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느 지방엘 가도 자전거 타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중국 내에서도
인구 밀도가 높은 상하이에서는더더욱 자전거 이용자가 많다. 차도에서 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한데 섞여 달리는 것을 보자면 그저 신기할따름이다. 도로 상에서 각 이동수단 간의
끼어들기가 난무하는 데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는 좀처럼 나질 않는다.
 

비가 와도 상하이의 자전거는 멈추지 않는다. 그저 평상시에 자전거를 타는 상태에서
우비를 하나 걸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내가 방문했을 때 상하이 박물관은 전시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다. 많은 중국 관광지가 그렇듯이 이곳 역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한국어 가이드가 있었다. 가이드는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객 중 희망자에 한해 오디오 기계를빌려서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이 박물관을 입장하기 위해서는 공항에서 진행되는 보안 검사와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 내에서 보안 검사를 심하게 한다는 소리는 익히 들어왔던 터였으나
박물관에서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도못하고 있었다.
X-Ray 기계를 통과한 내 가방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검시관이 나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고 하니내 가방에 들어있던 물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워터-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마셔서 증명을 해보라고 한다.
 

나야 문제될 것이 없었기에 물을 그 앞에서 마셔 보임으로써 보안 검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상하이 최고의 번화가, 난징로南京路에 갔을 때 나는 -우와- 소리를 절로 내뱉는 촌놈이 되어 있었다.
이곳은 관광용 열차를 제외하고는 다닐 수 없도록 차량 통행을 막아놓은
보행자 전용도로이자 쇼핑몰 밀집지역인데그 규모와 화려함이 대단했다.
소위 말하는 -꾼-들의 눈에는 어리숙한 여행자임이 금방 티가 나는지 여기 저기서
호객꾼들이 말을 걸어왔다. 중국 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쳐 갔고
한국 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는-I'm Japanese-라고 대답했으나
그러면 곧바로 일본어로 말을 걸어 왔다. 호객의 종류도 음식점, 까페, 바 등으로 다양했다.
 

한 번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국 여자가 옆으로 와서는 영어로 말을 걸었다.
이 때 역시 상대하기가 싫어 일본인이라고하고 지나갔는데 이 여자는 계속해서 쫓아오며 말을 걸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쫓아왔다기 보다는 계속 내 옆에 붙어서서
말을 걸었다. 일본 어디에 사느냐, 일본에서 오는데 얼마나 걸렸느냐 등
자세히 따지고 묻자 더 이상 둘러대기가 힘들어사실 한국인이었다고 말하였다.
왜 거짓말을 했냐는 말에 호객꾼들을 상대하기가 싫어 그랬다고 답하자 자신은 마카오에
사는데 자신도 여행자인데 상하이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며 계속해서 말을 걸어 왔다.
 

묻는 말에만 대충 대답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난징로의 끝에 다다랐다.
그러자 그 여자가 맥주를 같이 마시자고 제안을 해 왔다. 그런데 같이 가자고 손짓하는
방향을 보니 어두컴컴하고 무척이나 후미져 딱 보아도 정상적인 영업점 같지가 않았다.
일단 경우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거절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반대로 걸었다.
 

그리고 그 여자 역시 나를 따라 반대로 걸어오며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난징로의 입구 부근까지 왔을 때에는 내가 묵는 숙소를 알려 달라고 한다.
이것을 알려 주었다가는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찾아는 갈 수 있지만 상호는 모른다고 답하였다.
그 여자가 끈질기게 들러붙으며 숙소를 물었으나 나는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숙소로 돌아왔다.