쓰는
자동 매표구와 별도의 건물로서기차역의 오른쪽에 존재하는 유인有人 매표구,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동 매표기를 이용해보려고 차례를 기다렸는데
황산 행 표를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 내가 기계 조작에 미숙해서 그런가 싶어 옆의
중국 사람에게 황산행 표를 사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 그가 도와주려 했으나
그 역시 찾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동 매표기는 황산 행을 발권하지 않으니
유인 매표구로 가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유인 매표소로 발걸음을 옮겨 줄을 서 있는데 한 중국인이 은근슬쩍 눈치를 보더니
내 앞에 슬며시 끼어들었다.항의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는데
자기 차례가 되니까 나에게 먼저 하라고 자리를 비켜준다.지금 생각해보아도 이때의 일은
그가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표를 사고 나서는 상하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예원豫園을 방문했다.
명나라 때에 만들어졌다는 이곳은고층 건물이 즐비한 상하이 도심의 한 복판에 자리해
들어서면서부터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이곳은 각종 누각과 다리, 석상들로 유명한 곳인데
역시 관광지답게 상가商街는 물건을 팔려는 상인들과 그것을 사려는 행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가장 흥미있게 본 것은 조각상도, 물건도 아닌 중국 사람들의
장기 경기였다. 상가의 어느 거리 바닥에서인가 중국 사람 둘이서 장기를 두고 있었고
구경꾼도 여럿 되었다.나도 어려서 장기를 많이 두었고 흥미가 있었던 터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서서 경기를 구경하였다.
보다 보니 중국식 장기와 한국식 장기의 차이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상象이 한 칸을 직선 방향으로 전진한 후 대각선으로 두 칸을 건너가는데
이곳에서는 한 칸의 직선운동없이 바로 대각선 방향으로 두 칸을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포砲의 이동역시 조금 달랐는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이동할 때무조건 사이에
매개물이 한 개 있어야 그것을 건너뛰며 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사람들은
매개물 없이 포를 이동시켰다.
다만 상대방의 말을 잡아먹고자 할 때는 꼭 매개물을 건너뛰어야만 했다.
 

경기가 끝나자 진 쪽은 상당히 흥분하여 무슨 말을 한참동안 내뱉었는데
그 모습으로 추측해 보건데 경기에 어떠한 내기 성격의 것이 걸려 있지 않았나 싶다.
승자는 패자가 뭐라 하든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고
구경하던 이들도 그저 웃고만 있었다.나도 중국식 경기규정을 따라 그들과
한 번 해보고 싶었으나 이내 자리는 파하는 분위기였기에 그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