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산쓰에서 다시 반난센 라인을 타고 스정푸역으로 향했다. 스정푸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가면 버스 정류장이 몇 개 주루룩 서 있는데 어딜 서야할지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 곧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마구마구 날려주시는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서는 것을 발견했다. 전광판에 친절하게 101 뭐시기라고 한자가 써 있는 것도 더불어 눈에 포착!

오라 이 버스구나 단번에 알아낸다. 버스를 타려 다가가니 버스기사 아저씨도 산타복장으로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뽐내고 계신다. 이런 이벤트 완전 또 좋아라하시지~. 타이베이 101로 가는 셔틀버스는, 버스비가 없는 무료!

의자에 앉아서 느긋이 기다리고 있으면 좀 돌아가는 기미가 있긴 하지만 빌딩 아래에 친절하게 내려주신다. 종착지니까 따로 부저를 누를 필요도 없고, 그저 타이베이 시내의 풍경만 스치듯 보면 되는 정도. 내리면 빌딩 후문으로 이어지는데 건물을 옆으로 끼고 돌면 제법 넓은 길로 나올 수 있다.

큰길에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목이 180도로 꺽어질 정도로 높은 타이베이 101 빌딩.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지만 최근 두바이에서 지어진 버즈 두바이로 인해 제일은 아니고 여하간 엄청나게 높은 건물로 지상 101층, 지하3층, 총 508m 높이의 경이로운 건축이란다. 타이완 건축가가 지은 것으로 8층씩 묶어 총 8단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중화권에선 8이 성장, 번영, 발전을 뜻하는 한자 '發'과 발음이 비슷해서 좋은 의미를 담아 그렇게 했기 때문이라고.

날이 맑은 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타이베이 시내 전경을 360도 환하게 둘러볼 수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날도 흐리고 시계도 좋지 않아 요원한 일일 듯 싶다. 하여 포기! 대신 빌딩 앞에 세워진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만에 오기 전에 보았던 사진에서 발견한 LOVE. 정열의 색 빨강으로 세워진 것이다.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색은 역시 빨강이 아닐지. 그 옆에는 하얀색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건 또 독특한 구조를 가진 내부이다.

101 빌딩을 빠져나와 국부기념관을 향해 간다. 가까웠던 빌딩이 점점 멀어지고 그때마다 차츰차츰 날은 어두워지고. 그러면서 뿌옇게 흐렸던, 너무 높아 꼭대기는 보이지도 않았던 빌딩의 모든것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시 높은 건, 좀 떨어져서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거다!

101빌딩에서 걸어서 15분쯤 가면 국부기념관에 도착할 수 있다. 반난센 라인 MRT로 가면 한 정거장이랄까. 무슨 행사를 했었는지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현수막이며 장비들이 즐비한 곳. 낮에 왔더라면 저 희한한 구조의 기와에 탄성을 질렀겠지만(밤에도 충분히 신기하긴 했다.) 역시 어두워서 제 감상은 좀 힘들다.

타이완의 국부인 쑨원의 기념관이라는데 건물 안에는 쑨원의 좌상도 세워져 있단다. 사진을 찍고 보니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싶고.

궈푸지녠관(國父紀念官)역에서 다시 MRT를 타고 숙소로 향한다. 숙소 캐피탈 호텔이 있는 곳은 난징둥루(南京東路)역. 근처에 작으나마 야시장이 있다고 하여 그쪽으로 걸음을 하였다. 가니 뭐, 야시장이라기 보단 그냥 불이 환하게 밝혀진 우리나라 상점가 분위기.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돈까스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옳거니, 오늘 저녁은 이걸로 해야겠구나. 서로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도 용케 원하는 것을 주문해 낸다. 돈까스에, 로스트치킨 비슷한거 하나에 반찬이 세 가지나 함께 담아지고 총 140위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니 어라라 주문을 받던 아주머니들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나오는게 싫으시다고 다들 피해버리신것. 어쩔 수 없지 가게 사진만 한 장 쾅! 숙소로 돌아와 사온 도시락을 펼쳐든다.

돈까스 같이 생긴 것을 하나 입에 물었는데 어라 이거 돈까스가 아니고 치킨에 빵가루를 묻힌거였다! 대만 사람들 닭을 좋아하는 걸까. 결국 닭요리만 두 가지! 그래도 맛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